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글 입력 2023.06.2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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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이,

떠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홀로코스트부터 아르메니안 대학살까지,

세계 제노사이드 현장을 찾아

12년간 이어 온 여행, 다크투어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 정혜윤 CBS PD, 작가

 

“마주하고 직시하기로 한 당신에게, 이 책보다 좋은 동료는 또 없을 것이다.” - 정세랑 작가

 

해외여행이 특별한 시대는 아니지만, 제노사이드(집단살해) 현장을 찾아간다고 하면 여느 여행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양재화 작가는 2005년 폴란드를 시작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캄보디아, 칠레, 아르헨티나, 대한민국 제주, 아르메니아를 여행하며 많게는 150만 명이 희생된 제노사이드 현장과 관련 박물관을 방문한다. 이는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의 한 형태로, 작가는 이 여행을 “잊힌 이름들과 얼굴들을 마주하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한 번도 아니고, 십수 년에 걸쳐 멀리 남아메리카까지 그는 왜 다크투어를 계속해 나갔을까. 왜 해외여행의 소중한 기회를, 그 시간과 경비를 인류의 어두운 역사를 마주하는 데 들였을까.

 

1939년 8월 22일 폴란드 침공 일주일을 남기고 히틀러는 독일군 장교들 앞에서 “도대체 지금 와서 누가 아르메니아인 절멸을 기억하는가?” 묻는다. 가히 유대인 절멸을 목표로 삼은 나치 집단의 파렴치함을 드러내는 말이지만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알지도, 그래서 기억할 수도 없는 사람으로서는 저 말 앞에서 무력해질 뿐이다. 210만 명에 달하는 한 민족이 150만 명이나 살해당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사건을 문제삼지 않는 세계에서 히틀러는 기고만장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저 문장 이전에 그가 한 말은 “폴란드계로 폴란드어를 쓰는 남성, 여성, 아이 들을 동정심 없이 무자비하게 죽이라”는 공적 명령일 수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지금 와서 누가 기억하는가?”라는 문장은 우리가 스스로를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방관자의 위치에 놓을 때, 더욱 가슴을 내려 앉힌다. 히틀러(홀로코스트)나 폴 포트(킬링필드) 등 제노사이드의 지휘자를 기억하기는 쉽다. 그러나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에서 확인하게 되는 보통 사람들의 방관은 소수의 악마가 아닌 평범한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패턴처럼 반복되는 제노사이드의 그림자가 지금 여기에 여전히 드러워져 있음을 성찰하게 한다. 그렇게 ‘그들’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될 때, 다크투어가 시작된다.

 

‘보스니아 내전’이라고 알려진 사건의 실상이 세르비아계가 보스니아계에 행한 ‘인종청소’였음을 더 일찍 알았다면. 칠레, 아르헨티나, 제주 등 세계 곳곳에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공적 조치들이 이루어졌고 그 끝에 공통적으로 수만 명의 보통 사람들이 살해되거나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면.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이런 일말의 가능성을 믿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작가는 다크투어를 계속한 것이 아닐까. 그랬다면 방관자의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었으리라 희망하면서. 그러므로 더 알아야 하고, 더 기억해야 했을 것이다.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은 ‘제노사이드’라는 인류의 어두운 역사를 다루지만, 작가는 절망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대신 여행 이후에도 관련 자료들을 성실히 찾았고, 자신이 본 것들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래서 이 책에는 해외 논문과 웹사이트, 정부 보고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저작물, 문학작품 등 긴 각주와 긴 참고도서 목록이 포함돼 있다. 양재화 작가가 생각하는 여행은 “여행 전후에 공부하고 되씹고 기억하는 일을 모두 합한 총체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더 큰 세계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작가는 또 다른 제노사이드 현장을 찾아 떠나고 또 떠났다. 12년의 여행, 6년의 집필. 장장 18년의 시간이 이 책에 흐르고 있다. 양재화 작가의 여정 자체가 하나의 큰 공부인 이유다. 그의 다크투어는 무엇을 알기 위해 공부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좋은 답이 된다.

 

양재화 작가의 여행기는 인류의 끔찍한 모습에 눈뜨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것들을 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이야기다. 이로써 그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기억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가치를 일깨운다. “내가 그들 중 한 명이었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는 피해자와의 동일시에서 출발해 “도대체 지금 와서 누가 기억하는가”라는 질문에 “기억한다”고 답하기 위해 묵직하게 나아가는 책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과연 다크투어는 추상적인 숫자들과 이름들이 ‘사람이라는 존재’가 되는 여행이었다. 다크투어리스트들이 더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

 

다크투어는 나에게 ‘가능성의 여행’이다. 우리는 이렇게도 될 수 있고 저렇게도 될 수 있다. 더 잔인해질 수도 있고 더 다정해질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에서 무엇을 기억해야 할지, 그 기억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려 주는 이야기를 몇 개나 건져 올릴 수 있었다. 당신은 무엇을 가장 사랑하는가? 이 질문에 “여행”이라고 답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다크투어는 인간성의 가장 어두운 문으로 들어간 우리를 그 반대편으로 나오게 할 수 있다. - 정혜윤 CBS PD, 작가


참혹함에서 고개를 돌리고 망각하는 쪽이 동물적 본능임에도, 기억하기를 택한 이들이 존재했기에 인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소중한 여행의 기회를, 한없이 피가 흘렀던 땅에 가기 위해 쓰는 사람들은 이후 삶에서 어떤 변화를 겪을까? 울게 될 줄 알면서도 향하는 마음이 그다음으로 넘어서다 보면 어디에 다다를까? 이 책은 당신이 당신의 여행에 빛의 자리만큼이나 그림자의 자리도 내줄 수 있을지 묻는다. 마주하고 직시하기로 한 당신에게, 이 책보다 좋은 동료는 또 없을 것이다. - 정세랑 작가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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