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지나서야 이해하게 되는 사랑 - 애프터썬 [영화]

때론 어떤 사랑은 시공간을 뛰어넘기도 하니까
글 입력 2023.06.1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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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샬롯 웰스의 장편 데뷔 영화이자, 제5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수상작인 [애프터썬]은 소피와 소피의 아빠인 칼럼의 튀르키예 여행을 담아내고 있다. 오래된 캠코더에 담긴 흐릿한 모습과 캠코더 밖의 모습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이 영화는 캠코더 안과 밖의 서로 다른 칼럼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묘한 일그러짐을 느끼게 한다. 당시의 소피는 몰랐지만, 캠코더의 영상을 돌려보고 있는 현재의 소피와 관객들은 알 수 있는 칼럼의 감정을 따라가며 영화를 감상해보고자 한다.

 

 

 

미완의 어른이자 젊은 아빠


 

영화가 진행될 수록 관객은 그 묘한 어긋남의 시작이 칼럼의 우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안다. 이제 막 서른이 된 칼럼은 11살의 딸을 가지기엔 아직 너무 젊고 어리다. 칼럼은 아직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미완의 어른이다. 그에게 고향인 스코틀랜드는 엄마에게 받은 상처로 가득한 과거의 공간일 뿐 어떠한 소속감도 느끼지 못하는 곳일 뿐이다. 

 

과거의 자신의 생일에 엄마에게 받았던 상처를 고백하며 "아빠가 11살 떈 지금 뭘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 라는 소피의 질문에 칼럼은 벌컥 화를 낸다. 11살의 그에게 지금 현재 자신의 우울과 불행은 생각치 못했던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생활고를 겪고 있으며 그 때문에 이혼까지 한 칼럼은 자신의 인생을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힘든 어른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사랑하는 딸인 소피가 겪게 하고 싶지 않아하는 아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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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나고 서툴어도 사랑이니까


 

칼럼은 소피와 우스꽝스러운 춤을 함께 추고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하며 소피와 행복한 휴가를 보내려고 노력한다. 소피에게 호신술을 가르치고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라는 다정한 말을 건네면서 자신이 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소피에게 전한다. 

 

소피가 건내는 생일축하를 오롯이 받지 못하고 축하와 자신의 처한 상황에서 오는 괴리감을 견디지 못해 결국 무너지는 순간도 맞이한다. 하지만 칼럼은 소피가 자신의 우울을 닮았을까 가슴 철렁해 하는 딸을 사랑해 마지않는 아빠이며, 자신은 미완이더라도 딸은 온전한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아빠다. 

 

 

"그런 기분 있잖아, 집으로 돌아왔더니 지치고 멍한데 뼈들이 제대로 안 움직이는 느낌. 몸에 힘이 없고 다 그냥 지쳐서 가라앉는 것처럼 이상한 기분 말이야."

 

- 극 중 소피의 대사

 

 

칼럼은 소피가 미래에 볼 영상을 기록하는 캠코더에 자신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소피에게 해주고 싶은 말만을 담는다.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을 그리며 왔을 튀르키에 여행에서 칼럼은 미래의 소피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계속해서 건네며 견뎌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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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깨닫는 사랑


 

영화는 소피가 볼 수 없었던 장면들도 담고 있다. 칼럼이 혼자 호텔방에서 오열하는 모습이나 밤바다에 뛰어드는 모습, 마지막 장면에서 찍고 있던 캠코더를 내리고 어두운 방으로 사라지는 모습 등은 소피가 실제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그 당시 아빠의 나이가 된 소피가 칼럼이 짓던 표정과 같은 표정으로 캠코더의 영상을 보며 상상해보는 칼럼의 모습이다. 이제는 당시 칼럼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소피가 그 상황을 견디면서도 칼럼이 자신에게 보여준 사랑을 깨닫는 지점이기도 하다. 

 

20년이 지나서야 소피는 칼럼의 사랑을 오롯이 깨닫는다. 극 중 과거와 현재의 소피가 교차되며 칼럼과 춤을 추는 시퀀스에 깔리는 Queen 의 Under pressure는 이제는 반대로 소피가 칼럼에게 건네는 사랑의 말이다. 

 

본인에게는 또 한번의 기회를 주지 않았으면서도 자신에게 건내는 사랑때문에 삶을 견뎌내던 칼럼에게 전하는, 그래서 자신에게 '아빠와의 여행'이라는 사랑의 기억을 남겨준 아빠에게 건내는 사랑의 말인 것이다. 

 

그때의 아빠를 이제는 다 이해한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국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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