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사랑할 기회

글 입력 2023.03.2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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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버리고 포기해버리는 일에 익숙해졌던 당신에게 

다시금 알려주는 사랑의 방법들

 


힘든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도대체 무엇으로 견뎠는가. 그 지옥 같은 시간들이 지나갔을 때 나한테 어떤 상처와 어떤 씨앗이 심어졌는가 되돌아봅니다. 정말 도망가고 싶은 시간을 잘 견디고 났을 땐 항상 뭔가를 더 사랑하게 됐습니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는 시간을 잘 지나고 나면 내가 나를 더 사랑하게 됐고요. 연인과 끝까지 다투고 오히려 그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된 적도 있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최선을 다해서 돌파하고 나면 그다음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 일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줬습니다. 


힘든 일이 몰려오면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씁니다. 

아, 사랑할 기회구나. 

이 시기만 잘 보내고 나면 뭔가를 내가 더 사랑하게 되겠구나.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시나요? 

어쩌면 지금 보내고 있는 그 시간이 사랑할 기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사랑할 기회냐고 물어보신다면 그건 아마 

당신께서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미운 사람이 있으면 그냥 사랑해버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얼핏 들으면 조금 이상해보일지 모르겠지만 곱씹어보면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있다. 올해 초에 나도 이 이야기를 듣고 새로 다짐하기도 했었다. 답답하고 밉기만 한 이 상황을 사랑해보자고. 그러자 조금은 더 그 시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힘들 때 책의 제목을 빌려 ‘사랑할 기회’라고 생각하기만 해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그러고보니 요즘 자꾸만 웃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 우울해하거나 조금이라도 목소리가 안 좋아 보일 때면 웃으라고, 웃으면 더 좋아질 거라고 막무가내로 말한다. 그 따스함 덕분인가 그렇게 피식 웃기라도 하면 조금 나아진다. 비슷한 일일 것이다. 사랑할 기회라는 말. 환경이 다르고 사랑의 대상이 다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제목의 단어를 되뇌이면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하루를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 이 책에는 작가가 사랑할 기회라고 생각했던 순간들. 사랑했던 순간과 사랑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담겨있다. 박근호 작가의 특징은 부드럽고 편안한 은은한 문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잘 읽히는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던 그의 말처럼 글이 멈추거나 덜그럭거리는 부분 없이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글이 쉽게 유치해지거나 단순해지거나 깊이감 없는 얄팍한 위로만을 전하는 힐링에세이가 되기 쉽다. 하지만 뜬금없고 어려워 이해하기 힘든 은유나 글이 멋있어 보이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기교가 적고, 짧은 문단에 착실히 쌓아올린 생각과 쉽게 읽히는 글 끝에 놓여있는 매력있는 문장들이 돋보이는 작가이다. 짧은 글에서도 드러나는 특유의 감성과 사유 그리고 독특한 활동들이 인스타에서 박근호 작가의 글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대표작이자 내가 박근호 작가를 처음 알게 해준, 좋아하는 글 한 편을 소개한다.

 


첫눈


나는 지금 글을 쓰러 강원도 삼척에 와있어. 당신이 있는 곳은 서해바다 근처니까 우린 꽤 떨어져 있지. 오늘 저녁에 허기가 져서 시장으로 반찬거리를 좀 사러 나갔어. 토요일이라 그런지 일찍 닫았더라고. 어디 문 연 곳 없나 두리번거리다 작은 가게에서 이것저것 샀어. 검은 비닐봉지 하나 들고 걷는데 글쎄 뭐가 내리는 거야. 처음에는 뭐가 날리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까 내리고 있었어. 시월에 첫눈이. 안 믿기지? 부쩍 추워지긴 했지만 정말 첫눈이 내렸다니까?


당신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서해바다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 삼척에 눈이 온다고 말할 수 있다면 우린 사랑일 거야. 우리가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당신이 사는 곳에 해가 쨍쨍해도. 바닷가 마을 사람들에게 지금 삼척에는 눈이 온다고 말할 수 있다면 우린 사랑일 거야. 그럴 수 없다면 애석하게도 우린 며칠을 아파해야 할 테지 


당신아, 지금 삼척에 눈이 와.

 

(박근호, ‘전부였던 사람이 떠나갔을 때 태연히 밥을 먹기도 했다’ 중에서)



박근호 작가는 SNS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기이도 하다. 지금도 그의 인스타를 들어가면 그간의 작업물(글)과 여러개의 스토리, 종종 올라오는 라이브를 확인할 수 있다. 글쓰기가 정적인 작업이라는 편견과 다르게 다양한 활동과 전시를 진행해온 행보가 독특하다.

 

특히, 손글씨를 적어 어느 날은 골목에, 어느 날은 물품보관함에, 어느 날은 꽃과 함께 불특정다수에게 전해왔던 비밀편지는 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활동이기도 하다. 신촌에 가게 될 일이 있으면 어느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의 글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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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 박근호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 

여기서 말하는 건강이란

몸보다는 마음에 더 가깝다

어떻게 하면 힘든 일을 

최대한 건강하게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이 고민을 평생 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번 해답은 바뀌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책을 펴냈다

 

이번에 쓴 사랑할 기회가 일곱번째 책이다 

 

 

꾸준하고 많은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박근호 작가의 일곱 번째 책 <사랑할 기회>에서는 이전에 비해 깊이감을 더하려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그간 하고싶은 말이 더 많아졌고 다양한 주제와 생각들을 담아내려 노력했다는 느낌이다. 여전히 특유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글도 있고, 편안한 문장 끝에 보다 폭넓어진 생각들을 담아낸 글도 있고, 평소에 자주 쓰는 글보다 긴 분량으로 깊이있게 이야기를 끌고가려는 노력도 있다.

