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의 본질을 찾아 - 연극 '슈미'

글 입력 2023.03.1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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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 포스터.jpg

 

 
경만과 신혼여행을 마치고 온 슈미. 이제는 새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신혼을 축하하는 친구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슈미 자신도 모르는 감정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지닌 이면의 모습들을 하나씩 보게 되는데···
 



인간의 삶, 욕망이 우리를 지배하는 걸까?


 

이들은 우정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현실은 각자 지닌 욕망이 돋보인다.

 

경만은 정교수가 되길 원한다. 그리고 자신과 슈미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길 바란다. 무리한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마련했다. 원하는 직장과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모습은 경만이 그리던 삶의 모습이었을 거다. 어느 날 오랜 친구 유완이 서울로 다시 돌아왔고, 그와 정교수 자리를 경쟁하게 된다. 겉으로는 경만은 우정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얻지 못할까 불안한 기색을 보인다.


슈미는 자신만의 철학을 지키는 인물이다. 경만을 사랑하지 않지만, 자신의 편의를 위해 결혼을 택한 그런 사람이다. 또한 다른 인물들을 지배하려고 한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각 인물의 욕망을 이용해 지배하는 슈미. 그런 모습은 ‘우월한 자신’을 칭하는 걸로 볼 수 있다.

 

애경은 진실한 사랑을 원했다. 사랑보다는 돈이 중요한 결혼 생활을 이어왔던 애경. 애경은 암흑에 빠진 유완을 구원해주는 역할이었다. 유완은 갑작스럽게 서울로 떠나게 됐고, 애경은 그를 찾으러 서울까지 왔다. 오직 ‘진실한 사랑’이라는 이유로. 

 

하지만 유완은 사랑이 아니었다며 선을 그었다. 그걸 들은 애경은 충격에 휩싸인다. 믿음이 순순히 깨지자, 망가져 가는 애경의 모습은 처절했다. 유완은 글을 쓰고, 애경은 삽화를 그렸다. 상대와 함께 일하며 소통할 수 있었던 것, 애경이 원했던 사랑의 욕망이 아닐까 싶다.

 

도균은 자본을 원한다. 경만의 집에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도균을 볼 수 있다. 경만이 집을 구매할 당시 재정적인 도움을 주긴 했지만, 오히려 멋대로 공간을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 됐다. 그리고 슈미와의 관계도 심상치 않다. 도균은 슈미가 원하는 정보를 직접 전달해주는 역할이 된다. 

 

그러면서 그는 슈미와 가까운 관계가 되길 원한다. 원래 도균의 아버지는 슈미네 집 운전기사였다. 어린 시절 도균에게 보였던 슈미는 친구보다는 높은 존재로 보였을 거다. 그랬기 때문에 도균은 슈미라는 사람보다, 과거에 자신이 갖지 못했던 걸 손에 넣으려는 걸로 보인다.

 

유완은 슈미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는 과거에 슈미와 통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총을 겨눈 여자’라는 강렬한 인상을 준 슈미를 원했다. 그랬기에 유완은 슈미를 보러 서울로 돌아왔다.

 
과거 유완은 알코올 중독자였지만, 애경 덕분에 회복한 상태다. 슈미는 다시 만난 유완에게 술을 권하자 그는 계속 거절했다. 하지만 유완이 다시 술을 입에 대자 처참히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인다. 유완은 아바타로 변해, 자해한 모습을 보이는 쾌락을 즐긴다.  

 

 

 

주체적인 선택을 했는가?


 

유완의 자살 소식에 슈미는 브라보라고 외치며 환호한다. 드디어 유완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이 슈미를 기쁘게 했다. 하지만 유완은 모텔주인과 다툼을 벌이던 중, 잘못된 탄알에 맞아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이 사실은 안 슈미는 유완은 끝까지 주체적인 선택을 하지 못했다며 화를 낸다.

 
이와 달리 슈미는 유완과 다른 선택을 한다.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자신만의 사상과 철학을 지킨 셈이다. 슈미가 피아노를 계속 찾던 것도 주체성과 연관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경만에게 언제 피아노가 도착할지 물어보지만, 아직 이라는 대답뿐이었다. 하지만 슈미는 허공을 벗 삼아 마치 피아노가 있는 듯 연주한다. 그런 슈미의 모습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표정이다.

 

 

 

우리는 왜 사는가?


 

<슈미>는 우리가 미디어를 다루는 모습과 비슷하다. 일상을 예로 들자면, 우리는 점점 미디어에 중독되어 삶의 본질을 잃어간다. 욕망만이 내면을 잡아먹고 있으므로.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는 모습 또는 많은 돈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갈망 등. 진정한 본질을 잊으며 살아가는 것 같다.

 

우리는 앞으로 ‘왜 살 것인지’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닫는 과정을 거친다. 나 역시 스스로 질문했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는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끝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극을 완전히 이해하는데 다소 어려웠다.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초반에는 흘러가는 사건에 집중했다면, 관람 후 각 인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욕망이 있고, 왜 그런 생각을 가졌는지. 구체적인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세세한 파악이 필요했다. 이러한 점들이 <슈미>를 깊게 즐길 방법이다. 

 

끝없는 물음과 내면의 탐구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다양한 인물들이 보여준 욕망 가운데 진실한 질문을 꺼내보길 바란다. 

 

 

[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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