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발레에 한국의 정을 담다, ‘코리아 이모션’

유니버설 발레단 ‘코리아 이모션’ (2023)
글 입력 2023.03.2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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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사본 -2023 정기공연 코리아이모션 포스터.jpg

 

 

‘정’, 한국을 대표하는 감정이지만 한국인조차 제대로 설명하기엔 어려운 복합적인 감정이다. 나 또한 ‘정’이라는 개념에 대해 잘 몰랐고, ‘정’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챙겨주는 개념이라 생각하여 플러스적인 개념이라 생각했다.


공연 관람 전 ‘코리아 이모션’에 대한 설명을 볼 때 ‘정을 슬프고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정을 통해 애처로운 사랑을 나타냈다’라는 문장이 와 닿지 않았다. 이건 정이 아니라 ‘한’과 가까운 감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정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통해 차곡차곡 쌓인다. 상대방과 함께하며 그에 대해 알아가고, 상대방도 나에 대해 알아가기 때문에 어느 순간 서로가 편하고 안정적인 관계가 된다. 그 상대방이 어느 순간 미워지더라도 그동안 쌓아온 정으로 인해 인연을 계속해서 이어가게 된다. 따라서 고운 정뿐만 아니라 미운 정도 있는 것이다.

 

‘코리아 이모션’에서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정을 미운 정과 고운 정, 애처로운 정으로 다채롭게 표현하였다.

 

 

 

‘코리아 이모션’ 프로그램별 감상 후기


 

[프로그램 순서]

1. 동해 랩소디 (남녀무용수 8커플 군무) - 한국인의 흥 

2. 달빛 유희 (여성 4인무) - 조화와 대비, 절제와 분출

3. 찬비가 (남성 4인무) - 평양 기녀의 심성, 마음의 소리

4. 다솜Ⅰ (여성 2인무) - 모녀, 자매간의 정

5. 다솜Ⅱ (남성 2인) - 현제간의 정

6. 미리내길 (남녀 2인무) - 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그리움

7. 비연 (남녀 4커플 군무) - 남녀들의 닿을 듯 닿지 않는 사랑

8. 달빛 영 (남녀 2인무) - 죽은 아내에 대한 남편의 그리움

9. 강원, 정선 아리랑 (남녀 12커플 군무) - 국악, 성악, 클래식, 발레의 대향연

 

‘다솜’은 동성 간의 정을 보여준다. ‘다솜Ⅰ’은 여성 2안무로 모녀와 자매간의 정을 표현하고, ‘다솜Ⅱ’는 남성 2안무로 형제간의 정을 표현한다. 동성 2인의 안무는 발레 공연에서 흔하게 볼 수 없다. 2안무는 거의 남녀 무용수로 구성되고, 동성 무용수가 안무하는 경우는 단체 군무를 제외하고 거의 없다. 그렇기에 공연 관람 전 가장 기대가 되던 프로그램이 ‘다솜’이었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다.

 


[크기변환]사본 -2021( Korea Emotion 1 미리내길.jpg

 

 

‘미리내길’과 ‘달빛 영’은 부부간의 정을 애처롭고 아름답게 담아낸 파드되(여성, 남성 무용수의 2인 안무)가 등장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떠났을 때 남은 사람의 슬픔과 그리움을 ‘정’으로 나타내었으나, ‘미리내길’은 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그리움을, 반대로 ‘달빛 영’은 죽은 아내에 대한 남편의 그리움을 보여준다. 이때, 남은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정을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를 생각하며 공연을 관람하기를 바란다.


‘미리내길’에서는 아내가 죽은 남편을 생각하며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내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 그동안의 추억을 생각하며 슬픔으로 쓰러질 듯하지만, 혼이 된 남편이 아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아내를 계속해서 잡아준다.


‘달빛 영’에서는 남편이 혼이 된 아내라도 그녀가 떠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죽은 아내가 혼이 되어 남편 앞에 나타나고 사라질 때마다 남편은 그녀를 향해 손을 뻗고 가지 못하도록 껴안는다. 죽은 아내가 남편의 곁을 서서히 떠나려고 하지만 계속해서 붙잡으려 하는 모습이 나오기에 애처로운 감정이 배가 된다.

 

 

 

‘코리아 이모션’ 전체적인 후기&관람 포인트


 

[크기변환]코리아 이모션 커튼콜.jpg

 

 

‘코리아 이모션’은 발레 공연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다.


우리가 ‘발레’하면 많이 떠오르는 대표작인 ‘지젤’, ‘호두까기 인형’ 등의 경우 러닝타임이 120분 정도이고,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어 집중의 흐름이 깨질 수 있다. 그러나 ‘코리아 이모션’은 러닝타임이 75분 정도로 다른 발레 공연에 비해 짧은 편이고, 중간에 인터미션 없이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다.

 

발레는 무용수의 안무와 표정, 그리고 배경음악으로 현재 무용수가 표현하고 있는 것과 그의 감정 상태를 알 수 있다. 많은 발레 공연이 서양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가사가 나오지 않는 클래식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쓰인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는데, 발레 공연을 관람하다 보면 솔직히 졸음이 쏟아질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코리아 이모션’은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기 때문인지 클래식 음악보다는 가야금, 아쟁의 선율이 들리는 국악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비중이 크고, 몇몇 곡에는 성악, 판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가사가 들려 현재 무용수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발레로 표현하는 감정을 이해하기 수월하다.


이번 ‘코리아 이모션’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본격적인 공연 시작 전, 유니버설 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이 약 10~15분간 ‘코리아 이모션’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코리아 이모션’의 전체적인 내용과 주제, 각 파트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감상 포인트를 짚어주어 발레 공연을 처음 보는 관람객이더라도 어느 부분에 집중하여 공연을 감상해야 할지에 대해 알 수 있다.

 


[크기변환]사본 -2021( Korea Emotion 3 ) - ⓒ Universal Ballet_photo by Kyongjin Kim  (2).jpg

 

 

한국 무용과 발레는 언어를 안무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한국 무용은 팔이 안으로 굽고 안무를 사뿐사뿐 표현하는 모습으로 절제의 미를 보여주지만, 발레는 두 팔을 벌리며 힘껏 뛰어오르고 서로를 잡아주며 안무를 하는 등 역동적인 우아함을 보여준다. ‘코리아 이모션’은 한국 무용과 발레가 혼합되어 대비를 이루지만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이를 생각하며 관람하는 것이 공연 감상 포인트가 된다.


한국적인 요소를 발레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새롭게 다가왔다. 서양을 배경으로 한 발레 공연의 대부분이고, 그동안 내가 관람한 발레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정인 ‘정’을 서양을 대표하는 무용인 발레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어색하진 않을지에 대해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하였다.

 

그러한 나의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코리아 이모션’은 도포 자락이 휘날리는 모습으로 무엇보다 한국의 정을 인상 깊게 전달하고 있었다.

 

 

 

아트인사이트 태그 송유빈.jpg



[송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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