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표현의 무궁무진함: 책 '감각의 박물학'

글 입력 2023.03.1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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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_표지(띠지무).jpg

 

 

책의 제목을 보면서 내가 가장 예민한 감각은 무엇인가? 친구와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그리고 목차에 오감(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과 공감각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렇게 나는 감각들을 느낄 수 있었던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 책에서 알게 된 내용과 함께 녹여내고 싶었다.

 

#1. 후각 - 나는 작년에 친구와 향수를 만들러 갔다. 수많은 냄새를 맡고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향기들을 농도에 맞게 넣어주고 섞어주면 완성되는 클래스였다. 글로 보면 되게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 엄청나게 많은 향수 재료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맡으면 맡을수록 무감각해지는 내 코를 느낄 수 있었고 늘 코가 예민하게 깨어있어야 손님들이 원하는 향을 찰떡같이 찾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p.24에선 '냄새가 우리의 마음을 그토록 강하게 움직이는 것은, 부분적으로 그 이름을 부를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냄새는 수수께끼이고, 이름 없는 권력이며, 성스러움이다.'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 동의한다.

 

내가 느끼는 꽃 향기와 타인이 느끼는 꽃 향기가 다르듯이 향에 대해 말이나 글로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실제로 향수를 구매할 때 인터넷으로 보고 사서 실패를 하는 이유도 그 글과 내가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직접 맡아보고 사는 것이 어쩌면 내가 아는 향을 잘 아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재밌는 점은 후각에 대한 이야기를 세부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채취, 냄새를 맡는 코에 대한 이야기, 후각 상실증 등 후각 하면 생각날 수 있는 이야기에 가지를 뻗어나가듯 알려준다. 내가 생각하는 후각은 말로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감각이라고 본다.

 

#2. 촉각 - 4년 전, 북촌에서 진행했던 '어둠 속의 대화'라는 전시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이 전시는 아무것도 모르고 가야 이 체험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적지는 않겠지만 빛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였다. 그리고 거기서 촉각에 대해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책에서 촉각을 통해 느끼는 심리적인 안정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나도 마음이 불안해지거나 힘들 때 엄마를 안고 있으면 묘하게 차분해지고 안정감이 생기는 것을 알게 됐다.

 

p.139에서 '우리는 신체 접촉이 인류의 생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라고 하는데 사람과 사람이 체온을 느끼는 행위, 동물을 안고 있을 때 느낀 따뜻함 같은 것을 떠올려 본다면 인류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장 따뜻한 것이 촉각이 아닌가 싶다.

 

#3. 미각 - 나는 올해 내 생일에 원데이 클래스로 요리를 만들러 갔다. 어니언 수프를 끓이는 과정에서 맛을 봤을 때와 완성을 했을 때의 맛이 달랐는데 더 끓이고 간을 살짝 추가한 그 미묘한 차이에서 감칠맛이 더 생겨서 신기했다.

 

미각 파트에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다양한 먹거리가 계속해서 생기는 이유는 미각이 주는 즐거움이 확실하기 때문인 것 같다.

 

#4. 청각 - 내가 가장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감각은 바로 청각이다. 나는 알람 소리도 잘 듣고 누가 떠드는 소리에 쉽게 잠이 깨기도 한다. 또한 잠이 덜 깬 상태에선 내가 좋아하는 노래나 라디오도 소음처럼 들려서 듣지 않는다. 예민한 감각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친구는 출근할 때 듣는 노래 선곡이 참 중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잠이 덜 깬 상태에서의 소리는 소음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의 차이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p.380에서 음악에는 어떤 치유의 성질이 있다고 한다. 나 역시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내가 음악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고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 때가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주 옛날부터 청각과 음악의 연결성은 아주 깊었고 앞으로도 더 다양한 소리와 함께 할 것 같다.

 

#5. 시각 - 전시 '어둠 속의 대화'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감각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전시가 끝난 후 빛을 온전히 볼 수 있었을 때 느껴지는 안도감이 있었다. 보인다는 것은 나를 안정적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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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느낀 생각은 모든 감각은 복합적으로 함께 공존한다는 것과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 없는 이유가 감각의 주관성 때문인 것 같다. 사람마다 같은 것을 봐도 느끼는 게 다르고 감각마다 사람들이 느끼는 호불호가 다르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감각은 결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 감각을 느끼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내가 하는 예술이 사람들에게 좋은 감각으로 다가와 느꼈으면 좋겠는 것처럼 다양한 감각 속에서의 긍정적인 예술의 방향성을 잘 찾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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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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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변상경
    • 맨마지막 문단이 헛갈립니다. 적어도 두 문장으로 나누었으면, 뜻이 보다 쉽게 전달되지 않을까?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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