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벚꽃의 꽃말은 우울 [사람]

결국에는 다 괜찮아질 걸 알기에
글 입력 2023.04.07 17:0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올해 당신의 봄은 어떤가요



오랜 친한 친구에게 카톡 메시지가 왔다. ‘한 해 중 4월이 가장 우울한 달이니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자’고. 읽는 순간 가슴 속에서 ‘뜨끔’하는 효과음이 들렸다. 노리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나의 기분을 완벽하게 꿰뚫어 본 것 같았다.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단호하게 이야기하자면, 최근의 나는 우울하다. 그것도 엄청나게. 누군가 바늘로 콕 찌르기라도 하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그런 상태로 일상을 견디는 중이다.


너무 욕심을 냈던 것일까. 당장 눈앞에 놓인 일을 제때 처리하는 데에도 벅차다. 벌써 시험 기간이 2주 앞으로 다가왔고, 동시에 조별 과제와 리포트를 슬슬 준비해야 할 시기도 되어간다. 학점 챙기기에도 바쁜데 그 외의 것들, 예를 들면 인간관계, 아르바이트와 스터디, 동아리 등등. 코로나와 휴학으로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이번 학기에 처음 지내는 나에겐 지금의 생활도 버겁게 느껴진다. 집에 오면 기절하듯이 자는 게 다반사다. 당장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정신과 몸이 따라주질 않으니 심란한 최근이다.


체력과 시간이 부족해 좋아하는 것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도 한몫했다. 워낙 스트레스에 내성이 없는 데다가 피로를 바로 풀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서는 지금이 너무나도 답답하다. 정말이지 웃음기 없는 삶이다. 바닷속으로 침수하고 싶은 기분으로 24시간을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


아마 나의 글을 읽고 있는 몇몇, 혹은 어쩌면 모든 이들이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혼자 힘든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까지 유난이냐. 저 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것 아닌가.’ 맞는 말이다. 주변 가까운 지인들의 근황, 아니 당장 SNS에만 들어가도 내면적 소양과 스펙을 쌓으면서 동시에 잘 놀러 다니는, 소위 ‘갓생’을 사는 사람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물론 타인의 삶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느 정도 검열해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남들은 저렇게까지 열심히 살아도 멀쩡해 보이는데, 평범하게 일상을 유지하는 것도 벅차하는 나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꼭 황새 따라가는 뱁새가 된 기분이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버릴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도 못 할뿐더러,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도 정하지도 못한 채 트랙을 달리는 사람. 이 기약 없는 경주에 익숙해지는 때가 오긴 올까, 하는 의문이 든다.

 


[크기변환]KakaoTalk_20230407_045411101.jpg

 

 

작년 겨울부터 새 도약을 기원하며 벚꽃이 활짝 피기를 기다렸는데, 막상 4월이 되고 꽃이 만개하니 도약은커녕 마음속에 황사와 미세먼지만 찾아온 느낌이다.

 

다들 따뜻해진 날씨를 맞아 놀러 가는데, 왠지 모르게 꽃을 볼수록 우울해서 종일 이불이나 뒤집어쓰고 집 밖에 한 발짝도 나가기 싫은 최근이다. 벚꽃의 꽃말은 모르지만, 어쩐지 우울일 것만 같다.


여담이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해져서 그런지, 작년 여름부터 젤네일을 하면서까지 고치려고 노력했던 ‘손톱 물어뜯는 버릇’이 최근에 재발했다.

 

 

 

은연중 알고 있는 진리



사실 알고 있다. 감정의 변화는 끝없이 순환하기에, 스스로 정서적 항상성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이런 무기력함과 후회, 불안, 약간의 우울감으로 도배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강제적이건 자발적이건 해결책을 발견하거나, 또는 지속적인 압박감에 무뎌진다거나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말이다.


적어도 나는 여태까지 이런 식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과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든다. 나는 그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또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다.

 


[크기변환]mike-yukhtenko-wfh8dDlNFOk-unsplash.jpg

 

  

이번 우울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그래서일까? 아마 미래의 나는 이 순간을 한때로 인식하고, ‘그땐 그랬었어’라며 그저 웃고 넘길 것이다. 그것은 공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우울함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는 하지만, 지금이 만약 극야의 시기라면. 그럼, 언제까지 이 우울을 견뎌야 하나. 그렇게 된다면, 나는 내 우울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좌절할 수도 있겠다는 다소 확신 없고 겁 많지만, 아예 없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생각들.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별도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일상을 탈선 없이 해내는 것. 그거 하나뿐이다. 그러니 이번에 찾아오는 우울에는 평소보다 더 견고하게 맞서기로 했다.


나의 견고함은 바로 일상을 성실하게 만끽할 것.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는 남기 마련이다. 감내하고 견디다 보면, 끝내 분명 ‘봄’이 찾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고생과 번뇌이니, 끝내는 것도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 그러니까 해내자. 그러다 보면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강해질 것이다.

 

지금 그 시기를 기대하고 있는 바이다.

 


[크기변환]artem-sapegin-8c6eS43iq1o-unsplash.jpg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어쩌면 나와 같은 우울 증상을 겪고 있으며, 앞으로 겪을 수도 있을 당신에게.


어떤 고민과 사정이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부디 견뎌주길. 그래서 극복할 힘을 얻게 되는 날이 오길. 하소연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글에서라도 조금의 위안과 평온을 얻길 바라며. 나 역시 지금보다 강인한 나를 고대하며 역경을 이겨낼 테니, 당신도 꼭 그래 주었으면.

 

 

 

tag.jpg

 

 

[권승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