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등대의 모든 이야기 - 세상 끝 등대

글 입력 2023.04.0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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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세상 끝 등대.jpg

 

 

여행에 관심이 없었는데, 요새 저 멀리 혼자 떠나서 무작정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장소가 산이 되었든 바다가 되었든 그냥 넓디넓은 도로가 되었든 상관이 없다.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되고, 많지 않아도 되고 그런 것도 상관없다. 그냥 오랜 시간도 아니고 한 7일 정도만 여행 다운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는 요즘이다.

 

여행에 관심 없을 때는 시간이 많았는데, 지금은 관심이 커지니까 시간이 없다. 역시 매 순간 타이밍이 맞기란 참 어렵다. 그럼 어쩌겠나. 여행 느낌 나는 그림 가득한 책을 보는 수밖에.

 

바다 위 낭만적인 보호자 <세상 끝 등대>는 그렇게 내 손에 펼쳐졌다. 파스텔 톤의 노란색 책표지는 봄 내음 흠뻑 풍기며 책을 계속 넘기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등대가 기억에 남는 경험은 2번 있다. 오이도와 여수에 있는 하멜등대다. 막상 등대 옆 의자에 앉을 때나, 등대 위에 올라가면 '우와'하는 감동 어린 감정이 없었는데 등대가 주는 든든함은 있었던 것 같다. 이처럼 든든함 외에는 사실 등대라는 존재한테 큰 여운은 느끼지 못했는데, 곤살레스 마시아스는 등대로 두꺼운 책을 엮었다는 생각에 정말 낭만적이고 집념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곤살레스 마시아스는 세상의 모든 등대에 관한 이야기를 수집했다고 한다. 이 알찬 내용에 더불어 독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독특한 형식으로 배열되었으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정보를 덧붙여 흥미를 높인다.

 

작가의 센스가 엿보이는 부분은 여기다. 세상의 많은 등대 중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는 등대를 택하여, 한 쪽이라는 분량 안에서 이야기를 펼쳤다. 형식적인 제약을 부여해서 정말 등대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이야기를 형식을 통해 한 번 더 부여한 것이다.

 

등대를 책이라는 형식에 알맞게 배치하여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그 옆 페이지에는 이미지를 두는 규칙을 배열했다. 삽화 또한 파란색과 노란색만을 사용하여 세련미를 추가해 이 책만의 독보적인 개별성을 띠고 있다.

 

등대 여행을 목표로 여행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설령, 가고 싶다는 계획을 세워도 평균적인 사람의 인생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전부를 보지 못할 텐데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직접 가지 않아도 가본 것처럼 만들어주는 경험을 선사한다.

 

그중 그립 등대를 소개해 주고 싶다. 이 등대를 올라갔던 여인의 이야기는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한 여인이 등대에 도착하면서 두 등대지기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섬에서 서로 추격전을 벌이며, 칼로 위협하는 등 상황은 심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안에서 문이 닫히는 바람에 둘 중 한 사람은 마을의 어부가 구하러 올 때까지 밖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고 한다. 내막을 알게 된 당국은 두 등대지기를 파면하고 여인을 육지로 다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등대와 등대를 통해 알게 된 이야기. 누군가의 특별한 관심이 내게로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통해 들어왔을까를 생각하면 21세기에도 책이라는 형태는 신문물이라 느껴진다.

 

더 소개하고 싶은 등대와 이야기들이 흘러넘친다. 여행지에 놀러 가면 잘 볼 수 있는 등대지만 등대를 유심히 관찰하고 숨겨진 이야기를 파헤쳐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여행에 다녀오면 많은 경험과 귀감을 얻게 되듯, 이 책은 등대라는 한 갈래로 마치 한차례 여행을 돌고 온 듯 견문을 넓혀주기에 마땅했다.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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