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 1960s Swinging London展

단순한 시대가 아닌, 1960년대 영국의 관계, 감정, 가치에 관한
글 입력 2023.04.11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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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에 있는 ‘Swinging London’은 196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화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의 활기차고 에너지 가득한 영국 런던의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다. 과거의 보수적인 가치관을 거부하며 낙관주의, 자유, 실험 정신을 특징으로 한다.

 

역동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광고, 영화, 사진같은 대중 문화의 요소들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전통적인 가치와 태도에 도전하고자 했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영국의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1960년대 영국을 정의할 뿐 아니라 오늘날의 대중문화와 예술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전시에서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팝아트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리차드 해밀턴, 비틀즈, 데이비드 보위, 롤링스톤즈 등의 팝 아티스트들과 콜라보한 피터 블레이크의 작품들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2023년 3월 23일부터 7월 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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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라 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통적인 예술 또는 회화와 거리가 먼 느낌이 든다.

 

전시에서는 영국 팝아트 운동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며, 새로운 기술과 매스 미디어가 미술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에 어떻게 도전했는지 보여준다. 팝아트의 아버지라 불리는 리차드 해밀턴은 1950, 60년대에 광고, 소비자 문화 및 대중 매체에서 이미지를 콜라주하고 차용하는 방식으로 팝아트 문화를 발전시켜 나갔다.

 

그는 예술, 기술, 사회 간의 관계를 사진 및 스크린 프린팅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작품에 녹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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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다. 리차드 해밀턴이 1970년 TV 뉴스 보도에서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 보도는 오하이오 켄트 주립 대학에서 베트남 전쟁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주 방위군이 학생 시위대에 발포한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리차드 해밀턴은 이 작품에 대해 총격 사건은 미국 역사상 너무 끔찍한 사건이었다며, 예술이 우리의 마음속에 수치심을 간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옳은 것 같았고, 큰 판 인쇄물을 널리 배포하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고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저 TV 화면을 향해 셔터를 누른 사진으로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리차드 해밀턴의 이 작품으로 인해 사람들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비극적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을 통해 ‘예술 작품’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붓으로 정성스럽게 그려낸 아름다운 회화뿐 아니라 당시 사회를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진 또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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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하게 콜린 셀프의 <전기 의자>라는 작품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이 작품은 콜린 셀프가 시인 크리스토퍼 로그와 함께 만든 포스터 시다. 이는 당시 전기 의자가 여전히 사용되던 미국에서 사형 집행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로그의 시와 셀프의 이미지가 결합되어 국가 권력이 승인한 폭력의 위험성에 대한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이 포스터는 갤러리, 박물관, 커뮤니티 센터 등 공공장소에 널리 배포되어 전시되었고, 예술과 시가 사회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례로 남아 있다.

 

1960년대 사회가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예술과 사회의 관계도 변모한 것 같다. 그전에는 예술이 사회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낭만적인 감성의 영역에 있었다면, 이제는 예술도 사회에 깊게 들어가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주는 흐름으로 변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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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데이비드 호크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번 전시를 많이 찾았을 것 같다. 필자 또한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데이비드 호크니 개인전을 인상깊게 관람했기에 더욱 기대했던 전시였다.

 

2019년의 데이비드 호크니展은 호크니의 삶과 예술 작품 전반을 볼 수 있는 전시였다면, 이번 전시는 ‘물’과 ‘시선의 중첩’ 두 가지 주제에 중점을 두고 호크니의 작품 일부를 소개하는 느낌이었다.

 

특정 주제를 잡아 호크니의 작품을 소개한 형식은 호크니가 가지고 있던 예술에 대한 철학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 이렇게 호크니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섹션 이전에서도 에칭을 활용한 호크니의 작품이 다양한 섹션에서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더 풍부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A Bigger Splash' 또한 물을 다룬 작품인 만큼, 호크니의 그림에서는 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호크니는 1960년대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뒤로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반사된 수영장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는 물이 가지고 있는 유동성, 깊이감, 공간성, 시간성을 2차원적 평면의 회화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깊이 고민했다. 빛이 어떻게 비춰지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물의 색과 모양을 포착하기 위해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여러 시각의 물을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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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물이 ‘어느 지점’을 볼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반사된 부분이나 물 표면을 보다가 갑자기 물속을 볼 수도 있다. 이 맥락과 비슷하게 호크니의 작품을 통해서는 작품을 보는 행위자인 ‘나’와 ‘나의 시선’에 집중하게 된다는 매력이 있다. 동시에 대상을 ‘보는’ 주체로서의 작가의 시선에 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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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피카소가 사람의 얼굴을 왜곡했다고 불평하죠. 저는 왜곡이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피카소가 30년대에 그린 연인 마리 테레즈 윌터의 놀라운 초상화를 보면 피카소는 침대에서 그녀와 몇 시간 동안 아주 가까이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을 겁니다. 그렇게 바라본 얼굴은 5~6피트 거리에서 본 얼굴과 다르게 보입니다. 눈, 뺨, 코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놀라운 반전과 반복이 일어납니다. 어떤 왜곡이 나타나지만 현실이기 때문에 왜곡이 될 수 없습니다. 이 그림들은 그런 종류의 친밀한 시각에 관한 것입니다.”

 

호크니는 있는 그대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림을 보는 것은 항상 인물이며, 다른 것은 없다. 그리고 모든 캔버스에는 어딘가에 작은 거울이 있다고 말한다. 대상을 보는 방식, 시점, 감정, 감상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대상에 집중했던 호크니의 철학이 와닿았다. 그의 그림에는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가 바라보는’ 대상만이 존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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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oint 앱을 다운받으면 사운드갤러리 탭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함께 듣길 권한다. 오디오 가이드에서 흘러나온 인상깊었던 호크니의 말을 첨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영원한 것은 현재예요. 순간이 모든 것에 우선해요. 그리고 삶은 큰 선물이에요. 제 인생관이지요. 지금의 삶을 사랑하세요.”

 

 

[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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