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자인아트페어에 모인 각양각색의 이야기

글 입력 2023.06.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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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렸던 디자인아트페어에 다녀왔다.


예전에 몇 차례 가봤던 페어는 일러스트페어, 핸드메이드페어 등 모두 주제가 뚜렷한 페어라서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예상하기가 쉬웠다. 일러스트페어에서는 어떤 방식이든 그림으로 그려진 모든 것이 모였고, 핸드메이드페어에서는 식품 종류부터 공예품까지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온갖 제품이 등장했다. 이에 비해 디자인아트페어는 ‘디자인’도 ‘아트’도 너무 광대한 개념인 데다가 주제까지 ‘청춘별곡’이라니, 할 수 있는 이야기도 표현 방식도 무궁무진해 보였다.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궁금해졌다.


페어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캘리그라피, 도자기, 회화 등 한 가지 표현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분야의 작품과 작가를 만나볼 수 있었다. 페어의 가장 큰 매력은 작품을 감상하면서도 그 작품을 만든 작가와 직접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페어가 전시와 팝업스토어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유통 과정에 관여하는 플랫폼과 가게가 늘어나며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건 쉬워졌지만 작품을 만든 사람과 그걸 사는 사람이 직접 만나기는 어려워졌다. 이런 시대에 페어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소통의 장이다. 이번 페어 역시 소비자(감상자)는 생산자(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법을 사용해 만들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고, 생산자(작가) 역시 자신이 작품이 소비자(감상자)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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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시간을 따라가면 보이는 것(유상희 작가) - 페어를 둘러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섬세한 그림에 눈이 닿았다. 보태니컬 아트를 하는 유상희 작가였다. 독립출판으로 ‘식물의 언어’라는 보태니컬 아트 화보집도 냈다는 작가님은 보태니컬 아트에 열정이 가득한 분이었다. 책에는 정성 들여 그린 보태니컬 아트와 함께 각 식물에 얽힌 전설이 실려 있다.


꽃과 풀을 그린 그림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건 대추와 귤을 그린 작품이었다. 작가님은 우리나라 문화에서 대추가 다산과 장수를 상징한다고 설명하며 해당 그림도 성공과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그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상에서 흔히 보던 열매를 먹는 대신 들여다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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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건네는 섬세한 이야기(마상열 작가) - 보통 ‘나무 공예’라고 하면 책상이나 의자처럼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가구를 떠올리기 쉬운데, 마상열 작가의 작품은 작은 소품류가 대부분이었다. 모두 가까이 봐야 그 진가가 드러나는 섬세한 작품들이었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것을 나무로 만들었다는 사실. 드라이플라워를 활용한 것처럼 보이는 꽃줄기 역시 모두 나무라는 이야기에 놀라 자세히 보니 비로소 나무 껍데기를 얇게 벗겨낸 모습이 보였다.


‘꽃수다’라는 제목의 작품을 유심히 보고 있자 작가님이 뜻밖의 퀴즈를 내주셨다. ‘이중 가장 수다를 길게 떠는 꽃은?’. 정답은 ‘후’ 하고 불었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떨리는 파란색 꽃이었다. 적극적으로 작품을 설명해주셔서 혼자 봤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법한 것들을 알게 되었다. 이게 바로 페어의 재미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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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의 향기가 피어나는 곳(콜랭 에 클로에) - 콜랭 에 클로에의 부스 공간은 ‘콜랭 에 클로에’라는 이름을 가진 빈티지 카페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브랜드의 개성이 뚜렷했다. 섬세하게 꾸며진 공간에는 접시와 컵, 인센스홀더 등 작은 소품들이 가득했고, 정성이 깃든 소품들이 평화롭고 안락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여러 소품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마들렌 모양으로 만들어진 엽서 홀더와 마들렌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컵이었다. 딱딱한 도자기인 걸 알면서도 어디선가 향긋한 빵 냄새가 나는 것처럼 생생한 이 소품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물면 특정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소설처럼, 마들렌 모양의 소품이 우리를 잊고 있던 좋은 기억으로 이끌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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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으로 물든 천진한 웃음(문경 작가) - 6월에 잘 어울리는 초록이 가득한 문경 작가의 부스에도 발길이 머물렀다. 자연을 배경으로 뛰노는 동물들을 그린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동물들의 표정이다. 생기 있으면서도 익살맞은 표정을 보고 있으니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노란색과 초록색이 두드러지는 색감은 마음의 안정을 주고, 다정하고 따스하면서도 재치가 있는 동물들의 모습은 그림책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멈춰 서서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작품들이다.

 

*

 

제14회 디자인아트페어는 작가 각자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을 보는 재미가 있는 행사였다. 그러나 개성 넘치는 부스를 다 둘러보고 페어 끝부분에 있었던 ‘그레고리 데 라 히바 초대전’까지 보고 나오니 왜 페어 제목이 ‘청춘별곡’인지 궁금해졌다. 이 많은 작품을 청춘별곡이라는 주제로만 풀어내기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봤던 수많은 작품과 청춘별곡을 연결시키다 보니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청춘의 본질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세상에 이미 있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굳이' 새로운 일을 벌이는 사람을 우리는 오랫동안 '청춘'이라 불러오지 않았나.


그러니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모두 청춘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작품 활동을 오래 했든 최근에 시작했든,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디자인아트페어는 청춘별곡 그 자체였다.


무엇이든 열심히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보고 오면 나도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진다. 나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일까. 열심히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겨봐야겠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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