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쩌다 어른이 되었다 하더래도 - 어쩌다 어른

글 입력 2023.04.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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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란 무엇일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

 

20살 이전의 나에게 어른이란, 그저 나이에 따라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지위였다. 하지만 막상 20살이 넘어 보니, 20살 하고도 한참이나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과연 내가 진정 어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증이 생겼다고, 술집에 갈 수 있고 담배를 살 수 있다고 해서 모두가 어른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른이 되고자 한다면, 그에 걸맞은 생각과 행동이 필요하다.

 

책 <어쩌다 어른>은 2015년에 출간되어 우리 사회에 '어쩌다' 신드롬을 몰고 온 이영희 기자의 에세이이다. 서른을 맞이하며 이젠 정말 어른이 된 것 같다는, 아니 되어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을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갈망과 함께 솔직하게 풀어내었다. 그 진심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였고 출간과 동시에 큰 사랑을 받으며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로 사랑받았다고 한다. 그 에세이가 2023년, 다시 우리를 찾아온 것이다. 좀 더 특별하고 알차게. 다시금 우리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고자!

 

확실히 기자의 글이라서 그런지 글맛이 쫀쫀해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일상의 순간을 한 꼭지로 삼아 자신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인생을 버무린 맛에 푹 빠졌더랬다. 그러면서도 툭툭 던지는 문장들이 어찌나 마음에 콕콕 박히는 것이었다. 미처 놓치고 있었던 우리네 사연들을 책 <어쩌다 어른>을 통해 다시금 반추해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일본 만화 및 애니메이션의 대가인 것 같다. 사실 책에서 소개된 대부분의 이름들을 처음 들어보는 터라, 굉장히 흥미로웠다. 도대체 어떤 만화이길래 이렇듯 인생의 명언을 쏟아내는 것일까? 궁금한 마음이 드는 것이 한두 편이 아니었다. 평소에 그쪽 분야엔 관심이 없던 나도 호기심이 들 정도로, 저자의 만화 인용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소스로 활용되었다. 이런 식의 전개 즉, 만화와 일상을 잇는 글의 흐름을 책 <어쩌다 어른>의 특이점이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더래도 역시 마음에 더 오래 남는 이야기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슴에 비수로 꽂힌 사연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부터 간단히 소개해 보려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느 택시 운전사. 출근길에 택시를 잡아탄 저자는 불운하게도 운전에 영 소질이 없는 어느 택시 운전사의 차를 타게 된다. 예상치 못한 루트만을 골라 달리던 택시가 결국은 평소보다 3,000원 정도 더 많은 요금과 함께 멈춰 섰을 때, 저자가 다소 뾰족한 한 마디를 건네자 아저씨는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한다: 내가 원래 운전을 잘 못하는데, 이거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네...

 

나 참, 세상에 이런 기구한 택시 운전사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운전을 못하는 택시 운전사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고백 앞에 나의 마음은 한없이 무너져내렸다. 저자는 이 택시 운전사의 사연을 좋아하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의 갈등이라는 주제 안에 담아내었다.

 

살다 보면, 해야 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타인에게 피해를 줄 정도의 아웃풋을 내는 건 다소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 부분은 차치하고서라도 스스로 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그 옷을 입어야 하는 심정까지 모른 척할 수는 없다.

 

저자는 그러니, 그런 경우에 불평불만을 잔뜩 가지고 있는 건 별 도움이 안 되니, 그 안에서 나름의 취향과 적성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최선이지 않겠느냐 말한다. 굉장히 이상적인 말이긴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이것 말고 또 다른 방도가 있겠는가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또한, 적어도 취향과 적성을 찾을 수 있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일 테다. 위의 택시 운전사의 경우라면 글쎄... 쉽지 않은 여정일 것 같아 다시금 마음이 아파진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것이다. 제 뜻대로 되는 일 하나 찾기가 이리 숨 가쁘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기에 우리는 또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은 너와 나만의 몫이 아니기에 책 <어쩌다 어른>과 같은 에세이가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두에게 어른은 태어나 처음일 테니, 함께 고민하고 배우며 나아가면 좋겠다. 그렇게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어주며 이 세상엔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이 더 있다는 사실에 기대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단 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어쩌다 어른이 되었다 하더래도.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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