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사람]

내가 정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나의 것. 내 이름.
글 입력 2023.07.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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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조우리의 <라스트 러브>를 읽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마린의 언니는 이름자로 예쁠 아, 예쁠 연을 받았다. 한자를 두 개쓰면서 굳이 서로 같은 뜻을 고르다니. 갓 태어난 아이의 앞날에 빌어줄 것이 다만 그것뿐이라니.”

 

큰 공감을 했다. 내 이름과 비슷했고, 내가 했던 생각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울 가(佳) 예쁠 연(娟). 아름답고 예쁘게 자라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비슷한 한자가 연달아 있고, 그리 깊은 뜻을 가지고 있다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외모지상주의라 비칠 수 있겠지만, 여자아이에게 무난하게 알맞은 이름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꼭 처음 해석 그대로 가져갈 필요가 있겠느냔 반발심이 들었다. ‘아름답고 예쁘게 자라라’는 표면 그대로의 뜻보다, ‘세상을 아름답고 예쁘게 만들어라’.라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내 인생의 가치관과도 맞아떨어졌다.

 

나는 조금이라도, 아주 작은 부분에서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 지금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편집샵에서도 외국인들을 응대할 때 더 웃고, 친절하려 한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해석한 나의 이름은 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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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마주하며 가장 처음으로 갖는 내 것은 바로 이름이다. 내가 정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나의 것이다.

 

수많은 문학에서 말하듯,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면 나는 존재한다. 내 이름은 나의 것이지만 다른 사람보다는 잘 쓰지 않는다. 나와 나이가 같은 내 이름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졌다. 그래서 이름이 붙여졌을 당시 주어졌던 의미나, 내 이름만이 가지고 있는 뜻 혹은 아름다움을 잊었다. 의미는 사라지고 표면의 단어만이 남았다.

 

[김춘수<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소라 Track9: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본인의 이름을 불러보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떠올리면서 지금의 당신에게 어울리도록 해석해 보는 것은 어떤지 묻고 싶다.

 

과거에 붙여진 이름에 현재 당신만의 뜻을 불어넣어 주는 것을 권하고 싶다.

 

내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내게 다시 의미가 생긴다고 믿는다.


 

[박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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