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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가지 주제로 펼쳐 보이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세계

 

미술사가 이연식이 국내 작가로서는 최초로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세계를 조명하고 분석한 책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을 출간했다. 서양화를 전공한 후 미술이론을 연구한 이력을 바탕으로 … (중략) … 저자는 이 책에서 호퍼의 작품을 15가지 주제로 나누어 바라보고, 그의 작품 세계에 숨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때 눈길이 갔던 그림 한 점이 있었다. 이사 직후 인테리어에 빠져 행잉 포스터를 검색할 때였나, 혹은 길을 걷다 버스 정류장에 전시 광고를 볼 때였나. 시기는 명확지 않지만 아래 그림은 분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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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바다 옆의 방>)

 

 

위 그림에 왜 시선이 갔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시는 내게 가장 어려운 문화이기 때문이다. 역동적인 영화, 연극 등과 달리 정적인 그림을 통해서는 무엇을 읽어내야 할지, 읽어낼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림마다 덧붙여진 깨알 같은 설명을 읽고서야 어렴풋하게 이해할 뿐이었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와서, 위 그림이 왜 기억에 남았는지를 한번 되짚어보았다. 푸른 색감이 내 방의 인테리어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직선적 구도가 날카로워서? 혹은 흔히 보는 그림들과는 달리 붓질이 다소 투박해 보여서?


정답이 무엇이든 –어쩌면, 모든 것이 정답이겠지만- 그림 한 장으로 에드워드 호퍼라는 화가를 알게 되었다. 그러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모으고 분석한 책의 출간 소식이 들려왔으니,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오랜만에 기억에 남는 그림을 만났으니, 이 책이 좁디좁은 그림에 대한 내 이해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혀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서.

 

책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대한 저자의 수다” 같다는 것이었다. 어려운 용어로 가득해서 몇 페이지 펼치기도 전에 책을 덮게 만드는 전문적인 해설서는 아닐지라도, 그림을 애정하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펼쳐낼 수 있는 감상평이라고 할까.


한 번 더 말하자면, 내게 전시는 가장 어려운 문화이다. 종종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영화나 소설을 감상한 후, “짱 재밌다”라는 단어 외에 고급스럽게 감상을 표현하고 싶다고. 내게는 전시가 그랬다. “잘 그린다”라는 말 외에 다른 표현을 하고 싶은데, 그것 외에는 무엇을 느끼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최근 참석한 모임에서도 비슷한 얘기들을 하셨다. 주말 오전, 책방에 모여 각자의 일을 하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공유하는 모임이었는데, 당시 이 책을 들고 가 소개를 했다. 무엇을 느꼈냐는 책방 사장님의 질문에 위와 같은 대답을 했더니, 모두가 같은 말씀을 하셨다. 전시는 어려워서 자주 보러 가지는 않는다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책 한 권을 완독했으니 “어렵다”를 “여전히 어렵다”로 남기기는 싫어서, 호퍼의 그림과 저자의 사견을 읽는 내내 나의 감상을 정리해보려 했다. 에드워드 호퍼는 일반적으로 '도시와 고독을 그린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는데, 개인적으로 느낀 나의 사견은 ‘냉소적’이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호퍼의 그림을 보는 내내 눈에 띈 것은 ‘빛’이었다. 전반적인 그림의 분위기는 차갑지만 그림을 관통하는 빛 한 줄기가 조금이라도 따스함을 넣어준다고나 할까. 다만 반대로 말하자면, 빛을 활용하여 따듯한 색감을 사용했음에도 차갑게, 즉 냉소적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도시가 발전하고, 이동 수단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의 여정이 시작되며 자연스럽게 고독과 외로움이 수반되었다. 호퍼는 이와 같은 변화가 시작된 도시를 차가운 공간으로 보았을까. 호퍼의 그림에는 유독 도심 속 여관 혹은 집 같은 공간 속, 누드 여인이 많이 보인다.

 

따스한 빛이 비치는 안전한 공간임에도 보호장구 하나 없는 여성은 위태롭고, 쓸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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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햇빛 속의 여인>



그림은 여전히 어렵다. 전시도 마찬가지다. 다만 꾸준히 그림을 보고, 또 그것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덧대어지면 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도 조금은 넓어지지 않을까.

 

언젠가 어떠한 그림 앞에 섰을 때, 넋을 놓고 감상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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