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이 어떤 고양이를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 루이스 웨인展

어디서 야옹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글 입력 2023.06.26 12:1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루이스웨인 포스터_세로.jpg

 

 

 

루이스 웨인은 누구인가?


 

'큰 눈의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한 루이스 웨인(LOUIS WAIN, 1860.8.5.~1939.7.4.)은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웨인은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 Illustrated London News]의 삽화가로 활동하다가 당시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아내와 우연히 입양한 고양이 피터를 그려 아픈 아내에게 웃음을 주고자 했다.

 

1880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때까지 '루이스 웨인 고양이'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면 영국의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이런 명성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죽음과 비현실적인 성향으로 빈곤에 시달렸고 결국 강박적인 정신 장애를 겪다가 냅스버리에서 사망한다.

 

 

 

# 당신은 그림 속 어떤 고양이가 보이나요? 


 

고양이를 사랑한다. 감히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강아지와 함께 인기 반려동물로 손꼽히는 고양이는 많은 집사들에게 힐링을 안겨준다. 쫑긋 솟은 귀, 젤리 같은 발바닥, 그리고 포슬포슬한 털까지. 모든 요소들이 고양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바로 ‘루이스 웨인’.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고양이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가 고양이를 그리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있었으니, 그 이유는 바로 그가 아내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사랑꾼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내는 유방암을 진단받은 후 병원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녀의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는 모습을 보며 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슬펐다. 그만 볼 수 있던 그녀의 웃음을 이제는 그조차도 마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작고, 부드럽고, 귀여운 고양이가 아내를 웃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채.

 

이 고양이는 그의 아내를 위해 그려졌지만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를 보기 위해 달려왔다. 실제 고양이가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을 왜 그렇게까지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를 사랑한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이번 고양이를 그린 화가 <루이스 웨인> 전시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 루이스 웨인의 드라마틱한 삶과 그의 사랑스러운 고양이 이야기로 구성한다. 첫 번째 공간은 웨인의 초기 동물 삽화부터 웨인 부부의 가족이 된 피터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다. 두 번째 공간은 당시 루이스 웨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아기자기한 입체 작품과 후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점점 그로테스크하게 변화면서 대칭 구도로 그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당시 사람들은 정신이상으로 생긴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그림을 보고 난 후면 당신이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가 단순히 기괴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에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게 감상한 작품 ‘Been through the wars 전쟁을 겪다’이다.

 

 

Been through the wars 전쟁을 겪다.jpg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고양이가 내 눈앞에 서 있었다. 찢어지고, 벗겨진 고양이의 피부 그리고 붕대를 휘감은 고양이의 슬픈 눈을 통해 나는 나에게 고양이가 그리고 루이스 웨인이 하고 싶은 말이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사실, 고양이를 이렇게 표현한 작품을 마주한 것은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예전부터 고양이를 사랑하고 길가에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에게 츄르를 베풀기 좋아했던 나에게는 작품 속 고양이를 보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러나 가만히 작품을 들여다보면, 고양이의 두 눈에 강하게 자리 잡은 눈주름과 목 뒤쪽에 자리 잡고 있는 붉은색 아우라가 보일 것이다. 강력한 눈주름을 통해 그림 속 고양이가 무언가를 결심했음을 알 수 있었고, 그 포부를 나에게 내뿜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포부가 붉은색 아우라를 통해 더 넓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과연 이 고양이는 관람객에게 어떤 다짐과 포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일까.

 

1910년대, 세계 1차 대전이 발발한 뒤 많은 이들이 다치고 상처 입었다. 서로의 식민지를 강탈하고 자산을 망가뜨린 세계 1차 대전은 여러 국가들이 참전한 만큼 많은 나라의 국민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수많은 국민들이 죽고,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삶의 터전 또한 망가져 있었다. 누군가의 책임이 아닌 모든 나라의 책임이었다.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잔혹한 것인지 처음 깨닫게 해준 전쟁이었다.

 

그런 상황 가운데에서 루이스 웨인도 자신의 인생을 흘려보냈고, 그런 상황 가운데 루이스 웨인의 정신적, 심리적인 부분이 분명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번 작품 ‘Been through the wars 전쟁을 겪다’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고양이도 세계 1차 대전을 겪은 고양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상처 입고, 옷이 망가졌지만 그 전쟁 가운데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표출되는 것. 이것이 바로 전쟁을 대하는 한 나라의 구성원들의 자세가 아닐지. 그것이 설령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라고 하더라도 전쟁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요소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힌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너무나 사랑하는 고양이를 통해 인간의 어두운 면을 벗겨내고 싶었던 루이스 웨인, 그가 추후에 정신에 이상이 생기기 전까지 그는 늘 인간을 가까운 측면에서 바라보려고 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인간, 그렇지만 같은 인간들에게는 한없이 잔인한 존재. 이러한 아이러니를 루이스 웨인의 고양이들을 통해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었다.

 

 

[임주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