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만의 자화상을 찾아, ‘소녀,N’ [앨범]

글 입력 2023.04.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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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명 [소녀,N]은 눈으로만 보면 ‘소녀, Narr.i’를 의미하는 듯하지만, 실제로 발음해보면 ‘소년’이다. 이에 따라 본 앨범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윽박지르듯 거칠게 발화하는 ‘소년’의 목소리와 부드럽고 가녀리게 노래하는 ‘소녀’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각각의 목소리는 솔직함으로 인해 상처를 감수해야 했던 과거의 자아와 솔직함을 희생하고 현실과 타협하고자 하는 현재의 자아를 상징한다.


두 모습이 하나의 자아로 융합되기까지(I)의 과정이 응축된 ‘이야기’가 순서대로 담겨 있어, 타인이 단 1%도 섞이지 않은, Narr.i만의 순도 100% 자화상인 셈이다. 언젠가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저마다의 자화상이 완성되길 기대하며, [소녀,N]의 다섯 트랙에 한 번쯤 귀 기울여 보길 권한다.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저마다의 자화상이 완성되길’ 이라는 말이 앨범 [소녀,N]을 함축하는 말 같다. 과거(소년)와 현재(소녀)가 만나고, 그 과정 끝에 비로소 과거의 상처를 안고 인정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완성했다.


1번 트랙 ‘아이’는 과거(소년)가 찾아와 왜 날 똑바로 보지 못하는지 말하고, 2번 트랙 ‘밀어’는 과거의 기억들이 현재의 나에게 밀고 들어오는 느낌을 애써 피하는 모습, 3번 트랙은 행복과 외로움에 대한 생각을 말하면서 과거를 진정 마주 보는 모습이다. 4번 트랙에선 ‘너의 밤도 아름답기를 바라’며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5번 트랙 ‘I’에선 과거를 품고, 다시금 희망차게 시작할 준비를 하는 이야기라고 해석해보았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피하지 않고 인지하고 마주 보는 것이다. 불쑥 튀어나온 과거의 것들이 마음을 어지럽힐 때, 가끔 나도 조용히 시간을 들여 마주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그럼 의외로 아주 단순한 결론에 닿는다. ‘그냥 그때의 내가 그랬던 거다. 어쩔 수 없다. 돌릴 순 없으니. 그냥 그렇게 된 거다.’


점점 철든 생각을 한다. 과거를 탓하고 억울하다하면 뭐하나, 신에게 왜 나한테 이러냐고 해봤자다. 세상의 일이고, 그렇게 된 것이다. 그냥 원인-결과인 거라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 성숙해진다. 마주하고 생각해보고, 그래도 다시 믿고 시작하는 게 자화상을 그려나가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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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아이

: 아무도 찾지 않는 기억 속, 동굴 깊숙이 웅크린 소년.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느라 솔직해지지 못하는 소녀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위선 떨지 말라는 듯 쏴붙이면서 스스로를 갉아먹어 갈 때 튀어나오는 모습들이 연상되는 트랙이었다. 해결되지 못한 과거(소년) 혹은 과거의 상처가 소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알아봐달라고 절규하는 것도 같은 가사와 분위기였다.



02. 밀어

: 거울을 건너 소녀의 영역을 침범한 소년. 소녀의 의식은 혼수상태에 빠지고, 소년과 소녀는 갈등하면서 서로를 밀어낸다.


“도망가지 말고 여기 서 버린 널 찾아가야지 / 아껴주면 떠나기에 언제나 서두르네 그런 내 서투름에 반복되는 타의 피해” 가사는 소년으로 인해 소녀가 점점 잠식당하는 모습을 그린다.


잊었다, 없다 생각한 과거 갖가지의 상처들은 한 번에 사람을 무력감에 빠뜨린다. 밀려오는 생각에 지배당하기 전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피해도 결국 마주해야 할 순간이 온다.



03. ISBN 9781406309140 (skit)

: 감정을 가라앉히고 서로를 직시한 소년과 소녀. 다른 그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았던 생각들에 대하여 서로가 공명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외로움과 행복에 대한 생각을 나눌 때 부정적인 말에 조금 놀라기도 했고 일부는 공감하기도 했다. 직시하고 대화하면서 남이 아닌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시작하는 소녀와 소년이다.



04. 蜜語(밀어)

: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 소년과 소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의 목소리를 닮아간다.


“바래 너의 밤도 아름답기를 난 왜 슬프지만 다시 발길이 닿네 / 잘해보려 했지만 잘하지 못한 것들 / 가라앉은 나의 삶 고작 이게 다인가 싶다가도” -가사 中


처음으로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트랙이다. 잘해보려 애썼고 실망도 했었다는 이야기에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누구나 다 그렇고, 그랬을 경험일 거다. 보통의 이유는 대부분 다 그런 식이다.



05. I (Feat. 김호랑)

: 소년의 상처까지도 그 자체로 사랑하게 된 소녀. 소년과 소녀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순간, 소년은 결단을 내린다


 

나의 마음이 흑이든 백이었든 간에

그건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 말해

또는 섞어서 회색이 되면 어떨까 해


감히 내가 바란게 있다면

지우지 말아줘 상처들도


길었던 눈보라도 바람도 아무도 가릴 수 없던 네 모습

사랑도 사람도 다시 또

믿지 않을 수 없게 한 이름들

 


멋진 가사들이다. 섞어서 회색이 된다, 과거와 현재를 포용하고 모두 내 모습이었다 말하는 것일 테다. 또, 상처를 완전히 지우지 ‘못’ 하는 게 아니라, 지우지 ‘말아 달라’는 말도 포용, 사랑, 치유 그 이상을 초월하는 말이다. 소년과 소녀가 완전히 하나 되어 상처받은 과거마저 사랑해버린 모습이라니.


그 과거에 내가 있으니 지우지 말고, 다시금 세상을 믿어보기로 하는 가사에 함께 응원해주고 싶었다. 내 편 덕에 우리는 살아가고, 내 가치나 흥미를 위해 살아간다. 살아가는 이유보다 ‘어떻게 살아갈지’에 관심을 쏟으려는 나는,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고 지우지 말아 달라는 말”을, 오늘의 내 자화상으로써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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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의 소녀,N. 좋은 앨범을 만난 것 같다.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은 어렵다고 생각했었지만, 본인을 빗대어서 생각해보고 깊이, 묵혀있는 과거를 솔직히 마주하고자 한다면, 더 없이 솔직하게 자화상을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한편, 다른 이들의 자화상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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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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