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흉측한 얼굴과 일그러진 내면 너머 사랑의 결여 [공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속 팬텀 분석
글 입력 2023.06.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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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크리스틴을 다룬 오피니언에 이어, 이번에는 팬텀을 다루고자 한다.


팬텀은 이 뮤지컬의 핵심적인 캐릭터이지만, 어찌 보면 이 스토리의 빌런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는 남자이다. 좌중을 압도하는 위엄을 가지면서도, 잔혹한 사건을 벌이는 난폭함을 지녔으며, 마지막에는 연민을 가지게 만드는 면모까지 있어 상당히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1. 사랑받지 못했기에 사랑할 줄 모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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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 you’ll share with me one love, one lifetime

Lead me, save me from my solitude

 

- ‘The Point Of No Return’ 中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자신이 보고들은 모든 것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팬텀은 철저히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그의 어머니도 그를 낳은 후 버렸고, 유랑 극단에서도 그는 철창 속에 갇힌 채 떠돌았다. 그 후 오페라 극장에서도 그는 늘 지하에 홀로 살았다.


결국 그는 사랑받지 못했기에 사랑할 줄 모르는 남자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폭력적으로 대했던 것처럼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그는 오페라 극장에서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그 광경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비웃곤 했다. 오페라 극장은 팬텀이 만들어낸 거대한 철창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팬텀에게 크리스틴의 등장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자신의 흉측한 얼굴 때문에 쉬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었던 팬텀에게 크리스틴은 제 음악을 실현해줄 사람이었다. 그가 거울을 통해 크리스틴 앞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는 음악적인 교류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크리스틴에게 자기 얼굴을 들키고부터 상황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크리스틴이 호기심에 팬텀의 마스크를 벗긴 후, 팬텀은 자신의 약점이 들켰다는 생각에 분노에 차 윽박지르다가도 자신의 얼굴 대신 내면을 봐달라며 약한 모습을 보인다. 처음에 크리스틴은 그 분노에 대한 공포로 두려워하다가도, 결국에는 가면을 돌려준다. 팬텀의 얼굴을 보고 혐오스러워하거나 비웃는 모습이 아닌, 온정을 건네는 모습. 단순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 행위는 팬텀의 견고한 마음의 벽에 작은 균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마음의 벽이 무너지는 순간은 아마 천사상 뒤에 숨어 크리스틴과 라울이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을 지켜볼 때가 아니었을까. ‘어둠 없는 세상’, ‘자유’, ‘안식처’, ‘미래’. 팬텀이 감히 다가갈 수조차 없는 단어를 두 사람은 함께 약속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광경은 팬텀이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던 것이었다. 그곳에서 팬텀은 처음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을 갓 깨달은 이가 어떻게 능숙하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그동안 자신이 해온 폭력적인 방식을 유지하거나 혹은 그가 지켜본 모습을 모방하는 것밖에 없었다. 오페라 <돈 주앙의 승리>에서 자신이 무대 위에 오르며, 팬텀은 크리스틴에게 고백한다. 라울이 했던 고백을 그대로 따라 하며, 그리고 으레 많은 연인이 그러하듯 반지를 그녀의 손에 끼워주며. 그것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고백이었다.


하지만 팬텀은 크리스틴의 연인도, 안식처도 되어줄 수 없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기에.

 

 

 

2. 흉측한 얼굴, 그 속 더 흉측해진 마음



 

 

This face – the infection which poisons our love

This face, which earned a mother’s fear and loathing

A mask, my first unfeeling scrap of clothing

 

- ‘Final Lair’ 中

 

 

팬텀은 자신을 낳은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이후,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자신의 흉측한 얼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자신의 흉측한 반쪽을 가면으로 가린 채 살아가며, 그 가면이 벗겨졌을 때 비정상적일 정도로 화를 크게 내고 모든 위엄을 잃은 채 급격하게 초라해진다. 그와 더불어 팬텀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사람들을 피해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서 살아간다. 팬텀에게 가면은 제 약점을 가릴 수 있는 방패이자 사람들에게서 벗어나는 피난처가 되어준다.


팬텀이 저지른 모든 악행의 이유 또한 결국에는 ‘내 얼굴 때문에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가치관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팬텀에게 애정을 주지 않기에 팬텀 또한 그들에게 애정을 느낄 순간도, 그럴 이유도 없었고, 그래서 팬텀이 죄책감 없이 살인을 저지르거나 폭력적으로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기구한 사연과는 별개로, 팬텀이 오페라 극장에서 저지른 잔인한 행위는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 범죄의 동기와 그 행위는 별도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며, 열악한 배경에 있는 모든 사람이 팬텀처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당연히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지점이 결국 팬텀이 크리스틴과 이어질 수 없었던 이유이다.


 

This haunted face holds no horror for me now

It’s in your soul that the true distortion lies

 

- ‘Final Lair’ 中

 

 

크리스틴이 팬텀을 두려워한 이유는 그의 얼굴이 흉측해서 아니었다. 과격하게 나오는 그의 모습, 그리고 그 이후 벌어지는 잔인한 사건들. 즉, 크리스틴은 그의 뒤틀린 내면을 더욱 두려워했다. 하지만 단순히 말로는 설득이 되지 않았기에, 그녀는 그의 흉측한 맨얼굴에 입을 맞추며 몸소 행동으로 보인다. 그의 흉측한 얼굴도 받아들이고 그를 사랑해줄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래서 팬텀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가치관은 그를 사랑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등장만으로도 깨질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가치관이 깨지는 순간, 그는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벌인 악행의 피해자들은 어쩌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그렇기에 자신의 악행은 절대 용서받을 수도 없다는 것을. 심지어 크리스틴에게조차도.


 

Masquerade

Paper faces on parade

Masquerade

Hide your face so the world will never find you

 

- ‘Final Lair’ 中

 

 

처음에 팬텀이 버림받은 이유는 그의 흉측한 얼굴 때문이었을지라도, 그 이후에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숨어들고, 그들을 해치면서 그가 받을 수 있었던 사랑을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밀어내 버렸다. 그 때문에 결국 자신이 사랑한 크리스틴과도 이어질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뒤늦게 밀려오는 수많은 악행에 대한 죄책감. 그것이 팬텀에게 내려진 가장 큰 벌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는 처음으로 그가 크리스틴에게 받았던 온정을 되돌려 베풀며 크리스틴과 라울을 보내주고, 그의 은신처에서 떠나 감쪽같이 사라진다. 팬텀을 보호해주었지만, 그와 동시에 그를 구속했던, 그의 가면을 드디어 내려놓은 채.


*


팬텀은 비록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씻어낼 수 없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기에 크리스틴과 미래를 약속할 사람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죄책감과 함께 본인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은 그의 구원을 의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 오피니언은 팬텀으로부터 크리스틴을 지키고 그녀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남자 주인공, 라울에 관하여 이야기할 예정이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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