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작은 케이크에 담긴 마음 [음식]

작지만 마음만큼은 가득 담긴 케이크
글 입력 2023.05.2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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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나 수제 쿠키가 먹고 싶을 때에는 카페, 베이커리를 쉽게 찾아갔지만, 케이크가 먹고 싶을 때에는 먼저 달력을 보게 되었다. 꼭 기념일 날 먹어야 하는 음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케이크라는 이름 속에 담긴 기념적 의미가 나를 압박하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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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축하하는 일이 생겼을 때,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큰 케이크를 사 왔다. 한정적인 맛 종류와 똑같은 디자인의 케이크 위에 얇고 긴 초를 꽂아 ‘호’ 불었다. 그리고 함께 들어있는 플라스틱 칼로 케이크를 잘라, 한 조각씩 그릇에 옮겨 나눠먹었다.


케이크 특성상 너무 달고 크기가 컸기 때문에, 최소 다음날까지 남은 케이크를 먹는 건 익숙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조각 케이크를 사기에는 너무 아쉽고, 매번 먹던 큰 케이크를 사자니 지겹기도 하고 조금 부담스러웠다. 또 원하는 케이크를 주문 제작하기에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선뜻 주문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새로운 형태의 케이크가 등장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케이크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지게 되었다. 바로 ‘도시락 케이크’라는 참신한 케이크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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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예전부터 미니 케이크는 존재하고 있었다. 또한 티라미수처럼 투명한 틀에 들어있는 케이크도 있었다. 그렇다면, 도시락 상자에 들어있는 케이크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누가, 언제, 어디서 시작한 것인지 정확한 정보는 확인되지 않지만, 본격적으로 유행이 시작된 시점은 2020년쯤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흔히 생각했던 케이크 크기의 약 1/2~1/3 정도로 작아진 케이크는 작은 도시락 상자에 쏙 들어간다. 원래부터 케이크를 담기 위해 만들어진 상자처럼 딱 들어맞아 간편하고, 흔들리지 않도록 옆면을 잘 고정하면 쉽게 망가지지도 않는다. 더구나 1~2명이서 먹으면 금방 사라지는 작은 사이즈이기에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다.

 

본인만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당연해진 오늘날, 도시락 케이크는 간편함을 넘어 다채롭고 센스 있는 아이디어로 나날이 발전해나가고 있다. 생크림, 초코, 당근, 크림치즈 등 다양한 케이크 재료는 기본이고, 예술 작품을 보는 것처럼 색다른 디자인의 케이크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부분 주문 제작으로 이루어지기에, 좋아하는 캐릭터를 넣어도 되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내기도 한다.


케이크 선물 자체에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선물하는 대상을 떠올리며 유일무이한 디자인의 케이크를 전하는 것은 마음이 담긴 편지를 보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물건에 이름 하나만 각인하더라도 특별함이 더해지고 진정한 내 것이 되는 것처럼, 도시락 상자 뚜껑을 여는 동시에 그 감동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밀려올 것이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체들은 크기와 형태를 잴 수 있지만, 마음은 잴 수가 없다. 나름대로 기준은 세울 수 있겠지만, 그 누구도 정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런 추상적인 마음을 최대한 형상화하여 만든 것이 케이크가 아닐까 생각한다. 케이크만 있으면 오감으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었다. 도시락 상자처럼 작은 크기일지라도 꾹꾹 마음을 눌러 담은 케이크는 그 어떤 케이크보다 진심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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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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