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 - 뮤지컬 '시카고'

글 입력 2023.06.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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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시카고에서, 살인죄로 잡혀 들어온 ‘벨마’와 ‘록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벨마는 동생과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후, 두 사람을 살해했다. 그녀는 카운티 교도소에서 유명 인사다. 제일 잘 나가는 스타 살인마라고 불린다.

 

하지만 벨마에게 향한 관심을 빼앗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록시다.록시는 남편 에이모스를 뒤로하고 다른 남자와 외도했다. 그러나 남자는 록시를 진심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록시는 자신을 배신한 남자에게 총을 겨눴다. 록시도 살인죄로 잡혀갔고, 변호사 ‘플린’을 만나 언론플레이를 통해 큰 관심을 받게 된다.

 

<시카고>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25년간 1만회 이상 공연한 흥행 뮤지컬이다. 토니상, 올리비에상 등 세계 최고 권위 시상식에서 55개 부문을 수상했다. 아직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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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신시컴퍼니

 

 

1920년대 미국을 상상해 보면, 한 시대의 획을 그은 역사적인 세기다. 산업들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전반적인 소비의 증가로 경제 호황을 누리던 시기였다. 특히 신문물의 발전으로 대중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 언론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매일 새로운 소식과 자극적인 이야기가 세상을 뒤집어 놓기 때문이다. 록시가 왜 언론플레이까지 펼치며 큰 관심을 받고 싶어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록시가 불렀던 곡 Roxie를 들어보면 그녀가 원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많은 사람이 그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모습과 당시 인기 여배우까지 밀려나며 자신이 1위를 차지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마치 자신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시크릿 명상 같기도 하다. 그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 결국 록시의 이름은 신문 헤드라인에 등장한다.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기에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무대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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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신시컴퍼니

 

 

극에서 유명한 곡 중 하나인 We Both Reached for the Gun. 변호사 ‘플린’은 복화술로 록시의 말을 대신해 준다. 그리고 록시는 입만 뻥끗하며 표정 연기에 몰입한다. 마치 인형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플린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눈에 띈다. 언론을 장악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겠다는 당당한 모습이 보인다.

 

When You're Good To Mama. “마마에게 잘하면 마마도 잘해준다”는 가사가 등장한다. 교도소의 여왕으로 불리는 ‘마마’는 자신에게 적당한 대가를 주면 잘해준다고 말한다. 마마도 언론플레이에 힘을 가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교도소 죄수들을 유혹하며 돈을 받으려고 하는 속셈까지 보인다. 마마의 탐욕적인 모습은 당시 시카고 배경과 닮아있다. 탐욕적이면서 이득을 얻으려는 모습 말이다. 마마의 파워풀한 가창력은 관객들의 속을 뻥 뚫리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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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신시컴퍼니

 

 

가장 좋아하는 넘버 Cell block Tango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 새로웠다. 한 유튜버의 커버 영상을 시청한 뒤, 한껏 취해있었던 때가 있었다. 여성 살인범 6명이 등장해 살인한 이유를 나열한다. 모두 자신은 죄가 없다며 주장한다. 헝가리 여성은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하지만 관객은 자막이 없어 알아들을 수 없다. 그저 ‘No guilty’라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대사만 선명히 들린다. 결국 헝가리 여성이 무슨 말을 했는지 끝까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그는 살인을 저질렀지만, 무죄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사형을 선고 받았고, 안타까운 비극을 맞이했다.

 

뮤지컬 <시카고>를 보면서 우리는 어떤 요소에 집중해야 할까. 1920년대와 2023년의 세월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많은 발전과 성장을 통해 세상은 변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부패와 살인, 탐욕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아직 존재한다. 끝없는 탐욕으로 인해 부정한 방법을 이용해 정상을 향하는 사람들. 언론을 이용해 잘못된 사실이 전파되는 현상. 혐오와 차별로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까지. 

 

1920년대 시카고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유심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들리는 말 곧이곧대로 믿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잘못된 탐욕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시카고에서는 신문이 사회 분위기를 주도한다면, 지금 우리에겐 인터넷이다. 방대한 정보가 우리의 삶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많은 정보를 접하기 전, 과연 사실이 맞는지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간접적인 교훈을 주었던 것이 아닐까.

 

시카고를 볼 예정인 관객에게 작은 제안을 하자면, 자막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국어로 접하다 보니, 스토리를 잘 파악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시카고>의 매력은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 연기다. 오페라글라스를 대여하며 배우들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표정을 보며, 점점 빠져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탐욕적인 눈빛과 좌절하는 순간을 마주했을 때, 허망해지는 표정 등등. 배우들 개인마다 지닌 개성을 날 것 그대로 느끼길 바란다. 아마 당신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선사해 줄 것이다. 관람을 마치고 나온 당신은 아마 올댓재즈를 흥얼거릴 것이 분명하다.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 홀에서 8월 6일까지 진행된다.

올여름, 1920년대 시카고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길 바란다.


 

[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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