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효’가 담긴 토슈즈 - 심청

유니버설 발레단 <심청> 공연을 감상한 후..
글 입력 2023.05.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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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포스터 수정.jpg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 예술감독 유병헌)의 창작발레 <심청>이 4년 만에 돌아온다. <심청>은 한국의 고전을 세계에 널리 알린 발레단의 대표적인 창작발레로 1986년 국립극장 초연 이후 프랑스 파리, 러시아 모스크바, 미국 뉴욕과 워싱턴 등 세계 15개국 40여개 도시에서 찬사를 받으며 K-발레의 위상을 보여준 작품이다.

 

최초의 글로벌 공동 창작 프로젝트인 <심청>의 안무는 유니버설발레단 초대 예술감독 애드리언 델라스(Adrienne Dellas), 대본에 故박용구 평론가, 음악에 작곡가 케빈 바버 픽카드(Kevin Barber Pickard)가 참여했으며 초연 이후 37년간 안무, 연출, 무대, 의상 등 끊임없는 수정 보완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오고 있다.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 다채로운 의상과 화려한 무대 세트, 무용수들의 뛰어난 테크닉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작품의 독창성, 예술성, 흥행성을 불러일으키며 국내외 유수의 평단으로부터 ‘동서양 문화의 훌륭한 조화’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심청>에서는 연출과 안무는 그대로 하되 무대 전환의 테크닉을 개선하여 기존 3막 4장(인터미션 2회)구성에서 총 2막 120분으로 러닝 타임을 단축해 또 한번 작품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

 

*

 

우린 모두 심청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효에 대한 이야기. 효심이 깊은 심청이가 앞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인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빠져드는 이야기. 어렸을 적, 많은 아이들에게 교훈을 준 심청이 발레 공연으로 재탄생했다. 한국의 이야기와 외국의 무용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색다른 모습이 기대되지 않는가. 우리는 그 모습을 이번 유니버설 발레단 공연 <심청>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연은 1부 60분, 2부 40분으로 중간에 20분 정도 인터미션이 존재한다. 1부를 시작하는 순간, 감탄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의 평민가를 그대로 재현한 무대, 그 무대 속에서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심청이가 태어나 꼬마에서 숙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심봉사와의 산책 장면을 통해 전개되었는데 인물의 성장에 따라 그 나이에 맞는 무용수가 등장해 관객들의 애정 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다.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심청이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 심봉사를 잘 따랐다는 내용을 전달하기에 꼭 필요했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는 어른이 되자, 다리에 빠진 아버지를 구해준 스님의 말씀을 따라 공양미 삼백 석을 바치기로 한다. 바로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공양미 삼백 석을 구하려고 돌아다니지만 쉽게 풀리지 않고 그녀는 인당수에 제물로 빠져 자신을 희생해 아버지의 눈을 고치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심청은 선장에 의해 아버지와 멀어지게 되는데, 끝까지 아버지를 향해 달려가 그를 안아주려고 하는 효심에 나는 몹시 감탄했다.

 

 

2019심청(강미선)-Photo by Kyoungjin Kim ⓒUniversal Balllet 33.jpg

 

  

더불어 이 부분에서는 두 파트의 듀엣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선장과의 춤 그리고 심봉사와의 춤이다. 선장과의 춤에선 분노가 느껴진다. 물론 인당수의 제물이 되기로 한 건 심청이의 선택이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심봉사와 심청이의 시간을 억지로 빼앗으려고 하는 선장과 심청은 격렬한 대립에 선다. 그 대립점을 발레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었고, 심청을 던져버리는 듯한 안무에서 선장이 심청을 사람이 아닌 하나의 제물로만 바라보고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두 번째는 심봉사와의 춤이다. 심봉사는 앞이 보이지 않아 심청이의 존재를 얼굴을 만져봄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 그녀와 이별하기 전, 심청의 얼굴을 천천히 만지는 안무를 통해 심봉사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인당수의 제물이 되기로 한 심청이를 얼마나 붙잡고 싶어 하는지 느낄 수 있다. 심봉사를 위한 일이지만 정말 심봉사를 위한 일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절절한 안무였다. 아버지는 심청이를 수단이 아닌 하나의 사람으로 보기 때문.

