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작하세요. 4월이잖아요. [영화]

글 입력 2023.03.2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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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봄'은 어떤 계절인가?

 

나에겐 새로운 시작의 계절이다. 그동안 결심했던 일을 시도하고 싶은 특별한 계절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는 절절한 이야기에 취해 소복한 눈밭에 쌓인 기분이다. 그와 반대로 <4월 이야기>는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새로운 다짐을 하는 기분이랄까. 이 영화를 보면 미숙한 나의 과거들이 떠오른다. 

 

<4월 이야기> 주인공 우즈키는 나와 닮은 구석이 많다.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색다른 일에 도전하는 자세. 그를 보며 나는 용기를 얻었다.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이들이라면 우즈키의 모습이 공감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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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키의 변화



새 학기가 시작되며 각자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줍어 보이는 우즈키는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자신은 홋카이도 출신이며 밝은 성격 소유자에 음악 감상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 동급생은 두꺼운 스웨터를 입은 우즈키에게 덥지 않냐고 물어본다. 

 

우즈키에 비해 주변 친구들은 가벼운 옷차림이다. 추운 홋카이도에서 온 우즈키는 아직 도쿄 날씨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다. 그 후 우즈키는 스웨터를 벗어 허리에 묶는다. 아마 이곳에 적응하는 우즈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우즈키는 친구 사에코를 따라 낚시 동아리에 가입한다. 낚시 기본 동작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우즈키의 모습이 보인다. 그걸 본 동아리 회장은 소질이 있다며 칭찬한다. 미소를 띠며 배우는 우즈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어느 날 우즈키는 사에코에게 오늘 동아리에 가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다. 사에코는 괜찮다고 답했다. 하지만 무언가 마음에 걸렸는지 우즈키에게 동아리를 그만둘 생각이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우즈키는 아니라고 말한다.


우즈키는 친구를 따라 동아리에 가입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경험이 없지만 시도해 보고 싶은 일. 우즈키에게는 낚시였을 거다.


첫 이사를 온 후, 우즈키는 이웃에게 선물을 건넨다. 수줍은 미소와 함께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며칠 뒤 우즈키는 혼자먹기에는 양이 많은 카레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웃에게 같이 식사하자는 제안을 한다. 우즈키의 제안에 이웃은 처음에 당황했고 밥을 먹었다는 말로 거절했다. 어쩔 수 없이 우즈키는 혼자 식사한다.


그런 우즈키의 마음이 닿았을까. 잠시 뒤 이웃이 우즈키의 집을 찾아온다. 모처럼 만들었는데 버리게 되면 미안할 거 같다는 이웃의 말. 그런 다정한 말은 우즈키를 웃게 했다. 이웃은 좀 남았다면 먹을 수 있냐며 조심스럽게 부탁한다. 오히려 우즈키는 감사하다며 이웃을 맞이한다.


홀로 도쿄로 온 우즈키. 우즈키는 도쿄에 아는 사람 없이 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아가기 어려운 법. 그래서 우즈키는 거리가 가까운 이웃에게 먼저 다가간다. 용기를 내서 선물을 건네고 카레를 같이 먹자는 부탁한다. 낯선 도시에 정착하려는 우즈키의 첫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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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는 말은 누구에게 하는 것일까.



우즈키는 고교 시절 좋아하던 선배 야마자키를 보러 종종 서점에 방문했다. 마침내 우즈키를 알아본 야마자키는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그와 인사를 마치고 우즈키는 집에 가려고 했는데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야마자키는 우산을 빌려주겠다며 우즈키에에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즈키는 괜찮다며 거절했고 빗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세차게 내리는 비에 못 이겨 우즈키는 건물로 잠시 피신했다. 마침 건물에서 나오는 한 남성은 홀딱 젖은 우즈키를 보며 우산을 건넨다. 하지만 우즈키는 또 괜찮다고 말한다. 우즈키는 몇 번의 거절 끝에 우산을 받았고, 그를 위해 다시 우산을 가져오겠다며 뛰어갔다. 다시 서점으로 돌아가 야마자키에게 우산을 빌린다. 하지만 빌린 우산은 고장 나 있었다. 간신히 비를 피할 정도였다. 하지만 우즈키는 이 우산을 써도 괜찮다며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뭐든 괜찮다고 말하는 우즈키의 모습이 내겐 답답했다. 한 번쯤은 괜찮다는 대답은 자제해도 될 법한데. 거절하기를 어려워하는 답답한 내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우즈키가 말하던 '괜찮다'라는 말은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우즈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예상치 못한 비가 내렸던 것처럼 우리 삶에도 예측하기 힘든 일이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일에 준비가 덜 된 우리는 상황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우즈키에게 우산을 건넨 사람도 있는 것처럼 우리가 힘든 순간에도 도움을 주는 것. 그 무언가 존재한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도움의 손길은 어딘가 있기 마련이라고. 그러니 시작이 힘든 우리에게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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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안 좋은 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기적이라고 하셨다."

"어차피 기적이라고 부른다면 난 그건 사랑의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우즈키는 좋아하는 선배 야마자키를 보러 무사시노 대학에 갔다.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대학에 합격했고 이걸 '사랑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우즈키와 야마자키의 만남은 영화 후반부에 성사되었지만 앞으로 이들의 만남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간다. 빌린 우산을 다시 돌려줄 거라는 우즈키의 대답은 다시 한번 선배를 보러 오겠다는 의미였다. 이제 우즈키가 말한 '사랑의 기적'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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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월 이야기>는 한 작가님의 추천으로 보게 됐다. 최근 나는 한 글을 썼다. 과거 나는 낯선 지역에 상경해 어려움을 겪은 이야기를 썼다. 그걸 읽은 작가님은 나를 보면 우즈키가 떠오른다고 하셨다. 도쿄에 서서히 적응하는 우즈키의 모습은 나와 닮았기 때문이었을 거다. 

 

영화를 보니 그와 나는 공통점이 많았다. 혼자 책을 읽고 영화관에 간다거나, 해보지도 않은 활동에 참여한다는등. 우즈키가 도쿄에 순응하는 방법과, 내가 서울에 물들어가는 모습이 같았다. 나의 첫 시작을 떠올릴 수 있었던 영화였기에 모든 장면이 깊이 다가왔다. 누구에게나 첫 시작은 어렵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곧 4월이 다가온다. 잠시 미뤄뒀던 일 또는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해 보자. 시작의 설렘을 느낄  수 있는 4월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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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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