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턴 투 서울, 프레디의 여정

글 입력 2023.05.0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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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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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의 여정


 

이 영화는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프랑스 여성 프레디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연히 자기가 태어났던 곳인 서울로 리턴하게 된 프레디의 여정을 따라 밟는 내내 나도 프레디와 함께 호흡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카메라가 포커징하고 있는 대부분의 피사체가 프레디였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프레디가 되어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게다가 프레디에 온전히 집중한 클로즈업 샷들이 많아서인지, 영화 관람이 끝나고 일주일 정도 지난 현 시점에서도 내 머릿속에는 프레디를 연기했던 박지민 배우의 얼굴이 강렬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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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통해 새로 만나게 된 박지민 배우.

 

실제로 시사회에서 감독도 [외모가 매우 한국인스럽지만 유럽 교포 이미지가 나는 배우]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택된 프레디 역에는 이전까지는 연기 경력이 없는 새로운 배우 박지민이었다.

 

박지민은 프랑스에 초등학교 2학년 때 이민을 가 현재 프랑스에서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배우이다. 프랑스인도 한국인도 아닌, 자신이 느꼈던 고유의 혼란스러움을 잘 표현해 내려고 했다고 하는데, 바로 그 부분이 영화 속에 잘 녹아든 것 같다.

 

매우 인상 깊은 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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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리턴 투 서울>>은 어릴 때 타국으로 입양되어 온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영화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있을 테고, 타지로 입양된 아이들에게는 그러한 목마름이 더욱 큰 파이를 차지할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짐작하는 부분이 완전히 틀렸을 수도 있고, 일부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느낀 일말의 감정은 티끌 하나만큼의 무게도 담고 있지 못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잠시나마 영화를 통해 프레디의 입장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순간에는 적어도 그러한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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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버려졌다는 상처에 매몰되어 자신의 뿌리를 혐오할 수밖에 없는 입장.

 

그러면서도 자신의 근원이 어디인지 반드시 알아 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마음. 부모를 찾고 싶고, 그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고, 자신 본연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들....... 복잡하게 뒤얽힌 순간의 감정들을 매우 첨예하게 잘 그려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친부모를 보기를 원하지 않는 입양아들도 존재하지만, 입양된 많은 아이들이 성장한 후 친부모를 찾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것이 생각했던 대로 잘 성사되지 못했을 때 극심한 상처를 받게 된다. 아마 두 번 버림받았다는 기분이 들어서이지 않을까.

 

친부모를 만나 보기로 결심한 입양아들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집착하게 되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불쑥 다시 자신의 원래의 둥지로 떠나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입양아들이 겪는 혼란스러움, 충동, 복잡한 감정의 문제를 잘 담아 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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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간 후 한국인이었던 프레디가 온전한 프랑스인이 되기까지의 삶이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프레디가 프랑스에서 자란 시절의 이야기는 몇 컷의 폴라로이드 사진으로밖에 묘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잠시 묘사된 영상 통화 장면만 보아도 아마도 아주 따뜻하고 행복하 가정에서 자랐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프레디도 역시 뿌리 찾기의 갈증에서부터 해방될 수 없었다.

 

그동안 느꼈던 공허함은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을지언정, 우연히 한국에 떨어지고부터는 그렇지 못했다. 한국에서 우연히 방문하게 된 입양 기관, 그리고 그로부터 시작된 자신의 뿌리를 찾기 과정. 휴가를 위해 일본으로 가려다 한국으로 떨어진 프레디는, 정말 우연한 순간을 계기로 자신의 뿌리를 찾아 가는 일들에 완전히 매몰된다.

 

그때부터 프레디는 스스로가 그동안 해결하지 못해 왔던 갈증과 완전히 대면하게 되는데, 그녀가 타협하고자 했던 복잡한 감정들이 매우 잘 표현되어 있었다. 이 부분은 영화를 통해 꼭 확인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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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새로움을 찾으며 자극을 즐기기를 좋아하고, 다소 멋대로 굴기도 하며, 저항하기를 일삼는 프레디의 성정은 한국의 정서와 쉽게 맞물리지 않는 듯 보인다. 그렇게나 자신의 세계가 확고한 그녀가, 자신의 정체성이라는 파이를 한국에서 어떻게 넓혀 나갈지를 매우 재미있게 풀어 낸 영화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프레디의 아버지가 프레디를 위해 작곡한 곡을 들려 주며 사랑을 표현했다가도 아주 급하게 택시를 잡고 프레디를 귀가시키는 장면이었다. 나도 그때의 아버지의 마음이 도무지 어떠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마 프레디만큼이나 복잡했겠지.

 

얼떨떨하게 택시에 올라탄 프레디가 자신과 함께 온 남자 친구에게 곧장 뱉은 한마디에서는 프레디가 느낀 극심한 좌절감과 상처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 장면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강렬했다.

 

모티프 삼은 인물이 실제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하는데,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1차 포스터01_어쩌다ver.jpg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이만 말을 줄이고자 한다. 결말은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하지만 더 이상 프레디가 부모님을 찾았는지 찾지 못했는지, 화해는 했는지 화해하지 못했는지와 같은 물음은 중요하지 않게 된 듯하다. 다만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직면했을 때의 프레디의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다. 프레디가 그 순간을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그 장면이 담긴 의미를 함께 곱씹어 보고 싶다.

 

2022년 칸 영화제 진출작, 15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감독상, ASP 베스트 뉴 퍼포머상 수상, 23회 도쿄필름엑스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작품이니만큼 5월 3일 개봉,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쯤은 보았으면 하는 영화이다.

 


1차 포스터02_어쩌면ver.jpg

 

 

[신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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