 

결국 심청이는 선장에게 잡혀가고 휘몰아치는 인당수의 파도 속으로 떨어진다. 파도 속으로 떨어진 심청이를 구해준 건 용왕. 바닷속 왕국을 군림하는 용왕은 심청이를 위해 연회를 열어준다. 다양한 물고기들이 자신을 뽐내며 비늘을 반짝거린다. 무용수들의 의상이 빛에 반사되어 나의 눈에 반짝인다. 마치 바다가 햇빛에 비춰 일렁이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기쁨에 젖은 것도 잠시, 그녀는 육지에 두고 온 심봉사를 그리워한다. 용왕은 그런 심청에게 속세를 잊으라며 춤을 통해 그녀에게 표현하지만, 그녀는 효란 버릴 수 없는 도리임을 시사하며 간절함을 담백한 움직임을 통해 표현한다.

 

 

2019심청(강미선)-Photo by Kyoungjin Kim ⓒUniversal Balllet 118.jpg

 

  

용왕의 도움으로 육지에 올라온 심청, 그를 본 왕은 사랑에 빠지고 그렇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대인 ‘문 라이트 파드되’가 시작된다. 달빛이 조명처럼 반짝이는 궁궐의 밤, 심청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사뿐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춤을 춘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춤은 아버지를 진정으로 그리워하는 효심으로 드러나는 반면 그녀의 춤은 왕에게 아름다움의 극치를 선사한다. 한눈에 반한 왕은 그녀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심청도 왕의 스텝의 맞추어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그 순간만큼, 심봉사를 잠깐 잊을 만큼 아름다웠다. 이토록 그녀에게 찬란한 순간이 있었던가. 지금만큼은 심청이 오로지 그녀의 순간만을 위해 행복하길 바랐다. 팔을 둥그렇게 포개어 만드는 하나의 원이 그들이 이제 하나가 되었음을 나타낸다. 심청이 만약 심봉사를 그리워해서가 아닌 오로지 왕을 유혹하기 위한 춤이었다면 결말은 달랐을 것이다. 왕은 그녀의 깊은 효심과 훌륭한 심성을 그녀의 춤을 통해 알아보고 그 길에 같이 동행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무대가 훌륭한 이유는 무대의 연출적인 부분도 빠질 수 없다. 달빛이 오로지 그들만 비추는 것처럼 그들을 향해 움직이는 핀 조명은 무대에 집중할 수 있게 큰 도움을 주었다. 무엇보다 반짝이는 별빛이 무대 배경에 깔리기 시작할 때, 그녀의 행복이 드디어 펼쳐짐을 암시하는 것 같아 내가 더 행복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무용수들이 고난도의 리프트 동작들을 펼칠 때,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절정에 도달하는 연출은 그 두 사람의 감정을 관객들이 온전히 공감할 수 있게 하였다.

 

 

2019심청(강미선)-Photo by Kyoungjin Kim ⓒUniversal Balllet 131.jpg


 

이 공연의 가장 특별한 점은 바로 대사가 없이 무용으로만 전개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언뜻 보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 익숙한 전래동화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반면 심청전을 잘 알지 못하는 관객의 경우에는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진 않을지 걱정도 했다. 그러나 발레단 무용수들의 커다란 움직임,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담은 춤이 그 걱정을 한 번에 날려주었다.

 

움직임으로만 ‘효’를 나타내는 공연,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은 찬사를 받아 마땅했다.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이지만 그 안에서 새로움을 느꼈다는 것은 이 작품의 큰 장점이 될 것이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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