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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미래의 거처를 그려보기 [문화 전반]

살았던 도시, 살고 싶은 도시

by 김지연 에디터
2023.03.20 16:09

 

 

가까운 사람들에게 종종 “미래에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라고 묻곤 한다. 도시 생활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한적한 곳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도, 서울 외곽 주택에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한 곳에 자리 잡고 안정된 미래를 꿈꾸는 사람도 있는 반면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태어나서 죽 충청남도 서산에서 자랐다. 고등학교는 천안에서 다녔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프랑스로 떠나 앙제(Angers)라는 소도시에서 4년 가까이를 살았고, 대학교 졸업 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서울에서 지내고 있다.

 

 

 

프랑스 소도시에서의 삶


 

프랑스에서 살던 당시 어머니는 내가 지내고 있는 집을 ‘숙소’라고 부르셨다.

 

가족이 있고 내 오랜 물건들이 있는 그런 집이 아니라 잠시 살다 떠날 곳이라서 그러셨던 것 같지만 나는 내가 살던 그 공간들을 꼭 ‘집’이라고 불렀다. 그 기간이 길든 짧든 간에 혼자서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사람들을 초대해서 맛있는 차를 마시며 수다 떨 수 있는 공간이었다.

 

처음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 프랑스 전국의 웬만한 어학원들은 죄다 알아보고 엑셀에 정리했다. 커리큘럼이 잘 짜여 있는 어학원을 추린 다음, 물가가 싸며 치안도 좋고 파리에서 너무 멀지 않은 도시가 어디인지 찾으니 바로 앙제였다.

 

그곳에서의 어학 생활에 만족하며 살던 중 앙제 미술학교에 지원했고 합격해서 한 도시에서 죽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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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의 생활은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자주 가던 가게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단골 카페 직원들이 내 이름을 알았다. 어떤 커피를 주로 마시는지도 알았다. 한 번 외출을 하면 아는 사람을 최소한 세 명 정도는 만났다.

 

지금은 많이 올랐지만 당시엔 월세도 저렴한 편이라 가격 대비 넓고 깨끗한 집에서 지낼 수 있었다. 가끔씩 기분 전환을 하러 기차를 타고 가까운 낭트에 가서 바다를 보기도 했고, 주말에는 파리에 가서 전시회를 보고 오기도 했다.

 

유학 생활을 할 때는 항상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이 ‘언젠가 떠날 곳’이라는 생각에 짐이 될 법한 물건들은 사지 않고, 필요 없는 물건은 잘 버리는 습관이 생겼다. 소품 숍에서 예쁜 그릇이나 귀여운 쿠션 같은 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했지만 나중에 정착할 집이 생기면 그때 사기로 하고 미루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는 어디엔가 평생을 살 집을 마련해서 내 취향 가득한 가구와 물건들을 오래 쓰며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미래에 살고 싶은 곳


 

서울 생활도 어느덧 3년 차가 되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익명성의 편안함과 동시에 사람이 너무 많은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다. 주말에 성수동에 놀러 가 커피 한잔하려고 하면 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는 일은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다. 그래도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이만한 도시는 없다. 장단점이 많은 곳이지만 미래에는 좀 더 한적하고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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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어도 언제나 나의 본업은 예술가라고 생각하기에, 지금부터 길을 잘 닦아서 30대 중후반까지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는 잘 맞는 동네를 찾아 정착해서 살면 좋겠다.

 

 

 

아버지의 인생


 

몇 달 전 본가에 가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다. 이른 아침 어머니는 아직 주무시고 아버지가 곰국을 끓여주시는데, 부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 익숙해 낯설었다. 기억도 안 날 만큼 어릴 적부터 봐왔던 그 풍경. 날씨가 변함에 따라 조금씩 다른 빛깔로 보이던 그 건물, 그 나무. 아버지는 이 풍경을 30년 동안 보셨겠구나. 문득 내가 아버지의 인생이나 미래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동네가 지겹지는 않으세요?” 하고 여쭸다. 그러자 아버지는 “뭐, 이제 지겨워도 곧 떠나야 할 건데.”라고 답하셨다. 정년을 앞두고 계시는 상황이다. 그날 처음으로 아버지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했다. 나중에 어디에서 살고 싶으시냐고. 아버지는 원래 할아버지의 고향인 강원도 영월에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겨울마다 한파주의보와 대설주의보가 내려지는 동네라 또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내게 아버지는 늘 그곳에 있는 분이었다. 사회생활을 해 보면 다들 부모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들이셨는지 알게 된다고 한다. 이 어려운 생활을 어떻게 30년 동안이나 해오실 수 있었을까. 곧 시작될 아버지 인생의 다음 장을 꾸리는 데 내가 도움을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든,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오래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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