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랑수아 알라르의 가장 사적인 컬렉션 [전시]

글 입력 2023.04.22 01: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은 우리의 취향이 가장 잘 엿보이는 곳이다. 친구가 놀러 오면 안방 문은 꼭 닫아 놓듯 집은 내가 아닌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인 동시에 가장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 남의 집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는 작가가 있다. 프랑수아 알라르는 전 세계 명사의 집과 아틀리에를 기록한 사진작가다. 그는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패션 디자이너 등의 개인적인 공간을 방문하고 그 속에서 가장 그 사람 같은 면을 발견한다.

 

 

[꾸미기][크기변환][포맷변환]KakaoTalk_Photo_2023-03-07-19-07-09_001.jpg

 

 

그동안 사울 레이터, 정원 만들기 전 등을 전시하던 피크닉에서 프랑수아 알라르의 사진전이 진행되고 있다. 전시는 총 4층까지 이루어져 있고, 한 층 안에 사진의 대상이 된 여러 유명 인사 별로 섹션이 나뉘어져 있어 꽤 자유로운 동선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자하 하디드의 공간


 

[꾸미기][포맷변환][크기변환]KakaoTalk_20230421_133436962_03.jpg

 

 

해당 작품은 자하 하디드의 조형 예술 작품이 담긴 사진이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기도 하다.

 

자하 하디드는 이라크의 여성 건축가로 우리나라의 DDP를 설계한 건축가이다. 그녀는 여러 가지 장벽을 뛰어넘는 건축을 추구했고, 너무 지나치게 관습을 뛰어넘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건축물 없는 건축가'로 남아 있었지만 결국은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건축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많은 사진 중 작품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아름다운 금빛 벽화와 동색(同色)의 비정형적인 물체가 신비함을 자아낸다. 방 안을 꽉 채우며 존재감이 엿보인다.

 

 

 

드리스 반 노튼 & 패트릭 반겔루위의 공간


 

[꾸미기][포맷변환][크기변환]KakaoTalk_20230421_133436962_01.jpg

 

 

이곳은 드리스 반 노튼 & 패트릭 반겔루위의 공간이다.

 

자연주의적인 패턴과 색감, 볼드한 조형미, 화려한 색감으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은 자신의 공간에서도 마음껏 색채를 이용하고 있다.

 

그들의 식탁을 찍은 사진을 보면 화려한 꽃들과 은촛대, 파란 꽃무늬를 가진 그릇이 놓여있는데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어딘가 생동감이 넘친다.

 

잔에 물이 채워지고 그릇에 음식이 하나둘 놓이며 의자와 식탁 근처에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브 생 로랑 & 피에르 베르제의 공간


 

[꾸미기][포맷변환][크기변환]KakaoTalk_20230421_133436962.jpg

 

 

실제 이브 생 로랑의 삶에서 매우 많은 부분을 차지한 피에르 베르제와 함께, 그의 감각이 가득 담긴 공간인 ‘빌라 오아시스’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보다 더욱더 매혹적이다.

 

인테리어 용으로는 주로 사용하지 않는 초록과 붉은색의 조화가 감탄을 자아낸다. 여러 가지 문양과 채광이 모로코의 실내를 압축해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 모니카 비티의 공간


 

[꾸미기][포맷변환][크기변환]KakaoTalk_20230421_133436962_04.jpg

 

 

사랑의 쉼터는 사랑이 끝난 후 서로의 마음만큼이나 무너진 폐허로 남았다. 돔의 형태를 띤 이 공간의 이름은 ‘쿠폴라(La cupola)’.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배우 모니카 비티의 사랑이 끝난 후, 해당 공간은 은신처로써의 의미를 잃게 된다. 서로에게 들킬 비밀 하나 없다는 듯 탁 트인 전망 사이, 둘만의 사랑을 속삭일 고립된 공간. 이제는 풍화된 콘크리트와 부식된 창문, 고요함과 적막함만이 남아있는 모습이다.

 

 

 

조르조 모란디의 공간


 

[꾸미기][포맷변환][크기변환]KakaoTalk_20230421_133436962_02.jpg

 

 

마지막으로 조르조 모란디의 작품이다.

 

티켓에도 프린팅된 이 작품은 소박함을 추구한 작가의 생애처럼 먼지 쌓인 일상의 물체들을 보여준다. 순례자와 같은 삶을 살아간 모란디의 작품과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 부드럽게 색을 빼는 후보정 작업을 거치기도 했다고 한다.

 

왜 많은 사진 중 이 사진을 티켓의 메인 이미지로 넣었을까 궁금했는데, 만약 당신도 그러하다면 전시를 꼭 보러 가 보길 바란다.

 

*

 

내가 몸담고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공간엔 내가 잔뜩 묻는다. 덕분에 이 공간에서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더라도 남아 있는 나를 느낄 수 있다.

 

프랑수아 알라르가 보여주는 사진들도 이와 같다. 그는 단 한 프레임에서도 작가의 얼굴이나 작품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가 살았던 집을 통해 그 속에 잔뜩 차 있는 작가와 그의 생애에 관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보통 모르는 면모를 발견하기보다는 오브제 하나에도 그 사람다움이 묻어나온다. 그걸 관찰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건 꽤 재밌는 일이다.

 

프랑수아즈 알라르의 뷰파인더로 본 여러 작가의 공간에서는 그들의 일상이 보인다. 사랑, 작업, 가난 혹은 부가 보인다.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의 가장 사적인 면을 내밀하게 보고 싶다면, 알라르의 전시를 권해 드린다.

 

전시 기간은 2023.04.06.(목) ~ 2023.07.30.(일)이다.

 

 

 

아트인사이트 김하영 에디터 태그.jpg

 

 

[김하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