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이 전부같잖아 [도서]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추천
글 입력 2023.06.1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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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책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다.

 

이 책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한 때는 중학생 때였다. 중학생 때 나는 학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는 게 취미이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와 생각해보면, 도서관에 나밖에 없다는 게 좋았던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나밖에 없는 도서관에서 표지에 이끌렸던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할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다. 책 표지에 적힌 책 제목 속 “사서함”과 “우편물”에 ‘이건 굉장히 서정적인 내용의 책이군.’이라고 생각한 나는 주저 없이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 도서관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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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그날부터 도서관을 가는 이유가 변했다. 나는 장소가 좋아서 가던 그곳을 한 책을 읽기 위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을 다 본 날, 잔잔하게 남은 여운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흘러, 고등학생 때 간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필독도서를 찾다가 내가 찾던 책 옆에 꽂혀있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보았다.


‘이게 여기도 있네?’싶어 반가운 마음에 책을 꺼내 들어, 내가 좋아하던 글귀가 적힌 페이지를 열어봤다. 그곳에 중학생 때 참 좋아했던 글귀가 그대로 있는 걸 보고, 왠지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대로다.”라고 중얼거리며 그 책을 뒤로하고 학교에서 읽으라고 했던 책을 찾아 빌려 도서관을 나섰다.


그리고 이번에, 오랜만에 책을 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저런 책을 구매하다가 문뜩 떠오른 제목에 검색해보니 이북이 있어서, 같이 구매했고 원래 보려던 책을 뒤로하고 결국 3번째로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공진솔이라는 라디오 작가와 이건이라는 새로 온 라디오 피디 사이에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이다. 물론, 진솔과 건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이고, 둘 사이에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도 재밌지만, 내가 이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책에 쓰인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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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저녁 햇살이 강물에 반짝이며 떠다니고 있었다(p.10).”

“사뿐사뿐 얼마나 곱게들 쓰는지(p.16).”

“햇빛 아래 하얗게 빨래를 너는 것처럼 한 점 거짓도 없이 속을 다 보여준 그때(p.100).” 

 

이런 문장이 날 이 책에 빠지게 하였다. “글을 보면, 쓴 사람을 안다.”라는 말을 알려준 사람이 이 책의 작가인 이도우 작가다.


그리고 이도우 작가가 표현하는 사랑도 좋다. “편지 사연은 마포우체국 사서함 110호, 노래 실은 꽃마차 담당자 앞으로 부쳐주시면 저희가 소중하게 받아서 띄워드리겠습니다(p.29).”

 

진솔이와 건이가 처음 만난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기 위해 받던 장소, “마포우체국 사서함 110호”, 그래서 책의 제목도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라는 것이 좋다.


“이상한 사람. 하루에도 몇 번씩 미웠다 고왔다 하는 사람(p.85).” 그곳을 표현하는 건이도 좋고,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 진솔 씨는, 나한테 일기장 같은 사람이에요(p.72).” 건이가 표현하는 진솔이는 어딘가 슬프고, 

 

“다만 그 어떤 경우라도 다시는 서울이 싫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라고 진솔은 소리 없이 속삭였다. 외롭고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저 남자를 만나게 한 도시니까 미워하진 않을 거라고 속삭였다(p.99).” 

 

누군가를 만났다는 이유로 자신을 힘들게 한 공간이 밉지 않아지는 건 어떤 감정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은 이 부분이다.

 

그리고 그 글귀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그 모순 속에서도 사랑들이 편안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눈물 흘리더라도 다시 손 붙잡고 밤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건 무슨 마음인지. 무사하기를. 당신들도 나도, 같이(p.169)”

 

그러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이해인의 〈말을 위한 기도〉라는 시 한 편이 적힌 부분이다. 자신의 글이 방송을 타며 사라진 것에 슬퍼하는 진솔이를 위로하는 건이의 마음이 잘 전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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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작가가 궁금해진 유일한 책이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서 이런 문장을 구사할 수 있을까. 세상을 보는 눈이 빛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그리고 책 속의 진솔과 이건이 어디선가 잘 살아 있을 것도 같은 책이다.


잔잔하지만, 재밌고 매력 있는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미 너무 유명해서 다 봤을 수도 있지만, 드라마화 소식이 들리던데, 드라마 전에 소설로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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