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죽음도 내 마음대로 못해?! -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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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에 나는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읽어야 할 힐링 소설.
가족들이 모두 먼저 떠난 뒤 홀로 사는 85세 유도라 허니셋. 날마다 선글라스를 끼고 당당히 수영을 가는 멋쟁이 할머니지만 갈수록 삐걱대는 몸에 사는 게 딱히 재미도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유도라에게 아주 솔깃한 계시가 내려온다!
영국 작가 애니 라이언스가 창조해낸, 세상에서 가장 꼿꼿하고 사랑스러운 할머니 유도라 허니셋은 병원에 갔다가 뜻밖의 순간 또래 할머니에게 안락사 안내물을 받는다. 하늘의 계시처럼 다가온 안락사 아이디어는 유도라의 머리를 온통 차지해버린다. 삶을 어떻게 살지 선택해왔듯 삶의 결말도 자기 뜻대로 선택할 수 있단 생각은 짜릿하고 매력적이다. 더구나 너무 오래 아프지 않고, 주변에 폐를 끼치지도 않고, 품위 있게 죽을 방법이 있다면 바로 이것 아닐까? 눈이 번쩍 뜨인 유도라는 번개처럼 안락사를 신청한다. 그리고 유도라의 눈앞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삶의 갈림길이 펼쳐진다.
# 태어난 것도 내 마음대로가 아닌데 죽는 것도 내 맘대로 못해?!
내 삶이 내 맘대로 안 된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유도라처럼 생각한다. 내가 움직이는 삶이 아닌 상황이 움직이는 상황이 발생할 때, 내가 할 수 있고 주관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싶어진다. 유도라에겐 그것이 바로 죽음이었고, 그녀는 이를 당당히 밝힌다.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유도라를 통해 삶과 죽음의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자발적인 죽음은 합당한 것인지, 혹 그 자발적인 죽음으로 인해 과연 평안과 안전만 남을 것인지는 여러 번 검토해 보아야 할 사회적 이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소설이라 행복했다.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유도라’라는 인물로 가볍게 풀어내 독자들로 하여금 이 책에 쉽게 간섭할 수 있도록 카펫을 깔아주었다. 그 수많은 독자 중 하나인 나는 유도라의 죽음에 대한 생각에 어느 부분은 공감하는 반면 반대하는 의견도 내비쳤다. 작가가 이런 나의 마음을 미리 예측하고 의도했다면 이 책은 정말 성공한 책이다.
지금부터 유도라의 생각에 대해 떠오르는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 이 생각들을 통해 이 책을 앞으로 읽을 여러분에게도 유도라와 대화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여러분이 만약 유도라의 상황에 처해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은 과연 누구로부터, 어떤 상황으로부터 오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삶을 선택해 주시겠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유도라가 안락사 조건 심사 중 면접관에게 받았던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은 유도라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렸을 적 세계 2차 대전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동생을 심적으로 이끌게 된 유도라는 자신의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평생을 지내왔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녀의 죽음을 그녀의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면접관은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삶에 대해 생각해 달라고 부탁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탁은 유도라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유도라도 처음부터 자발적인 죽음을 원하지는 않았을 터, 그녀가 진정으로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을 단지 찾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면접관은 이를 알고 있기에 유도라에게 감히 부탁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질문을 받고 조금은 다른 삶의 형태를 가지게 된 유도라는 이 말을 계기로 삶에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좋은 죽음'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지 않는가. 본인이 원하는 죽음이 좋은 죽음일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좋은 죽음일지 이 모든 것의 답은 개인이 알고 있다. 특별히 유도라는 커다란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 물론 결론이 뒤바뀐 것이 아니다. 그녀가 초기에 원하던 죽음은 ‘본인을 위한’ 그리고 ‘이미 죽어버린 몸과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부탁으로 바뀐 유도라의 자세는 ‘최선을 다해 살아간 나에 대한 보상’ 그리고 ‘남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과 보람의 끝’이 좋은 죽음이라고 정의 내리며 그녀의 삶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도 들었다. 도덕 시간에 자주 거론되는 ‘안락사 문제’. 우리나라는 현재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스위스에서는 실제로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이다. 누군가의 생명은 구분 없이 모두 소중한 것이기에 인간의 의지대로 꺾을 수 없다는 전제하에 많은 사람들이 안락사를 반대한다. 더불어 동물들의 목숨조차도 안락사의 개념 아래에서는 인간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내가 완전히 잘못된 관점으로 ‘안락사’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우리는 ‘안락사’가 옳고 나쁜지에 초점을 맞추어 판단을 하지는 않았는지 질문해 보자. 틀리거나 맞거나 흑백논리 속에 갇힌 ‘안락사’는 안락사를 원하던 그리고 안락사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철저히 가리게 되었다. 안락사가 금지된 우리나라에서도 끊임없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상황이 일어난다. 이 사회에서는 그만큼 혼자서는 견디기 힘든 일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인데, 왜 우리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가. 인간이 생명을 소중히 여기기 위한 환경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유도라가 세계 2차 대전의 큰 상처를 고스란히 입었기에 그리고 그 잔혹함을 먼저 경험했기에 자신의 생명에 대해 절실히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틀리거나 맞거나. 그것은 중요치 않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왜 이 일이 우리에게 큰 논쟁거리를 만드느냐이다. 깊이 생각해 보자.
[임주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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