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든 사람이 예술작품을 누릴 수 있는 전시회 - 빛의 시어터 구스타프 클림트 [미술/전시]

글 입력 2023.03.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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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 주인공이 등장인물들에 둘러싸여 있는 장면이 나올 때가 있다. ‘빛의 시어터 – 구스타프 클림트'는 그 장면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몰입형 예술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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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문을 열고 전시장으로 들어가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약 1,000평에 높이 21M 정도의 공간은 그림과 음악으로 빈틈없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전시회장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1층 정면에는 반원 형태의 스테이지가 있었다. 2층에는 브릿지가 있는데, 길을 따라가면 스테이지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스테이지 앞 바닥에는 천장을 비춰주는 장치가 있어서 2층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다 감상할 수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감탄을 차마 입 밖으로 뱉지도 못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2층에 있는 출입문을 통해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서 처음에는 2층에서 감상했다. 정면에 있는 스테이지와 바닥이 한눈에 들어왔고, 벽과 기둥까지 온통 그림으로 뒤덮여 있었다.

 

2층은 출입문까지 그림으로 채워져 있어서 전시장에 들어온 게 아니라 시공간에 들어온 것 같았다. 앞과 뒤 그리고 양옆과 위를 올려다보며 그림에 둘러싸인 순간을 즐겼다. 작품과 잘 어울리는 음악까지 나와서 황홀했다.

 

 

 

착각의 늪


  

반원 형태의 스테이지는 작품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줘서 건축물의 외경이 상영될 때 실제로 보는 것 같았다. 바닥에 이국적인 문양이 펼쳐질 때는 진짜 그 건물 안에 들어간 것 같았고, ‘양귀비 들판’ 작품이 바닥에 깔릴 때는 꽃밭에 있는 것 같았다. 관광지에 있는 것 같아서 여행 중인 것 같기도 했고,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에 들어간 것 같았다.


스케치에 색이 칠해지는 과정을 보면서 작가의 작업 과정을 눈앞에서 구경하는 것 같았다. 여러 인물의 얼굴이 모인 작품을 보면서 가곡을 들으니 진짜 합창 공연을 관람하는 것 같았다. 공연장으로 쓰였던 이 공간에 남아있는 리프트와 샹들리에 등의 무대장치는 착각이 더 커지게 했다. ‘연인(키스)’를 볼 때는 로맨틱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금가루가 흩날리는 부분에서는 내 주위에 금가루가 떨어지는 것 같고, 그림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관람하는 내내 착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구스타프 클림트 그리고 에곤 쉴레와 이브 클랭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에는 황금빛과 다채로운 색을 잘 표현하는 특징이 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황홀감과 사랑받는 기분이 든다. 이런 기분은 나 외에 많은 사람이 느낄 거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그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대중이 열광하는 만큼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가 다시 보였고, 호감이 생겼다. 이 호감은 에곤 쉴레와 이브 클랭의 작품에도 이어졌다. 알고 보니 에곤 쉴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제자였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에곤 쉴레의 그림과 맞교환했던 만큼 벗으로 대해주었다고 한다. 나중에는 사이가 멀어졌지만, 두 사람은 매우 각별한 사이였다.


‘클랭의 국제적인 푸른색’으로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이브 클랭은 거의 200점의 IKB회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푸른색을 IKB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냈던 만큼 그가 표현한 푸른색은 블루 그 자체였다. 온전한 블루를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단순히 세 사람의 작품이 한 곳에서 전시되어서 호감이 생긴 건 아니라고 본다. 몰입형이라는 특징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의 일부가 된 착각과 작품에 몰입한 순간은 호기심과 호감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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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깊게 보다


  

그림을 볼 줄 아는 눈도 없고, 작가의 의도를 꿰뚫어 보고 해석할 줄 아는 통찰력도 없다.

 

하지만 어느 한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나름 세밀하게 본다고 여겼는데, 이번 전시를 보면서 나의 자만을 깨달아 부끄러웠다. 선과 색 하나하나, 아주 작은 피사체까지 들여다본다는 건, 사랑하는 사람의 눈코입과 피부를 찬찬히 뜯어보는 거였다.

 

그리고 1층에서, 2층에서, 브릿지에서, 스테이지 바로 앞에서, 정면에서, 바닥을, 위를...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그림을 보면서 여러 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주의 깊게 보는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됐다.

 

 

 

잘 짜인 공간과 구성


  

전시장 곳곳에는 관람객들을 향한 배려가 있었다. 편의를 생각한 의자와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었고, 온전히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들이 있었다. 공간은 스튜디오룸, 그린룸, 미러룸, 갤러리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스튜디오룸은 컨템포러리 쇼의 ‘벌스’와 ‘메모리즈’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며, 그린룸은 분장실(대기실)이다. 배우들이 무대에 서기 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벽을 녹색으로 칠해서 그린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미러룸은 거울에 반사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며, 갤러리룸은 작품을 설명과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나는 갤러리룸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미디어아트를 보면서 원래 작품을 보고 싶은 갈증을  갤러리룸이 시원하게 해결해줬다. 공간을 가득 채운 그림과 원래 크기 정도의 작품을 번갈아보면서 차이점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모든 사람이 작품을 누리는 광경


  

관람객의 연령대는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지 않았다. 젊은 세대와 중년 그리고 아이들까지 다양했다. 그림으로 뒤덮인 바닥을 놀이처럼 여기며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아이 같은 마음으로 요리조리 둘러보는 어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른과 아이, 그림을 잘 아는 사람부터 잘 모르는 사람까지 모든 사람이 예술작품을 온전히 누리는 광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던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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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의해 만들어지는 색을 표현한 알렉스 카츠의 작품을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의 시어터를 방문했다. 누군가가 빛을 테마로 전시여행 루트를 짜준 듯 의도치 않게 두 전시가 연결되어서 신기했다.

 

덕분에 자연의 빛과 인공의 빛에 의해 표현된 작품을 누리면서 빛의 무한한 가능성을 더 크게 실감했다. 그리고 빔프로젝트는 콘텐츠를 감상할 때만 쓰일 거라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요즘 들어 예술작품을 누리는 방법이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기획과 기술, 장소가 나날이 다양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10년 후, 20년 후에는 예술 작품을 어떻게 누리고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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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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