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네즈 켄시가 노래하는 관계와 청춘 [음악]
-
최근, 밴드 음악을 선호하는 필자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피드에 잊을 만하면 알고리즘을 통해 찾아오는 곡이 있다. 베이스, 피아노, 기타 등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국내외 뮤지션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이 곡의 커버 버전을 업로드하는 덕분이다.
바로 요네즈 켄시(Yonezu Kenshi)의 노래 ‘KICK BACK’이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일본 TV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의 오프닝에 흘러나오는 OST로, 중량감 있고 빠른 베이스 라인이 특장점인 곡이다.
요네즈 켄시는 2010년에 데뷔한 일본의 싱어송라이터로, ‘KICK BACK’을 비롯해 일본 드라마 <언내추럴>의 OST ‘Lemon’이라는 곡으로도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법의학자를 소재로 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의학 드라마의 메시지와 어울리는 감성적인 멜로디 및 가사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언내추럴의 국내 리메이크 소식과 체인소 맨의 인기에 힘입어, 요즘 들어 요네즈 켄시의 곡들이 국내에서 이전보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앞에 언급한 곡들에 비해서 J-POP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국내 대중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지만, 매력적인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요네즈 켄시의 다른 두 개의 명곡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Kanden (感電 ; 감전)
‘Kanden(이하 감전)’은 호시노 겐, 아야노 고 주연의 일본 드라마 MIU404의 OST로 유명해진 곡이다. MIU404는 언내추럴과 동일한 각본가 노기 아키코의 작품으로, 초동 수사를 담당하는 일본 경시청 기동 수사대 4기수의 두 형사가 사회를 어지럽히는 범인들을 검거하기 위해 협심하는 과정을 그린다.
감전의 가사에는 드라마 속 두 주연의 이야기와 관계가 충실히 투영돼 있다. 침착한 원칙주의자 시마(호시노 겐 분), 그리고 육감과 본능에 충실한 발 빠른 형사 이부키(아야노 고 분).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두 인물이 함께 이지러지고 불합리한 현실과 이유 없이 타인을 해치는 악인들에 맞서며 혼란과 허무를 느끼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해 가는 과정을 통해 기동 수사대로서의 의무를 다하며 때로는 이성적으로, 또 때로는 감각적으로 세상과 싸워가는 이야기를 은유를 통해 담고 있다.
다소 장난스러우면서도 톡톡 튀는 도입부의 멜로디와 밤거리를 연상시키는 시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MIU404를 본 후에 이 곡을 감상하게 된다면, 이전 파트너 형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인생 멘토로 삼았던 형사의 범죄 혐의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두 인물의 마음 그리고 서로에게 의지하고자 하는 형제애가 마음에 깊게 스밀 것이다.
Haiirotoao (灰色と青 ; 잿빛과 푸름)
‘Haiirotoao(이하 잿빛과 푸름)’는 일본 드라마 MIU404와 <3학년 A반>, 그리고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등으로 유명한 일본 배우이자 가수 스다 마사키와 요네즈 켄시가 콜라보레이션한 곡이다.
비 오는 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록 스타일의 발라드 음악으로, 스다 마사키의 소년 같은 보컬과 요네즈 켄시의 부드러우면서도 거친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요네즈 켄시가 잿빛과 푸름을 쓸 때, 청춘 군상의 삶과 혼란을 그린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키즈 리턴>의 영향을 받았다는 일화 역시 잘 알려져 있다. 노래의 가사를 읽어보면, 어릴 적 닿았던 인연들과 자유로웠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화자의 마음을 살필 수 있다.
잿빛과 푸름은 여름이 끝날 즈음, 바쁜 하루를 끝내고 새벽 전철을 탄 채 속절없이 흘러가는 바깥의 도시 풍경을 보면서 추억을 그리는 청춘의 모습을 노래한다. 지금의 모습이 어릴 적과 몰라보게 달라졌고 그때의 기억들은 시시하고 흐릿할지라도, 항상 마음속 깊이 머금고 있던 그리운 추억과 인연들이 있다면 이 곡을 꼭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박지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