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비상착륙 - 실비야 살다

글 입력 2023.03.20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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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실비아 플라스는 10년에 한 번씩 자살을 시도한다. 시인으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억압하는 시대로 인해 마치 ‘벨 자’(작은 유리종)에 갇혀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몇 가지 인상깊은 장면을 소개한다. 3장에서는 실질적인 가장역할을 해야했던 실비야의 모습이 보인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실비야의 노력 앞에서 테드는 그것이 자신의 일과는 별개인 양 예술적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이 화가 났다. 실비야는 이런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시간을 쪼개 시를 쓰고 있다.

 

4장의 편집장 알바레즈, 부인 아씨아와 저녁식사 장면은 당시의 차별적인 시대적 관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주인공이 직업인으로서 시를 써서 자기표현을 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짓밟히고 그저 집안일과 내조에 충실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왜곡되고 차별적인 말과 행동들을 하는 상황을 회상하는 중 빅토리아가 직선적인 비판을 하며 화를 내는 것이 굉장히 속 시원하게 느껴졌다. 특히, 목각인형과 같은 인위적인 춤과 이를 더 자극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기이한 조명을 통한 그림자 연출이 해당 장면을 굉장히 돋보이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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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에서 엄마에 대한 죄책감과 증오감을 말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엄마처럼 되고 싶지 않지만, 엄마처럼 해내지 못한다는 질책을 하곤 한다. 엄마가 살라는 대로 살기 싫은데, 나를 위해 희생한 것 때문에 말을 거부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같은 여성으로서 느끼는 딸로서 감정에 공감이 가기도 했고, 엄마를 증오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 노랫말이 굉장히 슬펐다.

 

6장으로 실비야는 미치광이처럼 거칠고 폭발적으로 감정을 시 속에 표현한다. 당시에는 부드럽고 우아한 시가 “좋은 시”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실비야 또한 고전적인 아름다운 형식을 중요시하던 남편 테드와 함께 교류하며 시를 써왔다.

 

그런데 오히려 테드의 외도는 그의 그늘로부터 벗어나 실비야가 자신만의 야수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던 기회가 되기도 했다. 비록, 당시 시대상에는 받아들여지지 못했지만 실비야는 온전히 몰입해 시를 쓰며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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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용돌이 치는 감정을 시각화해서 표현한 무용적인 춤의 연출과 그 사이 파란색 조명 아래 실비야가 타자기를 치며 미친 것과 같은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 인상깊었다. 타자기 소리와 뒷편에 시의 내용이 화면에 보이는 것도 극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다.

 

9장에서 실비야는 자살시도를 하고, 그 앞에 빅토리아가 나타난다. 빅토리아는 실비야의 과거의 자아이다. 여성으로서의 단단한 자아가 두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그들은 서로 소통하고 연합해나간다.

 

실비야는 시대로부터 자신을 지키며 끊임없이 맞서 싸우다가도 종종 실패감과 패배감을 느끼곤 한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랄 뿐인데 말이다. 실비야에게 그런 세상은 너무 춥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죽음을 선택했던 실비야는 이번에는 또 다른 선택을 하고자 한다. 주변의 평가와 판단에 관계없이 자신을 믿고 멈추지 않고 나아가보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비슷한 괴로움을 겪는 또 다른 여성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네줄 수 있는 연대감을 지향한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수미상관 구조로 이어지며 빨간 목도리가 가진 상징을 통해 작품의 메세지가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이처럼 기차여행 같은 그녀의 여정 속 자살이라는 비상착륙은 죽음보다는 새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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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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