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새로움을 잃지 않기

나에게 매번 새로움을 안겨주는 계절
글 입력 2023.04.0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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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흐름을 느끼는 일은 삶의 원동력이 된다.

 

특정 계절에서만 보이는 풍경, 먹을 수 있는 음식, 느끼는 냄새와 날씨까지. 계절을 기다리는 경험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태어나는 나라를 고르지 못하듯이 계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또한 선택과는 무관하다. 기왕 고를 수 없다면 사계절이 모두 있는 나라가 좋지 않나.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사계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꼽으라면 단연 봄이다. 많은 생명이 피어나고 돋아나며 차가웠던 공기에 점차 따뜻함이 불어넣어져서 그렇다. 어렸을 적부터 추위를 유독 많이 타서 항상 겨울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자랐다. 그런 학창 시절의 나에게 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라일락 향기였다.


본가 앞에는 매우 큰 라일락 나무가 있었기 때문에 바람에서 따뜻함이 느껴지고, 라일락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하면 봄이 왔다고 생각했다. 등하교하면서 맡은 라일락의 향취는 봄의 책갈피처럼 남아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다양한 활동에 흥미를 보이던 때에 엄마는 나를 산속 체험활동에 등록시켰다. 봄과 여름에 걸쳐 매주 주말마다 동네 산으로 가서 관찰과 채집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산에서 다양한 꽃을 보고 가장 좋아하는 꽃을 정하기도 하고, 다양한 싹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그림을 그려 제출하기도 했다.


똑같이 생긴 싹이 하나도 없고, 새로 돋아나는 것에서 생기와 특유의 향이 느껴진다는 사실은 10년을 채 살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아주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아무리 황사가 오고, 건조하고, 미세먼지로 고생해도 봄이 좋다.


봄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 치고 꽃구경을 많이 다닌 편은 아니다. 일단 사람이 많은 곳을 안 좋아하고, 동네를 오고 가며 보는 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벚꽃을 보러 간 후로는 약간 생각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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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꽃구경'을 가서 보는 꽃은 벚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벚꽃은 왕벚나무의 꽃이지만 수양벚꽃과 겹벚꽃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번 꽃구경에서는 줄기가 아래를 향하고 있는 수양벚나무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계단을 올라가다가 고개를 들어 나무를 보니, 그야말로 꽃비가 내린다면 이런 모양새 아닐까 싶었다. 새싹이 모두 다른 모양임을 깨달은 어린아이가 된 기분으로 다음 해에도 꼭 보러 오겠다고 다짐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것이 줄어든다는 느낌을 받는다. 좋아했던 영화는 돌려 보아도 예전만큼의 감흥이 없고, 책은 언젠가부터 책장의 장식품이 되었으며, 새로운 공연과 새로운 즐거움만을 원한다. 그런 와중에 매번 나를 감탄하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자연이었다.


계절에 맞춰 생화를 구매할 수는 있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좋다는 사실을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매년 이맘때에는 꼭 튤립을 구매하였는데 올해는 직접 보러 갈 생각이다. 아는 꽃이라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기쁘다.

 

매번 새로움을 안겨주는 계절과 그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오래도록 즐기고 보존하며 살고 싶다.

 

 

[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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