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헤어질 용기 - 안전 이별 [도서]

왜 우리는 이별이 어려울까
글 입력 2023.07.05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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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안전 이별.jpg

 

 

[헤어질까 말까 절망감에 휩싸여 고민하다 보면 불현듯 관계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길 바라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차라리 애인이 절대 용서할 수 없을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거나 진저리가 날 만큼 싫은 짓만 골라 해서 이제 일분일초도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다면, 즉 상대를 경멸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할 일은 분명해진다. 하지만 현실은 대개 복잡하기 마련이며 여러 문제가 얼기설기 엮여있다.] - 프롤로그 중

 

1993년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발표해 곧바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작가이자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인생학교 시리즈 <안전이별>을 기획했다.(* 알랭 드 보통이 주축이 되어 만든 프로젝트 학교인 인생학교는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라는 모토로 2008년 런던에서 시작하여, 삶의 본질과 연결된 다양한 질문을 묻고 토론한다.)

 

책에서 말하는 안전이별은 신체적, 물리적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이별의 개념을 넘어서, 나 자신을 잃지 않게 지킬 수 있는 이별이다. 알랭 드 보통과 인생학교는 우리의 사랑과 이별을 어렵게 하는 것들을 24가지 질문으로 제시했다. 아래 목차의 질문들은 우리가 이별을 결심하기 전 살펴봐야 할 체크리스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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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말하는 이별의 핵심은 '나'를 잃지 않고 안전하게 헤어지는 것이다. 교제폭력과 이별범죄의 공포가 만연한 연애의 경험은 관계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기고 자기를 잃어버리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안전이별>에서는 이별에 상처받을 개인들에게, 자신을 지키고 건강하게 사고하는 방법을 교과서적으로 제시한다.

 

책이 말하는 건강한 이별에 대한 조언이 모두 옳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별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강한 영향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끔 사랑에 빠진 이들은 모든 걸 알고있음에도 이성적 사고가 마비된 것처럼 행동한다.

 

내가 21살 때, 내 친구 K는 나쁜 연애로 자기를 전부 갉아먹는 애였다. 걔가 얼마나 반짝이는 애였었는지에 대해 우리 모두가 다 알았지만, 그 애는 하루종일 매일 애인이랑 있었던 나쁜 일들에 대해 얘기했고 끝까지 관계를 놓지 못하느라 아팠다. 나는 그 애를 아끼는 마음에 화도 내고 울기도 하면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얘기했음에도, 결국 우리의 관계를 끝내는 걸로 모든 일이 끝났다. 그런 친구들은 적지 않았다.

 

나도 내가 이별에 대단히 성숙하게 대처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사실 그들이 겪는 관계에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다들 알고 있다. 친구나 연애프로그램의 출연진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바보같이 사랑하는지, 그들에게 지금 이별이 얼마나 필요한 지에 대해 이성적으로 말하는 건 쉽지만, 남의 사랑이기 때문에 그렇다. 헤어질 결심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올바르고 따뜻한 조언이 담긴 책을 통해 누군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제나 이별이 정답은 아니지만, 우리는 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상대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을 수도 있다.



[현대 사회는 사랑할 때 늘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커플 상담에서는 이러한 전제 자체가 문제라 본다. 우리의 감정은 오류투성이고 해결하지 못한 과거의 문제를 현재에 투영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43p)


[상대에게 '반했다'는 감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내가 반한 상대를 이상화할 뿐 그 사람의 현실을 깊게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늘 한 발짝 떨어져 서서 동경에 찬 눈길로 그 사람을 바라보기만 한다. 함께 집안일을 가거나 정치와 가족 관계, 섹스, 직장 생활과 같은 현생의 쟁점에 대해 생각을 나누거나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상대에게 아무것도 바라거나 요구하지 않으며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그리고 현실과 유리된 관점으로 상대를 이상화하는 것이다. (중략) 굉장히 비현실적인 욕망의 산물처럼 보이지만, 사랑의 열병은 상대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음으로써 유지된다.] (135p)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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