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로 속의 미로 [미술/전시]

김효진 작가 개인전 《인간적인 것의 미로》
글 입력 2023.07.1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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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뚫고 창경궁 근처에 있는 수림큐브를 방문했다. 수림문화재단에서 젊은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창작지원 사업 수림아트랩에 선정된 김효진 작가의 개인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김효진 작가의 화면에는 새로운 생명체들의 야생적인 모습들이 등장한다. 상상 속 식물들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모습을 하고 있고, 또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움직일 것만 같다. 이런 식물들이 모여서 미로를 견고히 쌓아 올리고 있다.

 

식물들은 미로 공간에서 벽이 되고, 출구와 입구의 위치를 정한다. 미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람자의 눈은 어디가 출구인지 이리저리 길을 헤매게 된다. 미로라는 공간은 내부 공간이 끊임없이 분리된 조각난 공간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미로는 셀 수 없이 많은 경계가 교차하고 있으며, 미로 속에 들어간 자는 조각난 공간들을 끊임없이 접하고 가로지르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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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공간을 헤매는 사람은 그 구분과 경계를 넘나들고 극복한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점은 전시 공간 자체가 미로처럼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작품 앞, 뒤를 가로지르고 각자의 동선을 따라가면서 '경계를 넘나드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고 체험하게 만든다. 미로를 구축한 작품들 때문에 공간 자체가 작품이 되고, 관람자는 이 공간에 반응하고 공간을 누비는 것으로 작품을 경험한다.

 

작가의 세세한 표현들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작품으로 쌓아 올려지고 분리된 공간에 취해서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칫 놓칠 수도 있지만, 화면 속 알 수 없는 식물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길 추천하고 싶다. 식물 같기도 하고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기도 한 어떤 것들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작가가 그려낸 풍경에서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고, 이 세계관은 3층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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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전시 공간은 1층의 전시장과 다르게 탁 트여있고, 흰 벽면에는 작가의 드로잉 작품들만 꽂혀있다.

 

진공 상태인 듯한 공간에는 작가의 작품 세계가 견고하게 설정되었음을 알려주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작가의 상상과 화면 속에 존재하는 식물들의 이름, 특징, 이야기들이 적혀있다. 1층에서 보았던 미로의 세계를 구성하는 동식물들이다.

 

견고한 뿌리가 있어야 한다. 새로운 것, 상상의 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튼튼하게, 꼼꼼하게, 섬세하게 구상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들이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김효진 작가의 미로가 튼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홍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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