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책을 좋아해요 그리고 종이접기도요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6.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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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이라는 책을 읽었다. 창비에서 진행한 ‘소설 Y클럽’이라는 이벤트에 당첨되었고, 책이 정식 출판되기 전에 나는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출판되기 전의 책을 받아 본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였다. 남들보다 먼저 무엇인가를 읽는다는 것이 기대되었고, 출판 후에 바뀔 수 있는 것의 바뀌기 전 모습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와 그 설렘이 합쳐져 작품을 읽는 내내 즐거웠던 것 같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은 전교에서 세 명뿐인 도서부 부원 세연, 모모, 소라의 이야기다. 이들은 도서부 일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종이접기를 한다고 하여,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이라는 이름을 짓는다.

 

  
비 오는 날 학교는 다른 공간이 된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복도는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교실 벽에 묻은 별 것 아닌 얼룩도 의미심장해 보인다.
 


다소 으슬으슬하고 음험한 분위기로 막을 열고 있다. 세연, 모모, 소라가 다니는 학교 도서관에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날 마침 세연이 종이학을 접어 달라고 부탁하는 귀신을 만나고, 작품이 시작한다.

 

세연이가 귀신을 만난 것은 모모와 소라에게도 이슈가 되는 한편, 학교를 졸업한 한 선배(한장휘)까지 학교에 다시 찾아오게 만든다. 이들은 종이학 귀신의 정체와 학교에 나타나는 여자아이 귀신의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증을 가진다. 그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곧 이 작품의 줄거리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완전히 적을 수는 없지만 귀신의 정체와 도서관에 담긴 이야기 등은 잠시도 독서를 멈추지 못하게 계속 궁금증을 자극한다.


처음에는 이 책이 그저 중학생 아이들의 우정에 관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귀신의 비밀을 밝혀낼 때를 비롯하여 무슨 일을 하든 셋이 함께 하고, 때로는 짓궂은 장난을 하면서도 서로를 위하고 감싸주려는 것이 담긴, 아주 따뜻한 작품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결코 그렇게 마냥 다정하고 따뜻하기만 한 작품은 아니었다. 조금은 아픈 이야기, 들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흥미로우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도 있었다. 작가는 창비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드라마를 위해서 소설 속 인물을 희생시키거나 고통에 빠뜨리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특히 실제로 존재하는 역사적인 일을 다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실존 인물이 아니라 제가 만든 인물들이기는 하지만, 과거에 그런 인물들이 존재했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쓴 것이라 저에게는 실존 인물이나 다름없었어요. 가능하면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너무 큰 고통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썼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책은 긴장감을 일으키는 순간에도 다른 작품에 대비했을 때는 큰 걱정이 들지 않는데, 작가의 위와 같은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나 보다.


내가 이 책에서 좋았던 것은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야기보다는 주인공들의 관계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중학생 시절 친구들을 떠올려 봤다. 나에게는 이런 친구들이 있었나, 나는 그들에게 이런 친구가 되어 주었을까 등을 생각했다. 그들과는 지금도 잘 지내고, 때때로 만나 (그때는 마시지 못했던) 술을 마시며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한다. 어릴 때는 미래에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금은 슬픈 변화가 있기는 하다.

 

그래서일까. 순수하면서도 강하게, 또는 여리게 그 순간을 만끽하는 주인공들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의 두터운 우정도 말이다. 사이 좋은 주인공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아이들도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멀어지게 될까’하는 치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작가가 설계해 놓은 이야기들도 물론 좋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각자의 어릴 때를 떠올려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 어린 시절은 말고, 주인공들처럼 중학생 시절 정도를 말이다. 이 소설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지만, 어릴 때 한 번은 상상해 보고 꿈꿨을지 모르는 내용들을 하고 있어, 신기함보다는 흥미로움을 더 일으킨다. 그 흥미로움과 등장 인물들의 우정, 이야기에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를 감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한 팀이잖아. 무모한 일이든 용감한 일이든 다 같이 하자.
 


이 책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어떤 무서움에, 어떤 어려움에, 어떤 두려움에도 함께 직면할 수 있는 존재들이 우리에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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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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