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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시간에 기댄 우리 [도서/문학]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한 순간의 기록을 남길 수 있다면

by 홍승민 에디터
2023.06.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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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내가 시를 사랑하게 해준 나의 첫사랑 시집이다. 가장 첫 번째로 본 시집이기도 하고 아직 이 책을 능가할 만한 시집을 찾지 못했다. 이 시집을 발견하게 된 건 시와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에 도서관으로 가서 시집 코너를 정독하던 중이었다. 가볍게 시집을 훑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시는 ‘네 잠의 눈썹’이다. 이 시는 ‘아릿하네’로 시작해 ‘어릿하네’로 끝난다.

 

어학 사전을 찾아보면

아릿하다: 조금 아린(혀끝을 찌를 듯이 알알한) 느낌이 있다.

어릿하다: 조금 쓰리고 따가운 느낌이 있다.

보다시피 이 둘은 동의어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시인은 왜 이 표현을 달리 사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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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했던 연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 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리고 다시는 볼 수 없는 그의 얼굴을 그려본다. 그의 모습은 바다, 달, 비, 밤과 같으며 ‘자연을 과거 시제로 노래’ 하고 그와의 사랑이 남기고 간 흉터는 '당신을 미래시제로 잠재우며’ 그의 밤을 걱정하게 만든다. ‘짧았다’ 라고 하기에는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그에게 ‘네가 나에게는 울 일이었나’ 하고 나는 묻는다.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 아직도 나의 기억 속의 그는 다정하며, 그의 다정한 모습이 여전히 쓰라리고 따가운 흉터로 남는다. 

 

사랑했던 이를 무심코 떠올린 순간은 아리다. 그렇지만 그의 다정한 목소리, 그와의 함께한 순간을 기억하는 것은 영원히 나을 수 없는 어릿한 흉터로 남게 된다. 

 

''은 시집에 언급 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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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무엇이었어요. 당신?' 이라고 공중에 물음을 던지며 기억 속에서 흐려지는 당신을 호명하고 그려보고 있다. '나'와 '당신' 그리고 '꽃'은 같은 공간에 공존할 수 없지만, 이 셋의 존재만으로 '우리'를 기억하려 애쓰고 있다. '노래의 그림자'는 존재하지 않지만, '노래'는 존재하는 것처럼.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같은 공간과 시간에 묶어두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없는 걸 만들어 내서라도 말이다. 

 

‘오래된 기억’을 형용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언젠가, 있던 자리’ 라는 거. 

 

시간과 순간은 사라짐의 연속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이 흘러가고 있다. 시인은 이 흐르는 시간을 잡아두려 애쓰며 우리가 그 시간을 기억하고 기록한다면 그 시간과 대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우린 무엇이었고 누구였냐고 물으며 지나가버린 순간을 되뇌이고 되뇌인다. 어쩌면 우리가 ‘시간’이라고 부르는 그 무언가도 우리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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