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에 대한 강한 이끌림 -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이유

글 입력 2023.05.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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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감상이라는 취미가 생긴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알아가며 즐거움을 느낍니다.


클래식 감상이 취미이긴 하지만, 클래식을 잘 안다고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도 그럴 게 좋아하는 작곡가의 작품과 좋아하는 연주가의 음반을 위주로 '편식'해왔기 때문이죠. 아직 다양한 작품을 알지 못하고, '좋은 연주'에 대한 기준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클래식에 강한 이끌림을 느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클래식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분야인 것이죠. 클래식에 관한 도서들을 몇 권 읽어보았는데요, 그중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이유>는 그중에서도 특히 매력적인 도서입니다.


먼저, 책이 물 흐르듯 읽힙니다. 물보다도 드뷔시 <달빛>의 선율이 흐르듯 읽힌다고 정정해 보겠습니다. 책을 읽을 때, 특히나 교양서를 읽을 때 저는 문체를 중시하는데요.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장이 그 자체로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내용을 자근자근 이해하며 읽고 싶기에 더더욱 그런 듯합니다.


술술 읽히는 문장으로 서술된 모든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읽기만 해도 두근거리더군요.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그중 '음악에도 마리아주가 있다'라는 글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와인과 음식을 페어링해 풍미를 최대화하듯, 음악과 잘 어울려 풍미를 더해주는 다른 예술이 있다는 내용이었죠. 책에 실린 김훈 <자전거 여행>의 '꽃 피는 해안선'을 읽으며 '생상스 클라리넷 소나타'를 들었습니다. '삶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이 닮아있다는 저자의 의견과 함께 음악을 곱씹었습니다. 무거움을 느꼈던 음악에 처연함이 느껴지더군요.


예술을 이해하고 즐기는 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이해하며 설렘을 느꼈습니다. 저자는 단순히 클래식 이야기만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 아름다움을 즐기는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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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바라보는 저자의 예리한 통찰 또한 매력적이었습니다. 책은 어떤 연주가 좋은 연주인지를 서술합니다. 저자의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말이죠.


'고양이로 둔갑한 바로크의 호랑이'는 비발디의 '사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연주가의 '사계' 중 세계적인 무지치의 연주는 바로크 음악의 특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흥미로운 의견을 주죠. 책에 수록된 QR을 타고 '에우로파 갈란테' 버전의 '사계'를 듣고 나니 저자의 말이 정확히 이해되었습니다.

 

아주 강렬하고 선명한 <여름> 3악장에 사계가 뻔한 곡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습니다. 취향이 아니던 작품도 다시 보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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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평가받은 클래식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꺼이꺼이 운다고 슬픈 것은 아니다'라는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 '자클린 뒤 프레'의 음반이 대표 음반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이야기하죠. 자클린 뒤 프레가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는 사연은 그녀의 연주를 유명하게 만들고, 현재까지 명반으로 불리게 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핵심은 사연을 곧 연주의 완성도와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표현을 살짝 빌리자면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작곡 당시 영국의 상황에 기반해 '국민 전체가 느끼는 집단적 슬픔의 표현'이어야 하지만, 뒤 프레의 연주는 '개인적 슬픔의 직접적인 표현'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두 음악을 비교해 들으니 저자의 말을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유명한 음반도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명한 연주가 곧 좋은 연주는 아니니까요. 


책을 덮고 나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마치 공연장에서 커튼콜이 끝난 후 한참을 자리에 앉아 있던 것처럼 말이죠. 그만큼 몰입감 있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읽은 클래식 관련 도서 중 가장 흥미로웠다고 말할 수 있네요.


제게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은 독서 이전의 때를 의미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제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취미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책을 덮고 난 이후, 클래식을 더 알고 싶다는 갈망이 꿈틀거리는 듯했습니다.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이겠죠. 앞으로도 클래식은 반가움과 설렘을 가져다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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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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