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우리가 몰랐던 각양각색 영화제를 찾아서 - 김은 작가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
글 입력 2023.05.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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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가는 관객은 줄어든다는데, 이름 있는 큰 영화제의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시간 때우는 용도로 영화를 보는 관객은 줄어들지라도 영화 자체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영화를 감상하기를 원하는 관객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그런 관객 중 한 명이지만 영화제는 왠지 내가 갈 곳이 아닌 것 같아 망설였다면,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를 펼쳐보자. 가까이에 있는데도 미처 몰랐던 수많은 영화제가 기다리고 있다.

 

영화 마케터로 오랫동안 일해 오던 김은 작가는 이렇게 재밌는 영화제가 덜 알려진 게 아쉬워 마케터의 마음으로 책을 썼다. 책에서 본격적으로 소개된 영화제만 18개, 부록에 월별로 소개된 것까지 합치면 240개가 넘는다. 그야말로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라며 말을 거는 듯하다. 약간의 귀찮음을 무릅쓰고 부담감을 내려놓는다면 누구나 영화제라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번 책으로 그 세계의 안내자를 자처하는 김은 작가를 만났다.

 

각기 다른 개성이 있는 영화제의 공통점은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중심에 있다는 것,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잔뜩 모인다는 것 아닐까. 김은 작가와의 인터뷰도 영화를 향한 그의 열정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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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단지 킬링타임 용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영화제라고 생각해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는 어떻게 쓰시게 된 책인가요?


영화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에 있는 크고 작은 다양한 영화제가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아쉬웠어요. 마케터로 오래 일해 왔기 때문에 좀 더 홍보가 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영화제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죠. 


개인적인 사정으로 영상 만들기를 그만둔 다음, 남아 있는 녹취록이 아까워서 이걸로 책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하며 출판사에 제안을 드렸어요. 작은 영화제들 이야기가 책이 될 수 있을까, 영화제를 가는 사람 자체가 소수인데 괜찮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다행히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셔서 이렇게 책이 되었습니다. (웃음)

 

 

책에서 영화제를 향한 작가님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지역에서 하는 작은 영화제가 많아서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맞아요. 해당 지역분들이 정말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무주가 고향이신 분들은 무주가 나왔다고 좋아해 주시고 광명 분들은 광명동굴 국제판타지페스티벌이 언급되어서 좋아해 주시고. (웃음) 심지어 광명동굴 국제판타지페스티벌은 이제 없어졌는데도 페스티벌을 운영하시던 대표님이 여기 영화제가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남겨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왔어요.

 

 

그러고 보니 책에는 이제는 없어진 영화제도 소개되어 있네요.


처음에 책을 기획할 때부터 사라진 영화제도 싣고 싶었어요. 실제로 실을 수 있어서 되게 좋았고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지금 진행 중인 영화제만 다루기를 원했을 수도 있는데, 없어진 영화제도 쓸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죠.

 

 

지금은 없어진 영화제 중 작가님이 하나를 되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면 어떤 영화제가 부활했으면 하나요?


너무 많지만, 최근에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한다는 뉴스를 보고 순천만 세계동물영화제가 생각났어요. 순천만정원의 야외공간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었고 서울 등 타지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배려해 ktx 한 칸을 동물과 동승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어요.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은 사라졌지만, 순천만에서 행사를 크게 여는 걸 보니 영화제도 다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름다운 곳을 보면 거기서 영화제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웃음)

 

 

영화제라는 게 생각보다 대중적이지 않은 것 같아 아쉽기도 해요. 영화제를 낯설어하는 관객도 많고요.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해요. 영화계 종사자여야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심지어는 영화를 전공하는 분들도 영화제에 낼 만한 영화가 없다는 이유로 영화제 참여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를 봤어요. ‘내가 아직 영화인이 아닌데 영화제를 즐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있는 거죠. 하지만 영화를 단지 킬링타임 용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영화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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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는 일종의 축제예요. 축제는 재밌는 것, 즐기는 것이잖아요.

이 책의 독자분들이 영화제를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영화제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나에게 맞고 내가 재미있어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영화제예요. 영화를 보기 위해 대부분 대형 멀티플렉스에 가는 요즘은 선택지가 많지 않을뿐더러 과연 이 영화를 보기로 한 게 정말 내 선택인지 질문하게 돼요. 영화제에 가면 이게 영화가 되나 싶은 작품부터 아이디어와 만듦새가 좋아서 상업영화가 되면 대박 나겠다 싶은 작품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선택지를 만날 수 있어요. 자신만의 영화 보는 취향과 감각을 기르는 데 영화제는 크게 도움이 됩니다.


제작자와 창작자 입장에서도 영화제는 큰 의미가 있는 자리예요. 저는 작은 영화, 독립영화를 많이 홍보했던 사람이라 그 의미를 더 크게 느껴요. 어떤 작품은 영화제에서만 상영 기회가 생기고 관객을 만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영화제는 일종의 축제예요. 축제는 재밌는 것, 즐기는 것이잖아요. 이 책의 독자분들이 영화제를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럼 영화제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어떤 영화제를 가면 좋을까요? 


무엇보다 부담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영화제라고 하면 이름이 잘 알려지고 레드카펫이 깔리는 큰 영화제만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의 영화제는 제가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다양한 장소에서 작은 규모로 열려요. 생각보다 독특하고 재밌으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제가 많아요. 무료로 진행되는 경우도 은근히 많고요. 그러니 가까이 있는 영화제부터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영화제는 관객을 환영합니다. 편하게 가서 영화를 보시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세요.

