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age를 따라서] 고요한 명상의 향, 인센스

글 입력 2023.03.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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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에는 기억을 불러오는 힘이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에서는 홍차와 마들렌의 향이 유년 시절의 기억을 불러왔듯 우리들은 각자의 추억을 불러오는 향을 무의식 속에 품고 있다. 향은 기분과 시간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지만, 장소를 불러오기도 한다. 떡볶이 냄새는 하굣길의 어느 골목을, 오래된 책 냄새는 도서관을 떠올리게 하듯 말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하나의 향이 대다수의 사람에게 비슷한 기억을 불러올 수도 있다. 유사한 상황과 공간에서 모두 비슷한 향을 맡은 기억이 있다면 말이다.

 

오늘 이야기할 향도 그럴 것이다. 종교적인 공간을 이야기 할 때 많은 사람들은 이 향을 떠올리곤 한다. 산 깊숙이 위치한 절에서도 도시 속 성당에서도 이 향을 맡을 수 있다. 바로 인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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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로 ‘태우다’라는 뜻에서 온 인센스는 태우면 향이 나는 것들을 지칭하며, 약 6000년 전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초창기에는 미라를 만들 때 방부제로써 사용하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썼다고 한다. 그 역사가 어찌나 긴지 성경에만 관련 단어가 20번도 넘게 등장하고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준 선물에도 인센스의 일종인 몰약과 유향이 등장한다.


지금의 우리가 떠올리는 얇은 막대기 같은 인센스는 사실 시간이 지나며 발전된 형태다. 최초의 인센스는 프랑킨센스, 미르같이 나무의 진액이 굳은 것을 의미했다. 예를 들어, 가장 대표적인 향나무의 일종인 보스웰리아는 나무껍질에 상처를 내서 진액을 추출한다. 그 후 햇빛과 공기에 진액이 굳은 것을 수확하며, 한 해 동안 수확한 후에 나무는 3년 정도 휴식기를 가진다고 한다.

 

이렇게 추출된 레진 인센스는 직접적으로 태우지 않고 올려둔 도자기를 데우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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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향나무에 얽힌 전설에 따르면, 오래전 적의 공격으로 인해 자신의 왕국을 빼앗긴 여왕이 있었다고 한다. 왕국에서 가까스로 도망쳐 나오며 여왕은 신에게 위로를 바라는 기도를 올렸고 그 결과 여왕의 눈물이 떨어지는 곳마다 향기로운 진액을 가진 나무가 자라났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나 성경 속 등장 등을 미루어보면 과거 사람들이 레진 인센스를 얼마나 성스럽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시간이 흘러 다양한 종류의 인센스들이 등장했는데, 나무 자체를 태우거나 말린 허브를 태우는 인센스부터 가장 흔하게 생각하는 스틱과 콘 형태의 인센스도 등장한다. 과거부터 인센스의 가장 큰 목적은 종교적인 쓰임이었다. 주변을 정화하며 향을 통해 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등 말이다. 절이나 성당은 물론 티베트의 수도승들은 명상 수행의 일부로 사용한다.

 

조금 독특한 인센스의 사용은 일본에서 볼 수 있는데, 과거 일본의 상류층에서는 계절과 날씨 그리고 상황을 고려해 향을 선택하고, 사람들이 모여 향을 맞추는 놀이를 했다고 한다. 향을 굉장히 섬세하게 즐기려 했던 의도가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일반적인 인도의 ‘죽향’ 인센스와 다르게 일본의 인센스는 ‘선향’으로 가운데에 대나무 심지가 없다. 덕분에 죽향보다 연기도 많이 나지 않고 더 은은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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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종교적인 목적과는 달리  최근에는 일상에서도 인센스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감각적인 편집샵에서는 스틱 인센스를 피우는 것이 하나의 규칙처럼 굳어졌고 가정집에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향의 인센스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제는 종교를 떠나 일상 속에도 스며들었지만, 여전히 과거의 기억 때문인지 인센스의 향을 맡으면 절이나 성당에서 느꼈던 고요한 편안함이 떠오른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고민이 많은 날에는 인센스를 피워보는 건 어떨까. 차분한 향과 더불어 천천히 타들어 가는 연기와 재를 멍하니 바라보다 보면 어지러웠던 머릿속도 어느새 비워져 가는 걸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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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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