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남성 청소년 사회의 정상성으로 - 영화 '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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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기로 어린 시절 남자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모욕은 게이 같다는 말이다.
나의 청소년기인 10년 전 모욕의 의미로 쓰였던 게이 같다는 표현은 여전히 10대 아이들에게 모욕의 의미로 쓰였다. 지난 2년간 학원 강사로 일하며 내가 본 풍경은 그러했다. 아이들은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어떤 남자아이를 향해 “쟤는 게이”라고 했으며 그 말에 수치스러워하던 남자애는 자신의 폭력성을 남성성이란 듯 내세우며 어느 날부터 선생인 나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럼 다른 남자아이들은 그 아이를 자신의 무리에 끼워주거나 그 아이의 의도가 빤하다는 듯이 한참 비웃고는 했다.
게이 같다는 표현은 남성 사회에서 밀려남을 의미하는 동시에 ‘여성적’이란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레즈 같다”에 비해 “게이 같다”는 표현이 모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한데 철저한 여성혐오이면서 남성 사회에서 밀려나는 상황에 대한 남성들의 두려움이 얼마나 만연한지 보여준다.
어린 시절에 정상성이란 테두리를 벗어나겠다는 다짐은 야생에 맨몸으로 내던져지겠다는 용기와 같다. 최악의 학생이 되지 않는 법은 최선을 다해 무난해지는 것이고, 많은 청소년 정신병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무난해지기 위해 과도하게 애쓰거나 무난해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빨간 불이 들어온다. 나의 경우 전자였는데 최고로 무난해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극심하게 하다 식이장애를 얻기도 하였으니 말 다 했다.
여성 사회에 소속돼 무리 짓기 위한 과정은 감정의 중노동었다. 무난해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클로즈>는 13살 두 소년 레오와 레미를 주인공으로 한다. 레오와 레미는 오래 형제처럼 지냈고 누구도 그들의 관계를 특정하게 정의하지 않아 자유로웠다.
그런데 방학이 끝나고 유난히 붙어 있는 둘에게 아이들은 관계를 정의하도록 요구한다.우정과 사랑의 경계에서 그들조차 관계를 정의하지 못한 둘은 혼란스러워진다. 특히 타인의 반응에 감정의 격동을 크게 느끼는 쪽은 레오였다.
레오는 또래 남성 집단 사이의 관계를 은근히 동경하였고, 자신은 “게이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무엇보다 레미에게 느끼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자기 자신에게조차 들키고 싶지 않았다.
사소하게는 자신의 배를 베고 누운 레미를 밀어내던 레오는 점점 더 확실하게 레미와 거리를 두게 된다. 또래 남성들이 배우는 아이스하키를 배워 악기를 배우는 레미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자신의 침대를 넘어온 레미를 격하게 밀어내 몸싸움을 벌이고, 학교에서도 레미와 함께 있는 대신 남성 또래 집단과 함께 있기를 선택한다.
레오의 마음이 편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시선은 여자아이들과 조용히 무리 짓고 있는 레미에게 닿기도 하였으나 이내 진심으로 남성 무리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둘의 몸싸움 장면은 두 번 나오는데 둘 다 인상적이다. 침대를 넘어온 레미를 밀어내는 레오의 모습과 운동장에서 ”왜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았느냐“고 따지며 레오에게 달려드는 장면에서다.
”남자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야“란 말을 수도 없이 들어 왔는데 그만큼 남자아이에게 싸움이란 남성성의 상징인 동시에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약육강식 세계에서 남성 무리가 인정해 주지 않는 남성, 특히 퀴어 남성은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다.
이들은 몸싸움이라는 보편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다. 그 모습은 힘이란 무엇인지, 사람들이 말하는 남성성이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영화 <클로즈>는 감정의 격동기를 겪고 있는 두 명의 청소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 시기에만 겪을 수 있는 두려움, 슬픔, 설렘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꽃이 만개한 벌판을 걷고, 뛰는 레미와 레오의 모습이 찬란하게 펼쳐지다 잠시 뒤 꽃농장을 운영하는 레오네는 꽃모종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커다란 기계음과 함께 꽃을 파괴하는 듯한 이 노동은 사실 새로운 곳에 꽃을 심는 일이다.
영화 속 빨간 벽지의 방과 닫힐 수 없는 문은 여전히 자극적으로 마음에 남아 있지만 영화 바깥에서의 둘은 꽃 벌판과 함께 그려볼 수 있겠다.
[최유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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