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전하지도 건강하지도 못한 [사람]

오늘도 누군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글 입력 2023.05.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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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모르고 지나간 산재 노동자의 날 4월 28일.

 

노동자가 분신했던 5월 1일.

 

노동절 집회의 데시벨을 측정해서 소음 타이틀을 붙인 기사가 나온 5월 2일.

 

 

labour2.jpg


 

최근에 인터넷에서 노동조합과 관련한 이야기를 봤다.

 

'귀족 노조'는 말이 안 되는 조어라며 귀족 의사나 귀족 검사라는 말은 없는데 노조 앞에 귀족을 붙이는 데는 의도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사회적 특권을 가지고 있는 신분이 한낱 근로자가 되어 일을 할 리 없는데 난데없이 노조를 귀족으로 만든다. 조합원 중 많은 급료를 받는 사람의 연봉을 타이틀에 붙이며 돈도 많이 받으면서 일 안 하려고 한다는 이미지를 심는다. 대체 누굴 위해서? 온건한 근로자를 좋아하는 건 사용자밖에 없을 텐데.

 

힘 있는 노동자를 싫어하는 사람, 대체 누구일까.


지난 3월, 20대 초반의 인턴이 새 작업장에 배치된 첫날 기계에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원칙대로라면 2인 1조로 일해야 했지만, 담당 직원이 인턴만 기계 앞에 남겨두고 전화 통화를 하러 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책임을 인정하던 사측이 안전 교육 과정 중에 발생한 사고이기에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다며 보상을 미루고 있다는 기사가 마찬가지로 근로자의 날이 지나서야 보도되었다. 손가락이 거의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자비로 치료받고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지난 3월 물류 사무직으로 입사한 6개월 차 신입사원이 지게차를 운전하다 변을 당했다는 사실이 5월에서야 보도되었다. 이 사고에 대해 동료 직원은 사무직이어도 지게차를 운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했는데 회사는 이를 몰랐다고 했다.

 

사무직이라 안전 교육 대상이 아니었는데 담당업무가 아닌 지게차 운전을 해야 했다. 사람을 써먹기만 하고 보호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했는데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하는 사람이 없다. 일반 상식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 뉴스를 본 사람 중 일부는 일하다 보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물류에서 경험이 있고 지게차 운전을 할 수 있는 직원이 있으니 당연히 필요할 때 시켰을 거라는 추측. 취준생에게 '할 줄 안다고 하면 시키니까 무조건 모른다고 해라'는 팁이 돌았는데 그 이야기는 대체로 안전교육과 상관없는 사무직들이 하는 이야기였다.

 

모르거나 모른다고 할 수도 없는데 노동자는 해야만 하는 상황에 서 있었다. 그런 노동자를 보호해 줄 울타리는 없었다.


산재 노동자의 날이 있는 줄도 모르니 산재 노동자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자는 목소리는 귀를 기울인 사람에게만 들린다.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은 1993년 제정되었다. 태국의 인형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인해 200명 가까운 노동자가 사망한 참사를 계기로 산재 노동자를 추모하기 시작했다.

 

이 화재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온 이유는 노동자가 비싼 인형을 훔쳐 갈 걸 우려한 사측이 공장 밖에서 문을 잠갔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화재 사고가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을 뒷전으로 생각한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 낸 인재였다.


한국에서 산재 희생자 위령탑이 세워진 건 99년의 일,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고도 남았는데 여전히 한 해 평균 800명이 넘는 산재 사망근로자가 발생한다. 오늘도 누군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오늘도 떨어진, 부딪힌, 끼인, 깔린, 맞은 노동자가 몇 명이나 될 것이다. 이 사고 중 일부는 신고가 될 것이고 일부는 축소나 은폐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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