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깥은 여름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7.0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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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상대적이라는 익숙한 말과 함께 글을 시작해본다. 왜 익숙하냐 하면, 시간의 상대성은 우리가 모두 수없이 겪었을 일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힘들고 울적한 시기에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움직인다. 후에, ‘시간이 흐르긴 흐르는구나.’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관한 차원이 아니라 시간이 지났다고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토록 힘든 시기에, 돌연 밖을 내다보면 어색한 시차를 느끼곤 한다. 나는 어떤 시점에 멈추어 괴로워하고 있지만, 나를 제외한 공간에서는 시간이 공평하게 흐른 듯하다. 나의 계절은 겨울이지만, 바깥은 여름이다. 그 묘하고 슬픈 시차와 낙차. 세상의 냉엄함과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시간. 어쩌면 모두는 같은 시간대 속에 있지만, 각자의 시차를 겪으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바깥은 여름』은 전술했던 ‘시차’에 관한 작품이다. 책은 말한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 시간이 끊임없이 앞을 향해 뻗어나가는데 어느 한순간에 붙들린 채 제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을 때, 그때 우리는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책은 인물 혹은 사건을 통해 시차를 보여준다. 「입동」은 아이를 읽은 부모의 모습, 「노찬성과 에반」은 늙은 반려견의 죽음, 「건너편」은 오래된 연인과의 이별,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남편과의 사별 등. 이별의 과정 혹은 결과를 보여주며 그 안에서 생기는 시차와 감정의 낙차를 일관되게 조명한다.


『바깥은 여름』에서는 시간에 관한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길고 무더운 여름”, “한 시절과 작별한 기분”이라는 표현을 통해 특정 순간이 상대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며 “허공에 시간의 물보라가 이는 것 같았다.”와 같이 시간의 흐름을 건드리기도 한다. 어떤 시기가 유독 길게 느껴진 때가 있었다는 것, 시간의 흐름이 어색하게 다가왔던 순간. 작가는 다양한 표현을 통해 시간의 상대성이라는 그물을 짠다.


계속하여, 작가는 상대성이라는 그물을 사용하여 여러 차이와 감정을 직조한다. 예를 들어, “시간이 매일 뺨을 때리는 기분”이라는 문장을 통해 그 차이가 만든 힘듦을 말하며 “어떤 시간이 내 안에 통째로 들어온 것을 알았다.”와 같이 시간의 상대성을 온몸으로 겪는 인물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시차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다양한 양상과 감정을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야.”라는 조언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종종, 이것이 무책임한 말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힘든 누군가의 시간은 어떤 순간에 멈춰있을 것이다. 혹은, 그 상대는 나와 다른 시간의 속도에 놓여있을 수 있다. 죽는 순간까지 특정 시간대에 머무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타인의 시차와 속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개인의 역할은 한정적일지 모른다. 그저 상대방의 시간이 흐르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속도가 너무 거세지 않았으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간이 나를 가라앉히거나 쓸어 보내지 못할 유속”으로.

 

조심스럽게 기도해본다. 누군가의 시간에 섬세하게 접근하기를. 모두의 시간이 다정하게 흐르기를.

 

 

[김민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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