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양한 시도에 맞춰 변주하는 행복의 멜로디 -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라울 뒤피

라울 뒤피를 만나다
글 입력 2023.06.0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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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서울_퐁피두_뒤피_포스터1.jpg

 

 

포스터 속 밝고 따뜻한 색감에 이끌려 관람하게 된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 라울 뒤피〉. 현재 더현대 서울과 예술의 전당 두 곳에서 전시를 개최 중인만큼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나에게 라울 뒤피라는 이름은 낯설었다.

 

뒤피는 평생 다양한 예술 사조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무쌍한 기법들을 활용하면서도, 고유한 개성을 잃지 않는 견고함을 지닌 화가이다. 평생 삶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주제로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라울 뒤피, 그의 개성들이 돋보였던 작품들을 함께 살펴보자.

 

 

화가가 자신의 색채로 빛을 담아내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이 그린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이해하도록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색채가 아닌 빛에 의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순간의 인상을 아름답게 포착하는 인상주의에 매료된 뒤피는 색채 실험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객관적인 색의 재현보다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재해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빛을 그대로 보는 걸 넘어 빛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명료하게 품어야 하는 이유이다. 자신의 색채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걸 보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La Fée Electricité (partie gauche), 1937(1).jpg

 

 

색채 실험 끝에 갖게 된 그의 파스텔톤 색감은 이후 다른 예술 사조에서도 꾸준히 등장하며 뒤피의 정체성이 된다. 따뜻한 색채와 빠른 붓 터치로 풍경을 담아낸 풍경은 근심을 잠깐 내려놓고 여유로운 멜로디를 연주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Les Cavaliers sous bois (La Famille Kessler), vers 1931–1932.jpg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접하게 된 뒤피는 강렬한 색상을 활용하는 야수파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전통을 거부하고 혁명을 지향하는 야수파의 모토에 걸맞게 당시 뒤피의 작품은 강렬하지만 마냥 거칠지는 않은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피사체의 윤곽선은 특히나 매력적이다. 강렬한 윤곽선을 오래도록 바라보다 보면, 자연스레 피사체와 그의 시선으로 시선이 이동한다. 알 수 없는 표정의 인물들은 삶이 주는 긍정적인 감정만을 다루기보다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보여주려고 하는 듯하다.

 

그의 인상주의적 작품들처럼 여전히 경쾌한 색감을 사용함에도 전혀 다른 분위기로 다가온다.

 

 

Portrait de Madame Bignou (Portrait de Madame Geismar), vers 1938..jpg

 

 

뒤피가 그린 초상화도 마찬가지다. 눈에 초점이 없거나 어디를 바라보는지 모르겠는 눈빛들은 그 눈빛에 담긴 사연을 궁금하게 만든다.

 

한편 공존하는 따뜻한 색감과 인물의 오묘한 미소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무난한 뒤피의 작품들이 ‘뒤피스럽게’ 여겨졌던 건 그의 그림에 스며들어 있는 밝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묘한 매력 때문이 아닐까.

 

 

Robes pour l'été, 1920.jpg

 

 

당시 민중예술을 천하게 여겼던 화가들과 달리, 뒤피는 작물, 도자기 등 실용예술 작품들도 적극적으로 만들었다. 그중에서 흑백의 대조로 이루어진 ‘거북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작물 시안 ‘거북이’는 언뜻 보면 꽃밭 같기도 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나뭇가지 사이에 있는 거북이 4마리가 마치 꽃처럼 숨은 그림 찾기를 하고 있다.

 

자연을 탐구하며 신선한 조합으로 구상하고, 장인처럼 만들어낸 작은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거북이 꽃밭을 이루다니. 정형적인 예술의 흐름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작품을 관람하는 재미까지 더하는 섹션이었다.

 

 

KakaoTalk_Photo_2023-06-03-23-37-44.jpeg

 

 

전시의 마지막 섹션에서는 벽 한 면을 차지하는 거대한 규모의 〈전기 요정〉 석판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전기 요정〉은 축약본이라고 하니 실제 규모는 굉장할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기요정에는 다양한 학자들과 사상가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을 따라가면서 천천히 살펴본 파스텔톤 마을을 끝으로 관람을 마친다.

 

다양한 시도를 했던 뒤피 덕분에 한 명의 작가의 작품만을 봤는데도 꼭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살펴본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한 작가의 개성을 점진적으로 변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일관된 정체성을 다양한 흐름에 맞게 변주하는 능력을 지닌 그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더 현대 서울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라울 뒤피〉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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