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큼 할 말도 많고 얽힌 감정도 다양한 존재가 있을까. 세상에 똑같은 엄마는 하나도 없지만,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엄마라는 두 글자가 주는 공통적인 정서는 존재한다. 뮤지컬 <친정엄마>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엄마와 딸 사이 사랑과 갈등을 그린 이야기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내년에 15주년을 앞둔 작품은 올해 규모를 키우며 넘버를 새롭게 추가, 편곡하고 앙상블과 함께하는 화려한 장면으로 보는 재미를 더하는 등 많은 변화를 꾀했다.
<친정엄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엄마인 ‘봉란’과 딸 ‘미영’의 합이다. 여섯 명의 배우는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봉란과 미영을 연기하며 각 공연마다 다른 매력의 모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2일, 미영을 연기하는 배우 중 막내인 신서옥 배우를 만났다. 그 어느 때보다 자기 자신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는 그에게, 이 작품에 임하는 마음과 함께 ‘신서옥의 미영’은 어떤 모습인지 질문해 보았다.
![[뮤지컬 친정엄마] 캐릭터포스터_제공 (주)수키컴퍼니.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304/20230421144011_frbhzebm.jpg)
“이번 작품을 하며 특정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무대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안녕하세요, <친정엄마>가 한창 공연 중입니다. 배우님의 소감을 듣고 싶어요.
좋은 기회로 공연에 함께하게 되어 기뻐요. 이번 작품을 하며 특정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무대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저도 미영과 비슷한 나이고 미영처럼 얼마 전에 결혼을 해서 그런가 봐요. 무대에 오를수록 즐겁고, 행복하고 또 뭉클합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고요.
<친정엄마>는 어떤 공연인가요? 출연 중인 배우님에게 직접 설명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친정엄마>는 엄마가 주는 사랑과 정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공연, 살면서 잊고 지내는 가까운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공연이에요. 세상에 정말 다양한 엄마와 딸이 있을 텐데, 그 모습은 모두 달라도 모녀관계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정서가 이 작품에 녹아 있는 듯해요. 그러면서도 재밌는 볼거리가 많은, 정말 다채로운 공연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친정엄마>는 내년 15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음악과 연출로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원래 중극장 규모인 작품을 대극장으로 어떻게 옮길 수 있을지 저도 궁금했는데, 많은 변화를 시도한 게 눈에 띄었어요. 음악을 다시 편곡하고 새로운 음악이 추가되었죠. 무대 연출과 배경도 대극장에 맞춰서 더 풍성해졌고요. 제 공연이 없을 때는 모니터링을 위해 관객석에서 공연을 볼 때도 많은데 배경과 조명이 정말 예쁘더라고요.
배우님이 맡은 ‘미영’은 어떤 인물인가요?
시골 촌구석에서 태어나 자란 맏딸로, 독립심도 강하고 꼭 성공해서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생각하는 인물이에요. 그러면서도 엄마를 무척 그리워하고 사랑하죠. 직업이 작가이기에 남보다 더 예민하고 섬세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엄마와 부딪힐 때도 있지만, 저는 그게 미영이 엄마와 관계 맺는 방식이라고 이해했어요. 다정하고 부드러운 모녀관계가 있다면 친구처럼 옥신각신하는 모녀관계도 있잖아요. 부끄러워서 좋은 말을 잘 못하고 괜히 퉁명스럽게 대하는 딸인 것 같아요.
앞서 <친정엄마>를 하면서 자기 자신으로 무대에 선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셨는데, 배우님은 미영에게 많이 공감하는 편인가요? 배우님의 미영은 어떤 모습인가요?
사실 처음 대본을 보고 미영이 낯설었어요. 저는 엄마랑 거의 싸운 적이 없거든요. 서운한 일이 있으면 혼자 속상해하지 엄마한테 대드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 제가 미영처럼 굴었으면 저희 언니한테 많이 혼났을 거예요. (웃음) 처음에는 어떻게 이 인물에 접근해야 할지 고민도 했어요. 연습을 하다 보니 미영이 엄마에게 틱틱대는 게 특별히 모질어서가 아니란 걸 깨달았죠. 그냥 대화하는 스타일이 그런 거고, 신경질적으로 말해도 그 바탕에 있는 애정이 느껴졌어요.