 

더 넓어지고 깊어지려는 시도가 보이지만 그러나 이번 책이 우리가 박근호 작가에게 기대했던 것들을 충분히 충족시켜주고 있는지, 적합한 방식으로 글을 풀어나갔는지는 조금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왠지 모를 아쉬움이 드는 이유는 뭘까. 이미 훌륭한 글들이 많지만 더 잘 보여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전에 비해 그의 글에서 어떤 부분이 변해서인지, 혹은 어떤 부분이 변하지 않아서인지 정확히 서술하기는 어렵다. 글 각각의 분량과 내용에 따른 취향 차이도 있을 것이고 독자의 기대도 모두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성에서는 확실히 아쉽다는 생각이다. 1부에서 4부로 최소한의 구분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고, 글과 글들을 묶어주는 주제의식의 부재와 그에 따른 구성의 부재가 글들이 독립적으로 단순나열 되어있는 것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다양한 사유를 가진 글들이 방향성을 가지고 한 권의 책으로 엮여져 나왔다면 어땠을까. 그의 글에 애정을 가지고 적는다.

 

앞으로 그의 글이 어떻게 변해갈지는 작가의 숙제이자 우리의 즐거운 기대일 것이다.

 


나는 벚꽃보다는 장미가 더 좋다. 

둘 다 예쁘지만

벚꽃은 너무 금방 져서 슬프달까?

장미는 오래 펴 있으니까

좀 덜 슬퍼서 좋다. 


장미가 언제 피냐고?


우리가 같이 작은 모퉁이가게에서 술 마셨던 계절. 

그때쯤 펴. 


당신 생일쯤 지고.

 


공연


몇 년 만의 공연인지 모르겠다. 한 밴드의 내한 공연이었다. 예약한 자리는 운이 좋게도 무대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고 관객들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공연 시작 시각인 7시가 되자 음악이 바뀌었다. 잠시 후 밴드가 무대 위로 걸어 나오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조명이 켜지는 동시에 전주가 흘러나온다. 무슨 기분일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건. 


무대 위 밴드를 잠시 부러워하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 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무대가 있지. 내 친구 규섭이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며 몇 년 동안 공부만 했고 내 친구 태호는 요식업을 하는 게 소원이라며 맨날 가게 차린다는 소리만 한다. 나는 내가 만든 결과물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게 꿈이었다. 또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게 꿈일 수도 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무대가 있고

그 무대에 한 번만 올라서면 많은 게 괜찮아질 텐데 

그게 그렇게나 어렵다. 

우리의 공연은 몇 시에 시작되는 걸까. 


 

 

출판사 책 소개



<사랑할 기회>는 특유의 따뜻한 문체와 다정한 시선으로 10만 명 이상의 독자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하는 박근호 작가의 새 산문집이다. 사람과 사랑, 일과 일상 등, 잊어버리거나 놓쳐버렸던 사랑할 대상들을 다시금 되새기고 더 잘 사랑하게 해주는 책이다.

 

책에는 삶에서 힘든 순간들이 찾아왔을 때마다 그를 극복하는 법, 지칠 때마다 나를 위로해주는 법, 사랑하는 사랑을 더 사랑하는 법 등이 짧은 글과 긴 글을 막론하고 곳곳에 스며 있다.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일상 속의 장면들 역시 작가 특유의 통찰과 사유를 통해 깊은 메시지를 품은 작품이 되어 수록됐다.

 

우리는 모두 좋은 순간과 나쁜 순간들을 번갈아 가며 겪는다. 좋은 순간에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좋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날씨도 좋게만 느껴지며 사람들 역시 나를 축하해주거나 나와 함께 웃고 즐겨준다. 하지만 나쁜 순간에는 반대로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악재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를 찾아오고 구설수에 휘말릴 때도 있다. 내 얘기를 들어주거나 나를 위로해줄 누군가가 간절해도 마침 그때마다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다.

 

책은 그러한 삶의 굴곡 앞에서 마음을 현명하게 다루는 방법들을 다루고 있다. 끔찍한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좋은 순간, 좋은 것, 좋은 사람이 올 것이라는 것을, 어느 때보다 힘든 지금이 사실은 무언가를 더 사랑할 기회라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사랑이라는 말은 참 흔하다. 어디를 가도 사랑을 노래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어떤 영화와 책을 들여다보더라도 사랑이라는 낱말이 없이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연인과 친구들 사이, 가족들 사이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도 당연한 일도 아니다. 서로가 원하는 사랑을 파악하고 맞춰가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오래 사랑 속에서 행복하기 위해선 불행한 것도 많이 겪어야만 한다. 그러면서 하나씩 하나씩,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춰가듯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작가는 지금껏 겪어온 수많은 시련과 이별들을 통해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것들, 나아가 자기 자신을 더 자세하게 사랑할 줄 알게 되었다고 말이다. 또한 동시에 그는 나름의 아픔과 슬픔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그 시간들을 다 겪어내고 나면, 무엇 하나라도 더 나아져 있을 거라는, 뭐라도 더 사랑하게 되어 있을 거라는 말을 함께 건넨다. 글자들로 사람을 안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이 책을 통해 이뤄가고 있는 것이다.

 

부디 책을 읽는 사람들의 아픔이 너무 크고 길지만은 않기를, 행복과 사랑이 가득한 날을 자주 맞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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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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