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잠들어있던 도전 정신을 일깨워 줄 전시 -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라울 뒤피

바래진 일상을 선명한 눈으로
글 입력 2023.06.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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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줄 모르는 도전 정신


 

라울 뒤피는 1877년 출생의 프랑스 화가이다.

 

그는 프랑스의 항구도시 르아브르에서 아홉 자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난한 음악가 집안에서 자란 라울은 그림에 대한 열망이 컸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14세에 커피 수입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야간에 미술학교에서 그림 공부를 했다.


그러나 라울은 미술에 대한 갈망으로 결국 파리에 가기로 결심하였고, 그렇게 파리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라울은 루브르 박물관을 자주 다니며 파리의 정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파리의 일상적 풍경을 관찰하며 그의 그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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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한가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인상주의, 야수파, 입체파 등 다양한 예술사조를 아우른다는 것이다. 미술사조의 용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다음과 같다.


인상주의: 19세기 후반에 등장하여 사물의 고유한 색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변화에 따른 색채 변화를 다채롭게 표현하고 자연의 세밀하고 찰나적인 인상을 표현한다. 대표작으로는 모네의 <인상ㆍ해돋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르누아르의 <뱃놀이 점심> 등이 있다.


야수파: 고흐와 고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등장한 미술사조이다. 인상주의의 특징인 빛에 의한 명암 기법을 거부하고, 원색을 대담하게 사용한다. 단순한 형태와 자유로운 붓터치는 화가의 주관적인 감정과 시선을 담아 표현한 것이다. 대표작으로는 마티스의 <후식>, 루오의 <미제레레> 등 있다.


입체파: 형태와 형식을 중시하고, 인상파와 야수파와 같은 강렬한 색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했다. 기존의 원근법으로 사물을 그리는 방식을 탈피하고, 사물의 서로 다른 측면을 동시에 그려냄으로써 입체적인 관점으로 사물을 표현한다. 피카소가 가장 유명한 입체파 화가이다.


분명 라울 뒤피라는 단 한 명의 프랑스 화가의 전시였음에도, 그 장르와 표현 방식이 워낙 다채롭다 보니 마치 당대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의 한 데 모아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또한 라울은 특정 화풍에 정착하고 안주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색다른 표현 방식을 시도하였는데, 감상자로선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 다양한 화풍을 탐색하는 그의 고뇌가 느껴졌다.

 

리울의 작품을 하나씩 감상하는 내내 그의 탁월한 감각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라울 뒤피는 뛰어난 예술가에게 필요한 감각이란 모든 감각은 전부 가진듯해 보였다. 색감, 라인감, 형태감, 구도감 등 그 어느 것 하나 빼어나지 않은 요소가 없었고, 그것들은 라울의 살아숨쉬는 영혼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눈에 꽉 차게 들어오는 미적 요소의 충만함과 자유분방한 라울의 감성, 그림인데도 눈으로 읽히는 선율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당대 최고의 제너럴 아티스트


 

라울은 순수예술가로 시작해서 어느덧 빼어난 일러스트레이터,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있었다. 라울의 그림은 회화로 시작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장식적인 요소가 많아졌다.

 

1909년에 라울은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를 알게 되어 그의 요청으로 <오르페우스의 우화집> 컬렉션에 들어갈 삽화로 목판화를 30점을 제작하게 되는데, 이것을 계기로 라울은 파리 문학계에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장식 예술가가 되었다. 또한, 유명 디자이너였던 폴 푸아레가 그의 목판화를 직물로 바꿀 것을 제안하였고 그렇게 라울은 패션 업계에서도 활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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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업적에 방점을 찍은 작품은 바로 <전기 요정>이다. 장식 예술가로 라울의 재능이 널리 알려지며 1937년 그는 국제 및 기술 전시회의 전기 전시관을 위해 <전기 요정>을 제작하는데, 해당 작품은 250개의 판에 그려졌으며 가로가 11m, 세로가 60m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로 라울의 최대 역작이 되었다.

 

전기와 빛의 시대를 열어준 과학기술에 경의를 표하고 인류의 눈부신 발전을 찬미하기 위해, 라울 특유의 밝고 화려한 색채와 자유로운 라인으로 가득 채웠다. 본 전시에서 오리지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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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나에게 라울 뒤피의 작품은 하나부터 열까지 구석구석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라울이 살아있노라면 그를 스승으로 삼고 곁에서 한 수 배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도 할 정도였다. 비록 라울을 전시장에서 그의 작품을 통해 만났지만 그의 작품을 눈으로 담고 가슴으로 품으며, 그의 영원한 팬이 되리라 나지막이 약속했다.

 

 

[정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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