한편으로는 미영이 저보다 낫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엄마 마음을 잘 이해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웃음) 미영은 엄마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니까요. 제가 미영 역을 맡은 배우 중 막내이고 다른 두 배우님과 달리 아이가 없어서, 같은 미영을 연기해도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는 것 같아요. 저의 미영은 ‘신서옥의 미영’일 수밖에 없더라고요.
![[뮤지컬 친정엄마] 공연사진 (3) _제공 (주)수키컴퍼니.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304/20230421144407_izvvucvy.jpg)
“이 장면에서 어떻게 해야겠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대신,
무대 위 그 순간의 상황에 집중하려 해요.
흐름에 나를 맡기고 그냥 그 순간에 놓여 있으려는 거죠.”
모녀관계가 중심이 되는 공연인 만큼 봉란 역을 맡은 선배 배우님들(정경순, 김서라, 김수미)과의 합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호흡을 맞춰가고 계신가요?
현실에서 엄마가 있어야 딸이 있는 것처럼, 극에서 미영의 말과 행동은 엄마인 봉란으로 인한 게 많아요. 그러다 보니 둘은 서로 정말 많은 영향을 주고받죠.
봉란을 연기하는 선배님들의 스타일이 정말 다 달라서 재미있어요. 어떤 선생님과 함께 연기하느냐에 따라 저도 그때그때 달라져요. 예를 들어 김수미 선생님의 경우 대본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의 언어로 대사를 소화하실 때가 많은데, 그럴 때면 저도 조금 더 자유롭게 연기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같은 공연이라도 캐스트에 따라 조금씩 다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게 저희 작품의 장점이고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작품 속에서 화를 쏟아내거나 우는 장면이 많아서 무대에서 내려오고 난 다음에도 여파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무대 위에서 감정을 잡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요. 배우님은 감정 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공연 중 어정쩡하게 감정을 분출하면 공연이 끝난 다음에도 뭔가 계속 남아 있는 느낌이에요. 오히려 무대에서 그냥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방전 상태가 되면 진은 빠지지만 감정은 저절로 분리가 되죠. 저는 다 쏟아내는 쪽이라서, 무대 밖에서까지 작품 속 감정에 오래 젖어 있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감정을 많이 쏟아야 하는 장면은 오히려 머리로 고민하고 분석하려 할수록 잘 안 풀리더라고요. 이런 식이라면 감정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이 장면에서 어떻게 해야겠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대신, 무대 위 그 순간의 상황에 집중하려 해요. 흐름에 나를 맡기고 그냥 그 순간에 놓여 있으려는 거죠. 특히 마지막에 길게 독백하는 장면은 끝내고 나서 제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여부도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감정을 쏟아내는 진지한 장면만큼이나 앙상블과 함께하는 유쾌한 장면의 비중도 꽤 크다고 생각했어요.
이전 <친정엄마>는 뮤지컬보다 음악극에 가까웠다고 들었어요. 대극장에서 공연하게 되며 뮤지컬의 요소를 부각시키기 위해 앙상블과 안무 비중이 커졌는데요, 저도 연습실에서 보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다양한 장르의 안무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멜로디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니까 눈을 뗄 수 없더라고요. (웃음) <친정엄마>가 엄마와 딸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관객이 다소 무거운 감정선에도 지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건 중간중간 앙상블과 함께하는 화려한 장면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님이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엄마인 봉란의 소녀 시절을 보여주는 초반부요. ‘미인’을 부르며 봉란과 친구들이 술래잡기하고 같이 노는 장면을 좋아해요. 미영이 자신의 딸 유빈과 함께 봉란 집 툇마루에 앉아 ‘봉란의 보물상자’를 열어보며 시작되는 장면이에요. 에너지가 환기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느낌입니다. 힘이 있는 오프닝이에요.
미영의 시아버지 생신날 시댁 식구들이 와서 다 같이 식사하는 장면도 좋아해요. 폭풍이 지나가듯 빠르게 오가는 대사들의 합을 보는 재미가 있죠.
![[뮤지컬 친정엄마] 공연사진 (1) _제공 (주)수키컴퍼니.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304/20230422180424_fvmrgpdc.jpg)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병들었을 것 같아요.
무대에서 살아 있다는 느낌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