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취향의 컬렉션 [사람]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기
글 입력 2023.04.0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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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예술 학교에 다녔던 당시, 그곳에는 온갖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친구들이 가득했다. 용기가 필요한 옷들도 자유롭게 입을 수 있었고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도전하기에도 좋은 환경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친구들이 하는 작업과 그들의 패션이 닮아 있었다는 것이다. 알록달록 원색의 귀여운 패턴이 들어간 옷을 좋아하는 친구는 그러한 작업을 했다. 텍스타일을 공부하며 여러 가지 질감을 연구하는 친구는 질감이 돋보이는 스웨터를 주로 입었다.

 

그들의 집에 놀러 가 보면 ‘아, 역시나.’ 싶더라. 옷 스타일, 집 인테리어, 그들이 하는 작업까지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에서 본인의 취향이 드러난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에서 모두가 똑같은 교복을 입고 다녔기에 그런 점이 더욱 재미있게 다가왔다.

 

학교를 벗어나 다양한 나이,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 눈에 띄는 개성을 마구마구 드러내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취향이 듬뿍 담겨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 사람의 매력을 알 수 있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크고 작은 ‘컬렉션’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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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취향 컬렉션


 

먼저 옷장을 보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색감에서부터 직업 환경까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깔끔하고 단정한 옷을 많이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이미지가 필요한 직업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고무줄 바지를 많이 가진 사람은 신체가 편안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책꽂이를 보면 그 사람의 관심사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언제나 효율과 발전을 추구하는 누군가의 책꽂이에는 소설책이나 시집보다는 전문서적이 많이 꽂혀 있다. 역사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잡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냉장고를 열면 식습관이 보인다. 냉동실에는 닭 가슴살이, 냉장고 문짝에는 아몬드 브리즈가 가득한 냉장고의 주인은 헬스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반면 텅텅 빈 냉장고 안에 콜라 한 캔과 치킨 무가 들어 있다면 주로 배달음식과 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일 것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누군가의 냉장고에는 각종 향신료와 야채, 소분해서 얼려 놓은 식재료들이 들어차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 재생 목록을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하더라. 그 안에는 남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기억, 새벽 감성, 추억 등이 담겨 있다. 혼자 있을 때 메탈 록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도, 인디 뮤지션의 노랫말을 따라 부르는 사람도, 드뷔시의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페퍼민트 차 한 잔과 함께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삶이 만드는 취향


 

이제는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과 좋아할 만한 음악을 나보다 빨리 알고 추천해 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을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알고리즘이란 과거의 기록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천을 위해서는 내 과거의 취향이 필요하다.

 

힙합만 듣던 사람이 여행 도중 다리가 아파 우연히 가까운 곳에 있던 재즈 바에 들어갔다면, 그곳에서 처음 들어 본 생경한 음악에 확 꽂혔다면. 알고리즘이 닿지 않는 수많은 우연들이 있다.

 

나의 취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그동안 살면서 축적해온 경험과 감정이 만들어낸 취향의 컬렉션은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법이자 그를 이해하는 좋은 창구이다.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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