 

 

어떤 영화제에 갈지 결정하는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을까요? 


저는 일단 제목에서 콘셉트가 잘 드러나는 영화제를 좋아해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영화제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영화가 모여 있을 테니까요. 

 

 

영화제에서 볼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취재하러 갔을 때는 아무래도 관계자분이 추천해주신 작품을 많이 봤어요. 그런 게 아니라 순전히 감상을 위해 간 거라면 그냥 제 컨디션과 그날의 일정에 따라 영화를 골라요. 여행할 때 경로에 맞게 관광할 곳을 정하는 것처럼요. 되도록 단편을 많이 보려고 하는 편이라 단편 섹션은 하루에 하나씩은 꼭 넣고, 오전에 단편 섹션을 봤다면 오후에는 장편을 보는 식이죠. 

 

 

단편을 많이 보시려는 이유가 있나요?


단편 감독님들이 특히 젊고 신선할 거라는 기대가 있어요. 장편까지 작품을 끌어낼 수 있는 감독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역량을 갖춘 경우가 많아요. 반면 단편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피력하는 작품이 많다 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작품이 쏟아져 나와서 즐거워요. 상업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종류의 소재나 이야기가 많다는 게 매력이죠. 


장편은 만듦새가 괜찮으면 나중에 정식으로 개봉할 가능성이 있는데, 단편은 그 영화제서의 기회를 놓치면 못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단편을 챙겨 보려는 이유예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상영이 될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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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산골영화제

 

 

“굳이 정의를 내려보자면, 영화는 ‘20대 중반에 시작해 지금까지 정말 몰입해서

했던 일’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빠져들 수 있는 일이 세상에 몇 개나 될까 싶어요.”

 

 

책에서 대부분의 영화제 관계자들이 이 일을 왜 하냐는 질문에 ‘재밌어서 한다’고 답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영화계는 ‘좋아하는 마음’이 중심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없다면 못 하는 일인 것 같기도 하고요. 작가님도 오랫동안 영화 마케팅 일을 해오셨는데, 어땠나요? 


저는 정말 우연히 이 길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하면서 재미를 찾은 경우에요. 같은 영화는 하나도 없고 일하는 방식도 매번 달라서 지루할 틈이 없어요. 이번 작품이 잘되었다고 해서 다음 작품도 같은 방법으로 마케팅할 수는 없으니까요. 영화 마케터는 이야기를 파는 직업인데 그 이야기가 계속 바뀌는 거예요. 그러니 일을 오래 해도 재개봉하는 작품을 맡지 않는 이상 매번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너무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뤄서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재밌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마케팅이 어려운 듯해요.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들고 관객 각자의 기호가 뚜렷한 요즘은 특히 더 그럴 것 같습니다.


맞아요. 예전에는 이 영화를 볼 것 같은 관객의 군집이 보였다면. 이제는 관객들이 어디로 흩어지는지 알 수 없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발품 팔아야 했다면 요즘에는 ‘손품’ 팔아야 해요. (웃음) 다들 손에 든 스마트폰 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으니까요. 마케터보다 일반 관객이 더 빨리 움직이면서 마케터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영화가 홍보되기도 해요. <불한당>이 ‘불한당원’이라 불리는 팬들을 만들어내고 사랑받은 사례가 대표적이죠. 


영화관에 오는 관객이 줄어든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한국 영화가 천만 관객씩 들기 시작한 게 겨우 20년 남짓 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원래는 백만 명, 만 명도 쉬운 게 아니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 관객 수로만 영화가 이야기되고 백만 명이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지며 관객의 소중함을 잊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관객 한 명 한 명의 소중함을 다시 기억하며 영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작가님께 영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작가님에게 영화는 무엇인지도 궁금해집니다.


사실은 영화가 나한테 뭘까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웃음) 영화가 나에게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마케터라는 게 제가 아니라 영화와 관계자분들이 돋보여야 하는, 그림자 같은 직업이니까요. 저는 늘 제가 맡은 영화의 존재 가치를 높여보자는 마음으로 일에 임했어요. 


굳이 정의를 내려보자면, ‘20대 중반에 시작해 지금까지 정말 몰입해서 했던 일’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빠져들 수 있는 일이 세상에 몇 개나 될까 싶어요. 감사하죠. 영화는 젊은 시절 제 삶의 장르, 20년을 오롯이 바친 장르예요. 이제는 한발 물러나 또 다른 장르를 찾으러 두리번거리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작가님의 ‘새 장르’는 어떤 게 될까요? 최근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져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어요. 환경적인 관점에서 방송이나 영화는 반환경적인 산업으로 분류되기도 하거든요. 너무 일회성으로 사용되는 소품이나 세트가 많으니까요. 그렇게 하지 않을 방법은 없는지, 그렇다면 관련해서 누가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을 해요.

 

 

그 공부가 언젠가 다른 결과로 이어질 것 같아요. 어쩌면 다음 책이 될 수도 있겠네요. (웃음)


그러면 감사하겠지만, 솔직히 제가 책을 쓸 수 있을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서 아직도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해요. (웃음) 저는 그냥 어떤 목소리나 이야기를 옮기고 전달해주는 사람 정도지 ‘작가’는 아닌 것 같아요. ‘글쓴이’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지… 


그래도 어려운 것을 더 많은 사람이 알기 쉽게 풀어주는 것 또한 마케터의 일이라고 본다면, 지금 공부하는 환경 이야기도 제가 그런 식으로 언젠가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쪽으로 저를 필요로 한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해보고 싶어요.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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