[Review] 다시 한번 강렬하게 돌아온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글 입력 2023.07.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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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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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한 마을.


두 번째 남편 안토니오를 갑작스런 죽음으로 잃은 베르나르다 알바는 늙은 어머니와 다섯 명의 딸과 함께 지낸다. 안토니오의 식솔들과 농장을 포함한 재산을 상속받아 관리하고 있는 그녀는 권위적인 가장이 되었다. 안토니오의 8년상을 치르는 동안 베르나르다 알바는 가족들이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조차 이어갈 수 없도록 철저하게 감시하며,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녀의 첫째 딸 앙구스티아스는 연하의 약혼자 뻬뻬와의 결혼을 서두르고, 뻬뻬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게 되는 자매들 간에 미묘한 긴장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겉보기에 평온하게 보이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그 안에서 베르나르다 알바와 가족들은 각자의 정열적인 감정들에 의해 시기하고 대립하며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2023 베르나르다 알바 보도용 (1).jpg

 

 

 

여전히 강렬한 모습으로 베르나르다 알바가 돌아왔다



<베르나르다 알바>라는 공연을 처음 알게 되었던 시기로 돌아가 보자면, 2018년 초연 때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초연 공연을 보고 온 친구가 계속 '옛날 옛적 스페인~'이라는 프롤로그 넘버를 불렀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그렇게 극찬했던 친구의 말을 믿고 공연을 예매하려 했을 때, 이미 나의 자리는 없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2021년 재연으로 베르나르다 알바가 무대 위로 돌아왔을 때에는 프레스콜 현장에서 베르나르다 알바를 마주했다. 그리고 2023년 삼연으로 다시 무대 위에 오른 베르나르다 알바를 관객석에서 마주했다. 처음 보았던 강렬함은 그대로, 더욱 커진 에너지로 돌아왔다. 하나의 공연이 다시 무대 위로 오른다는 것은, 그 공연이 가진 가치들이 많이 증명된 증거라고 생각한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다시 무대 위로 돌아왔고, 또 한 번 이 공연이 가진 가치들을 선보이고 있다.


초연을 보진 못했지만, 재연을 본 관객으로서 해당 공연은 세 번째 공연을 위해 여러모로 다양한 시도를 했고, 이전과 달리 변화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게는 초반 오프닝과 동선, 주요 장면들의 구성, 작게는 가사의 몇 마디 표현까지. 공연이라는 예술을 사랑하면서 느껴온 즐거움이자 아쉬움은 보았던 공연을 다시 똑같이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날 관객인 나의 컨디션, 극장 자리, 배우들의 컨디션, 조명, 음악, 모든 것들이 기억에만 남고 휘발되니 말이다.

 

이처럼 공연이라는 장르는 현장의 예술이고, 쉽게 기록되거나 박제되어 반복 재생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동일한 경험을 다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공연을 더욱 챙겨 보게 됐다. 이 무대가 막을 내리고 나면, 다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기다림을 겪어야 하니 말이다. 게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이전과 동일한 공연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지만, 동시에 똑같은 이야기를 새롭게 표현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장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공연예술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 그것은 더 나아지는 방향이기도 하니까.

 

이번 시즌의 연출적 측면에서 여러 시도들은 강렬함 한 스푼과 아쉬움 한 스푼이다. 이전 시즌 공연 때 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 좀 더 직관적인 전달 방식을 취하는 이번 시즌의 <베르나르다 알바>는 더욱 강렬한 표현 방식으로 돌아왔다. 어느 지점에서는 재연의 모습을 찾게 만들기도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 공연인 만큼, 새로운 시도와 변화는 환영이다.

 

그렇기에 새롭게 돌아온 <베르나르다 알바> 역시 놓치지 않을 수 없다.

 

 

2023 베르나르다 알바 보도용 (2).jpg

 

 

 

플라멩코 선율에서 뿜어내는 욕망


 

이 공연의 주요 키워드라면 '플라멩코'를 빼놓을 수 없다.

 

플라멩코란 스페인의 전통 공연 예술로, 춤, 노래, 기타가 함께 하나의 공연을 구성하는 형태다. 스무 살, 스페인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직접 보았던 순간을 떠올리면, 박수 하나가 하나의 리듬이 되고, 그 리듬이 하나의 음악이 되는 그 과정이 몹시도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이 선명할 만큼.

 

그렇기에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가 무대 위에서 플라멩코 선율 위에 욕망을 분출하는 순간,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 쏟아진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원초적인 음악 위에 욕망을 말하는 여성들. 억압된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에서 누구보다 감춰온 금기들을 건드리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플라멩코와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욕망의 이야기를 우리는 왜 보아야 할까? 우리는 옛날 옛적 스페인에서 벌어졌다던 일을 현재 왜 봐야 하는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를 한 마디로 폭력적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폭력을 이 이야기에서 다루고 있기에 폭력을 빼놓을 수 없다. 욕망을 갖게 된 딸들과 그 딸들을 억압하는 엄마 베르나르다 알바, 그 구도는 가히 폭력 그 자체다. 그리고 그 폭력을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관객들은 생각한다.

 

욕망의 서사를 따라가면, 분명히 더욱 선명해지는 것은 폭력이다. 억압, 침묵, 금욕,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 이러한 현실이 반복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 이 이야기는 분명 가닿았다. 플라멩코 선율에 흘려보낸 욕망의 실체 속에 자리 잡은 그것은 자유에 대한 열렬한 애정이었음을.

 

 

2023 베르나르다 알바 보도용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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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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