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발걸음 – 뮤지컬 '비밀의 화원' [공연]

글 입력 2023.04.0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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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동극장에는 정말 오랜만에 와본다. 고등학생일 적에 현장 체험학습으로 뮤지컬을 관람한 이후 벌써 약 5~6년만인 것 같다. 계절은 봄으로 접어들어 꽃들이 점차 모습을 보이는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국립정동극장에 도착하였다.


공교롭게도 이 뮤지컬도 다채로운 꽃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프랜시스 호지스 버넷의 동화 <비밀의 화원>을 보육원 아이들이 연극으로 선보이는 극중극 형식으로, 동화를 바탕으로 하여 유치할 것이라는 자그마한 예상과 우려를 씻어 내리고 생각보다 더욱 깊은 감동과 위로를 준 작품이다.

 

 

 

극중극 형식의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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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극중극 형식으로 작품을 만들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어렸을 때 역할 놀이를 해본 적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소꿉놀이처럼. 연극 놀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역할 놀이와는 다르게, 연극 놀이는 하나의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인물에 자신을 대입한다.


동화 <비밀의 화원>은 그 자체로도 매우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각자의 슬픔 혹은 고통을 안고 있는 아이들이 문이 잠겨 있는 화원을 마주하고, 그곳의 문을 열어 아름답게 가꾸며 행복해진다. 보육원의 아이들에게 ‘비밀 연극’은 막막한 현실에서 벗어나 행복한 세계로 가는 수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꿈같은 순간은 달콤하면서도 현실을 더욱 일깨워준다. 찰리가 그러하다. 찰리는 ‘비밀 연극’이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후원자들이 와서 자신들을 보지만 결국 후원하지 않는 현실은 ‘비밀 연극’으로도 극복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계속 연극을 이어 나간다. 그중 가장 주도적인 아이는 에이미. 에이미는 처음 보육원에 왔을 때 동화 속 메리 레녹스처럼 까칠하고 화가 많았지만, 찰리가 ‘비밀 연극’을 제안하며 에이미를 ‘비밀의 화원’으로 초대하는 ‘울새’가 되어준다.


그래서 에이미는 ‘비밀 연극’이 가지는 힘을 알았을 것이다. 비록 자신들이 계속 보육원에 남아있더라도, 연극을 하면서 얻는 행복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연극을 하며 변화한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상황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에이미가 다시 찰리에게 ‘울새’가 되어주며, 비로소 넷이서 ‘비밀 연극’을 끝까지 이어 나간다.

 

 

 

‘비밀의 화원’이 가지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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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에서 묘사되는 비밀의 화원은 관객들에게 공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프로젝터와 실제 소품들을 사용하며 문 너머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꽃들과 우거진 나무들을 배경으로 한 채, 꽃향기까지 퍼져 나온다. 향기까지 연출로 사용한 뮤지컬은 처음이어서 굉장히 놀라면서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굳게 잠겨있어 그 너머의 모습을 알 수 없었던 ‘비밀의 화원’은 메리 레녹스에게는 미지의 세계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열쇠를 찾아 그곳의 문을 열었지만, 이후 황폐해졌던 화원을 디콘과 함께 직접 가꾸며 그 미지의 세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콜린 크레이븐에게 ‘비밀의 화원’은 위로와 도전의 공간이다. 자신은 절대 걸을 수 없고 곧 죽을 것이라 생각하던 콜린은 비밀의 화원에 들어가 직접 꽃을 심는 경험을 해보고 휠체어에서 일어서서 걷는 연습을 하며 건강해진다.


보육원의 아이들도 퇴소해야 할 나이가 되어 보육원을 나서고 그 미래를 알 수 없는 사회로 나아가 도전을 시작한다. 메리처럼 그 문을 직접 열고 자신의 세계를 가꾸고, 콜린처럼 발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각자의 길로 용기 있게 떠난다.


나는 이것이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문 너머로 알 수 없는 세계가 펼쳐져 있지만 그 문을 열고 그곳을 자신의 세계로 만드는 용기. 성장은 그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성장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 동화 <비밀의 화원>이 아이들에게 그러했고, 뮤지컬 <비밀의 화원>이 관객들에게 그러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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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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