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행복하니? 행복해야 할텐데 [사람]

생일전야
글 입력 2023.06.04 21:2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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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나는 생일이 좋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마음이 아직 어려서 껍데기뿐이라도 축하를 받는 것이 좋다.

 

선물은 딱히 중요치 않다. 바라는 것은 말이다. 생각하고 기억하며 건네는 마음이 좋고 그렇게 받은 말들이 상반기에 지친 나를 간신히 살려 하반기로 내몬다.

 

올해의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괜히 사랑을 바라는 것이다. 사랑과 관심과 다정이 내게 찾아오기를. 기적처럼.

 

그래서 실망은 자연스레 예비된다. 우리의 취미가 아무리 기대하는 것, 백 번을 실망한대도 기대하는 것이래도 실망이 거듭되면 지치는 류의 사람이 있다. 스무 살이 되던 밤 이후로 나는 기대하는 법을 잊어버리려 노력했다.

 

그렇지만 어쩐지 여전히 저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이유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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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친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6월이야. 너의 달이야.

 

나는 그 이후로 6월을 나의 달로 삼기로 했다. 이름자에는 가을 하늘이라는 말이 들어가지만 가을이 오려면 여름을 지나쳐야 하니까. 여름을 살아내야 가을이 올 수 있다.

 

요즘은 마음을 뜯어서 꺼내고 싶다. 눌어붙은 것들을 긁어내고 거스러미들을 뜯고 찢어가며 온갖 나쁜 것들로 더럽게 떡진 마음을 씻고 싶다.

 

그러다 정 안 되겠다, 겉면은 깨끗해졌지만 속에서 더러운 고름이 자꾸 나온다 싶으면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운 마음을 꺼내고 싶다. 새 마음을 받아서 다시 물로 씻고, 먼지가 붙지 않게 조심하며 닦고 좋은 향이 나는 향수도 뿌려서 환기가 잘 되는 곳에 조심히 내려놓고 싶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가도 아는 곳에 머물고 싶다. 아주 새로 시작하고 싶다가도 여길 떠나서 살 수 있을까 싶다. 어딘가로 돌아갈 때마다 내가 이곳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아버리는 사람에게, 마음을 두고 온 곳이 너무 많아서 발 딛고 설 곳을 잊는 사람에게 새로운 정착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에게야말로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 나의 두려움을 깰 수 있는 강력한 동기,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 같은 기회를 바라기만 해서는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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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할까 생각했는데 할 일이 많다는 핑계로 다시 앉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고 구름은 짙어서 비가 올 것 같다.

 

마음을 뜯어버리고 싶은 날들의 연속이다. 비가 오면 끈적한 것들이 좀 쓸려 내려갈까. 그렇지만 축축한 생일은 싫다. 그렇지 않아도 눈이 매일 축축한데, 굳이 날씨까지 보태주지 않아도 괜찮다.

 

몇 시간 후면 생일이다. 나의 외로운 생일이 돌아왔다. 무슨 영화를 볼까 고르다가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플랫폼에서 내려갔다는 걸 깨달았다. 기다려 주지 않는 것들은 왜 이렇게 많을까.

 

행복하니? 행복해야 할텐데.

 

생일을 축하해.


 

[김지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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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kim
    • 많이 늦었지만 생일축하해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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