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완전

글 입력 2023.06.1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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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함의 실종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방영했던 ‘성난 사람들(=비프)’이라는 미국 드라마를 봤다. 아시아계 배우 주연의 미국작품이자, 한국계 감독이 맡은 작품이다. 비슷한 작품으로 미나리, 기생충 등이 있지만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신박하다.

 

작품은 재미교포인 대니와 부유한 아시아계 여성인 에이미 사이에서 생긴 사소한 차 문제로 악연을 맺고, 계속 성난 상태로 서로에게 복수하다 결국 서로의 인생은 파국을 맞게 된다. 대게 이런 주인공 컨셉들은 계급 갈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 작품은 스스로의 내면과 개인적인 삶의 분노가 그들의 갈등을 야기한다. 그러면서 현대인은 사회적 압박에 의해 내면에 쌓인 분노와 증오로 온갖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동시에 그것들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을 망칠 수도 있단 것을 알려준다.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 중 하나이다. 현대인들은 왜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화가 나는 걸까, 왜 우리 사회는 점점 개인주의로 변해가는 걸까. 사실 예전에도 예민한 사람은 꾸준히 예민했을 것이고, 화가 많은 사람은 많았을 것이며, 개인적인 사람은 개인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에서 이러한 주제를 다룬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음이 틀림없다.

 

4월 5일자 뉴욕타임즈에는 대니의 ‘나는 웃는 게 지긋지긋해’란 대사를 인용해서 대니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코로나 때문인지, 문화 때문인지, 경제 때문인지 지금 사람들은 화가 나 있다. 고 실려있다.

 

나는 이러한 문제점의 원인은 현대사회에 있다고 본다.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도,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지만 세상은 우리에게 직·간접적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한다. 반듯한 인성, 높은 스펙, 유연한 사회성을 가지는 것 등. 사실 완전함이란 기준조차 모호하고, 정의 내릴 수 없다. 어쩌면 죽기 전까지 불완전한 상태에 머물지 모른다. 그럼에도 사회가 요구하는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한 인간에 닿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있다. 마치 결승선 없는 마라톤을 달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사회에 사는 우리가 어찌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지치는 게 당연한 결과 아닐까.

 

다양한 직업이 생기고 있지만, 특히 크리에이터, 인플루엔서, 연예·정치인의 영향이 크게 미치는 요즘이다. 우린 그들을 갈망하고, 시샘하고, 닮고 싶어 한다. 우리 눈엔 그들이 완전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소한 행동이나 발언으로 이런저런 논란에 휩쓸려 비난받는 그들은 스스로를 완전하다고 생각할까. 그들도 불완전한 존재일지 모른다. 아니 불완전한 존재이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욱. 실상은 본인만 아는 것이기에 그들의 삶을 열망하는 것조차 그들에겐 무례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어쩌지, 남들의 미움을 사면 어떡하지 전전긍긍하다 내면은 나도 모르게 분노와 증오가 쌓인다. 계속해서 쌓인 분노는 언제 어디서 표출될지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우리는 먼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싫어하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 좋은 감정을 쉽고 빠르게 드러낸다.

 

모순이 들끓고 부패가 만연한 불완전한 사회에 사는 우리가 불완전하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불완전한 스스로를 받아들임으로써 나를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게 어떨까. 돌아보면 나의 불안전성에 손가락질하고 찌푸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 명 있다면 그건 바로 나 자신이다. 타인과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끼며, 자책하고, 스스로를 끌어내렸던 지난 시간들이 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보듬어주기 바빴다. 물론, 나도 주변 사람의 불안정성을 발견한다면,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인간미가 있다며 농담을 건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불안을 두려워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 모두는 언젠간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남은 시간은 그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사랑하기도 모자란 소중한 시간들을 증오와 분노에 낭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서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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