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 사람들의 사람사는 이야기 [드라마/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 마음대로 떠나는 사람 여행
글 입력 2023.04.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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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디 가는 길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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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방송인이 길을 가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묻는다. 이들의 손에는 작은 접이식 의자와 탁자가 있다. 처음 보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인터뷰 요청을 한 후에 승낙이 떨어지면 곧바로 자리를 잡는다.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두 MC가 마음대로 떠나는 사람 여행이다. 이들은 어떤 섭외도 없이 그저 걸어가다 만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물론 지금은 방송의 형식이 많이 변화되어 스튜디오에서 출연자들을 섭외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는 코로나로 인해 변경된 포맷이지만, 그때의 자연스러움을 떠올리며 초창기 <유 퀴즈>의 내용을 복기해보고자 한다.


 

 

길 위에서 만나는 다양한 ‘우리’



두 MC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삶이 담겨 있다. 이들은 어린아이에서부터 학생, 수험생 그리고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을 만난다. 이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일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꾸밈없고 솔직하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라는 말처럼 모두가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한명 한명씩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각자의 삶이 있다. 7년간 일한 후 퇴사하고 홀로 서울 구경을 온 사람, 방송작가 일을 그만두고 달고나를 파는 사람 등 그들이 추구하는 생활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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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일하다 보니 권태기가 찾아온 이가 떠난 서울여행은 많은 것을 보고 구경한 여행은 아니다. 친구 집에서 술을 마시고 늦게 일어나 친구를 위해 찌개를 끓여두고 나오는 그런 소소함이다.


반면 그만둔 일을 떠나 새로운 직업을 찾은 이도 있다. 본가로 내려와 달고나를 팔며 그 속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찾는다. 이를테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과 달고나를 사 먹는 주 연령층인 아이들을 만나며 얻는 재미 같은 것이 있다.


이렇듯 같은 단어도 다른 의미로 나타나며 사람에 따라 그 단어가 주는 변화도 다르다. 앞선 시민 인터뷰에서 나타나듯이 여행이라는 단어가 그렇고 일을 그만둔다는 의미도 그 이후의 삶에 따라 제각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삶은 비슷하지만 다르고 평범하지만 특별하다.


 


예측불허 어린이 자기님들


 

<유 퀴즈> 프로그램의 특이성이라 함은 다소 많은 어린이와 얘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미취학 아동부터 시작해서 초등학생까지 많이 어린 아이들에게도 대화를 요청한다. 아이들이 잘 이야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다가도 어른보다 깊은 생각과 재치를 가진 모습에 감탄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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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어린이의 명언이 있다.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쁘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전 연령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의 공감과 재미를 불러일으켰고, 몇 년 후 이 어린이는 유 퀴즈에 재출연하기도 하였다.


이밖에도 수많은 어린이가 귀여운 입담을 자랑하고 갔다. 이들의 말에는 순수함과 솔직함이 가득 들어있다. 그래서인지 거침없기도 하다. 더불어 별거 아닌 대답에도 웃음이 번진다. 평범한 질문도 인상 깊게 만드는 것은 아이들이 주는 특별함이다.


 

 

YOU QU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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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에는 시민들을 위한 퀴즈와 함께 상금과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 YOU QUIZ? 라고 물으며 퀴즈를 풀 것을 요구하고 ‘예스’라는 말이 나오면 준비한 퀴즈를 맞추는 형식이다. 퀴즈를 맞히면 백만 원의 상금이 현금으로 주어지며 못 맞추었을 시 선물 추첨을 통해 상품을 받게 된다. 이때의 상품은 물고기 쿠션이나 배추 담요 등 재미를 가미한 것으로 특이하고 다양한 물건이 나온다. 쓸모없는 것이라 여겨질 수 있으나 모두가 즐겁게 선물을 받고 감사 인사를 하며 마무리하는 따뜻한 모습이 보인다.


<유 퀴즈>의 또 다른 재미는 백만 원의 상금을 탔을 때 나오는 시민들의 반응도 한몫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민은 택시 기사와 수험생이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백만 원의 상금을 타자 그날 하루의 일을 모두 마무리하고 바로 집으로 가서 자랑하겠다는 택시 기사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진다. 한 달 월급을 받은 셈이라며 백만 원을 들고 곧바로 귀가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마찬가지로 9급 군무원 시험을 위해 독서실을 가려던 찰나 인터뷰를 하게 되고 백만 원까지 타간 시민도 있다. 상금을 받으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인강과 독서실 비용을 내고 싶다던 그는 실제로 정답을 맞춰 백만 원을 얻고 일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이들 모두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뜻밖의 행복을 얻고 유쾌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 역시 대리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유 퀴즈> 관전 포인트: 우리들의 이야기


 

<유 퀴즈>는 ‘두 MC가 마음대로 떠나는 사람 여행’이라는 주제를 내세운 만큼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웃음을 뽑아내고 감동까지 더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은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대부분 방송의 경우 일반인을 섭외하는 기준은 특정 분야에서 유명하거나 업적을 남겼을 경우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즉흥적으로 섭외한 시민을 통해 그들의 사는 이야기를 듣는다. MC들이 던지는 질문도 소박하다. 이를테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일을 하며 힘든 점은 무엇인지’, ‘점심은 드셨는지’ 등 일상에서 할 법한 소재를 가지고 평범하게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 때문인지 많은 사람의 공감과 동질감을 형성한다. 평범한 시민이 하는 이야기에는 우리 모두 한 번쯤 느끼고 경험했을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삶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유 퀴즈>를 보며 한 사람의 사는 얘기를 듣다 보면 그들의 삶은 순탄한 삶으로만 점철되어 있지 않다. 삶의 중간에서 겪는 위기와 어려움이 있고 각자의 사연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어두운 사정 속에서 주저앉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더불어 누군가가 보기에는 완벽한 삶이 아닐지라도 각자의 방식대로 스스로의 기준에 부합하는 행복을 추구해나가며 자신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 힘든 순간이 다가와도 꿋꿋이 삶을 개척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삶이란 무엇인지에 관해 숙고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가 점차 모습을 감추면서 다시 예전처럼 길거리 토크로 형식을 이어가자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평범한 일상과 자연스러움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실제로 담당 PD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낯선 지방의 한 마을에 가서 사람을 만나고 평상에 앉아서 쉬기도 하는 그런 종류의 한 장면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나 역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예전의 소박한 분위기와 자연스러움이 어우러진 시민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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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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