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J에게

데자와를 좋아하는 너에게
글 입력 2023.04.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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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진짜 얼마 만이야, 3년만인가?

 

결국 나 졸업하기 전에 보기는 하는구나! 너무 반갑고 기뻤어. 처음 만났던 풋풋한 새내기 때의 우리랑 지금의 우리는 참 그대로이면서도 다르다. 특히 J 너 너무 예뻐지고 멋있어졌잖아! 의젓하고 멋진 사회인이 된 모습에 내가 다 뿌듯하네. 항상 정말 고마운 것도 그대로고 말이야.


모든 게 낯설고 새로웠던 20살의 대학교에서 너는 사실, 내가 처음으로 만난 다정함이었어. 전공 수업 옆자리에서 처음 만났던 날 기억나? 개강 첫 날, 첫 수업, 어수선하고 들뜬 새내기들로 북적대는 강의실에서 넌 처음 보는 나에게 불쑥 캔음료 데자와를 내밀었었지. 혹시 밀크티 좋아하냐고 말이야. 편의점에서 원플러스 원 행사하는 걸 하나 받았다면서.


그때 길치였던 난 이리저리 캠퍼스를 헤매다 간신히 수업 시작 2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해 헉헉대고 있었어. 눈에 보이는 아무 자리에나 앉았던 그 순간이 이렇게 큰 인연이자 운명이 될 줄이야! 누군가 그렇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올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내게 불쑥 건네졌던 그 작은 친절은 퍽 다정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나.


처음 마셔보는 충격적인 데자와의 맛과 함께 - 그 당시 ‘데자와’는 ‘솔의눈’과 함께 특유의 향으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료수였지. 물론 나중엔 그 맛에 중독돼서 맨날 데자와만 사마시게 됐지만 말이야! - 그 음료수를 건네며 해맑게 웃고 있었던 네 얼굴도 여전히 기억이 난다. 나중에 서로 좀 친해졌을 땐 ‘날 암살하려고 그 음료수를 건넸지!’라며 웃었지만 그건 그냥 밀크티를 좋아하는 너의 취향이자 호의였다는걸 자연스럽게 알게 됐었어. 나중엔 같이 과제하면서 맨날 데자와 먹었던 기억이 난다. 너 때문에 한동안 데자와에 중독돼서 그것만 먹고 다녔잖아, 나.


그렇게 첫날 말을 트게 된 우리는 같이 감자튀김도 먹으러 가고, 공강 시간에 신촌역으로 내려가 같이 맛집과 예쁜 카페 투어도 하고, 날 좋은 날 자체휴강을 때리고 한강에 치맥을 하러 가기도 하면서 가가까워졌었지. 과 활동을 그닥 활발하게 하지 않던 내게 너는 마음이 잘 맞는 소울메이트이자 소중한 대학 친구였어.


난 너의 웃음소리가 참 좋았어. 웃음도 많고 꿈도 많았던 너랑은 참 맞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 공상 같기도, 허황된 꿈 같기도 한 이야기들을 죽이 잘 맞게 마구 떠들었던 그 순간들이 난 참 즐겁고 좋았거든. 어쩌면 낯설고 새로운 것 투성이였던 대학생활에서 우린 서로가 서로의 부표이자 익숙한 구석이 되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돌이켜 지금 생각해보면 넌 참 해맑고 밝은 애였고 그만큼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어른스럽고 다 아는 척했던 내가 서툴고 어린 부분이 많았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더라고.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던 나였지만 너랑 수다를 떨거나 같이 시간을 보내고 나면 힘들었던 어떤 일들도 그럭저럭 견딜만한 일이 되더라구. 네가 둥글둥글하게 건네는 말도 맥없이 치던 개그도 참 언제나 웃기고 힘이 됐어. 의지가 되는 좋은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혹시 나도 너에게 의지가 되었던 순간이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고, 앞으로 나도 너에게 그런 단단한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고 생각해.

 

건강문제로 1년 넘게 휴학을 하고, 모든 사람들과 잠시 연락이 끊겼던 시간이 있었지. 다시 점점 건강을 되찾고 내 삶과 일상, 학교로 천천히 돌아오면서 네가 많이 생각이 나더라. 서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지만 계속 서로 엇갈려 못 만나다가 이번에서야 만나게 되었을 때, 정말 얼마나 기쁘고 반갑던지! 네 반가운 미소와 호들갑, 그래서 이제 몸은 괜찮냐며 물어오는 따뜻한 염려 섞인 눈동자를 마주하고 보니 내가 널 참 친구로서 많이 좋아한다는걸 깨닫게 되더라.


같이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던 그때와는 또 다른 속도와 방향의 삶을 우린 각자 살게 되겠지? 그래도 종종, 시간이 되면 우리 자주 보자. 네가 좋아하는 페스티벌이랑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러 만나자. 같이 일본 오사카 여행을 갔던 때처럼, 이번엔 같이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보러 가자. 학창시절 우리가 내내 보고 싶다고 말했던 것처럼 쏟아질 듯 펼쳐진 밤하늘을 바라보며 불멍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우리 같이 떠나보자.


네가 나의 길을 응원하듯 나도 너의 길을 진심으로 응원해. 우리 아프지 말고, 슬프지 말고 많이 웃고 행복하자. 그렇게 우리 오래오래 보자. 나를 네 삶의 순간 속에 함께할 수 있도록 허락해줘서 항상 너무 고맙다.


요즘 날이 참 좋지. 네가 좋아하는 계절인 봄이야. 내가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은 또 언제 오려나? 올해도 우리 모두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네.

 

무슨 일이 있어도 없어도 언제나 연락은 환영이야!

 

자주 연락해!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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