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눈부시게 화려한 신록은 아닐지라도 [미술/전시]

‘신록(新綠)’: 김연우 개인전
글 입력 2023.07.0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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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갤러리 카페'들이 등장하고, 카페 공간에서 진행하는 전시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카페에서 콜라보 형식으로 작가를 섭외해 전시하는 방식을 택하고, 카페를 방문한 손님들이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하거나 미술품 감상을 목적으로 방문한 손님들에게 커피까지 같이 곁들여 보길 제안하는 공간이다.

 

나는 후자에 해당하는 방문객으로 성수동의 카페 오우도(OUDO)를 찾았다.

 

오우도 역시 갤러리 카페 중 한 곳으로 올여름, 신록의 계절에 김연우 작가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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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 <어떤 광경>(2022)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작품들은 한지가 사용되어 특유의 동양적 무드, 동양적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작가의 작품이 걸린 카페 공간은 한없이 현대적이었다. 세련된 테라스, 모던한 무드의 가구들, 깔끔한 인테리어 소품들... 그래서 역설적으로 김연우 작가의 회화들과 카페 오우도는 완벽히 상응했다.

 

김연우 작가는 주로 식물을 캔버스에 옮겨 담는다. 작가는 일상적인 것들을 깊게 관찰하고 이를 화면 속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데, 주류 공간에 배제된 식물들에 집중한다고 한다.

 

그의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글에는 작가의 성장배경이 담겨있다. 어렸을 때부터 이사가 잦았던 작가가 자신이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할 때마다 어울리지 못하는, 적응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 기록이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식물에 투영하고 그려낸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관람객은 김연우 작가의 정물화, 식물 그림에서 조금 특이한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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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어떤 화분>(2022)

(우) <꽃을 심어 가꾸는 그릇>(2022)


 

작가의 작품 속 식물들은 일반적인 정물화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예쁜 화병에 담겨 있는 화려한 꽃, 아주 잘 가꾸어진 봄날의 어여쁜 정원과 같은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식물들은 때때로 주류 공간에서 배제되어 존재한다. 그러니까, 일상적인 곳들에서 흔히 마주하는 식물들은 주요 등장인물이 아닌, 배경 또는 배경의 한 부분처럼 존재한다. <어떤 광경>(2022), <어떤 화분>(2022), <꽃을 심어 가꾸는 그릇>(2022)과 같은 작품들은 '잘 가꾸어진 정원'의 모습이 아니라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어떤' 식물들의 모습을 다룬다.

 

생각해 보면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지만 눈길이 오래 머물지 않아 그냥 지나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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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양으로 자리하는 것들>(2023)

 

 

연작 <다양한 모양으로 자리하는 것들>(2023) 역시 길가에 방치된 듯한 화분 또는 오랜 기간 관리자의 손이 닿지 않아 잡초가 함께 자란 화분의 모습 같아 보인다.

 

그러나, 배제된 식물들이 마냥 어둡고 칙칙하고 우울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그것이 김연우 작가의 식물이자 작품이다. 꼭 주류 공간에서 존재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길가에 아무렇게나 있는 자유분방한 비주류의 존재더라도 김연우 작가는 그것의 매력을 찾아낸다.

 

우리가 지나친 식물들은 김연우 작가의 작품으로 태어나고 작가가 포착한 고유의 빛이 그림을 통해 관람객에게 전달된다. 김연우 작가는 일상에서 배제된 것들이지만 그것들이 품고 있는 빛을 다시 보게끔 하는 작업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생각한다면, 어쩌면 식물이 지닌 고요한 생명력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이 작가는 독특한 신록을 그려내고 있다.

 

 

[이홍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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